20세기 청년 20th century youth

오종원展 / OJONGWON / 吳鍾元 / installation.performance   2012_1016 ▶ 2012_1029 / 월요일 휴관

오종원_20세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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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원 홈페이지_ojongwon.com

초대일시 / 2012_1020_토요일_06:00pm

사슴사냥 레지던시 작가 기획 초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ALTERNATIVE SPACE ARTFORUM RHEE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567-9번지 Tel. +82.32.666.5858 artforum.co.kr

모순의 탑, 이해의 탑 ● 그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몸이 모순과 이해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오종원의 종이로 쌓아올린 탑이 바로 그것입니다. 28살 청춘,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그는 현실이 자신을 무의 세계로 밀어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것에 대한 저항이 이 탑들을 쌓게 만들었습니다. ● 사라짐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고 슬픈 것입니다. 먼 옛날, 여기서 먼 나라의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사람들조차 그 사라짐을 애달파하며 절대 사라질 수 없는 것을 대체물로 만들어내었지요. 그것이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입니다. 하나의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인간을 압도하는 높이의 이 구조물은 몇 천 년이 지나도, 만든자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지고 또 다른 자의 욕망의 대상이 되어 아주 먼 곳으로 이주되었을 지라도,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습니다. 아니 인간과 하늘을 연결할 수 있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서 있습니다. 그러나 오종원의 재료는 약간의 움직임과 살짝 부는 바람에도 부서져버릴 것 같은 종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특별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흔하디흔한 복사지가 그 재료입니다. 모든 것이 언젠가는 스러져 없어지지만, 이것만큼 보는 순간 그러한 운명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재료도 드물 것입니다.

오종원_짓다_A4용지로 제작_제작기간 1년 4개월_2012

'약해짐을 극복'하기 위해 순수한 의지의 탑을 쌓고 있기는 하나 미약한 자신의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면으로 보면 종이로 쌓아올린 그의 탑은 그가 '질투'하고 있는, '동경'하고 있는 그 위압적인 구조들조차도 똑같은 운명이며, 언젠가는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 하나하나의 쌓아올림은 단숨에 이루어질 수 없었습니다.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탑의 기초가 되는 큐브를 자르고 붙이고 쌓아가는 단순한 노동을 반복하면서, 그는 이 종이들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것 같습니다. 종이들의 빛바램에서 시간의 퇴적층을 구별하고 미세한 색의 차이들도 집어내며 점 점 더 그것을 깊숙이 보게 됩니다. 흔한 종이가 아니라 가치와 의미가 부여된 종이 큐브들은 뭔가 더 단단한 것으로 변한 것처럼 보입니다.

오종원_짓다_만다라
오종원_20세기 청년展_대안공간 아트포럼 리_2012

전시 공간에서 종이큐브로 이루어진 탑들은 우뚝 솟아있는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합니다. 마치 위에서 아래로 우리를 내려다보듯이 그렇게 서 있습니다. 그 위압적인 내려다봄은 자신을 함부로 건들지 말라고 소리치는 듯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종이일 지라도 자신을 멸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고, 당신들은 나를 이렇게 올려다보기만 하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그 존재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아마 그 어떤 사람도 그 명령을 간단히 무시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 그의 선택의 이유와 결과의 양상은 모순적입니다. 여기서는 나의 내세움과 타인의 내세움이 충돌합니다. 우리는 똑같은 운명으로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세워짐을 강렬히 원함을 느끼게 됩니다. 사라지는 것이라고 머리로 아무리 이야기해도 가슴은 지금 여기서 우뚝 솟고 싶은 것을 그는 경험합니다. 모순의 경험은 이제 나와 너의 구별을 약화시킬 것입니다. 자신의 그것만큼 그들의 열망도 볼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더 큰 혼란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모순으로 쌓여진 탑은 나만이 아니라 너의 존재를 이해하게 된 순간을 기억하는 기념비라는 확신은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 박지민

오종원_짓다_보내는 노래_단채널 비디오_00:03:00_2013

나는 경험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은 약해짐을 통한 필멸로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여, 그 필멸의 두려움 앞에서 존재하고 살아가는 것의 이유를 묻게 되었다. 만약 고통만이 가득하다면, 또 이에 대응하는 힘이 없다면 그 삶은 지속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삶이 약해짐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떠한 가치를 찾을 수 있는가. 나의 경우 한국에서 미술을 시작하는 20대 청년이라는 조건부터 이미 약해짐의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난과 경제난의 현 사회에서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은 비생산적인 활동처럼 느껴지고 또 지금의 상황에서 내가 작업 활동을 한다는 게 당장 신체적 생존을 보장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이것뿐만이 아닌 가족들의 관계라던가 작업을 하며 임해왔던 것 등 내가 믿는 것들이 흔들리게 될 때에 나는 존재의 이유를 물으며 절망하였다. 그러던 와중 중요한 계기가 되는 두 개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하나는 시위대와 마주치게 되면서 그들의 편으로서 옹호하려고 하였던게 되려 경찰로 오인되어 폭력의 위협을 겪은 경우가 있었고, 또 하나는 서울 시청 재건축 현장의 크레인을 보다가 문득 그것이 남근처럼 느껴지며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고찰해보는 기회가 있었다.

오종원_흰 코끼리_A4용지로 제작_2012

삶에 의문을 품는 것은 반대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갈망의 반응이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원하고자 하는 것은 결여라던가 부족함의 상황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나는 완전히 비어있음, 0의 상태를 필멸로서 보았을 때 약해짐의 과정이 감소의 영역이라면 반대로 0의 상태를 피하기 위한 증가의 영역, 약해짐의 반대인 강력함을 원하는 것이다. 또한 이 강력함은 크레인과 건설현장에서 힘과 권력의 알레고리로서 존재하였다. ● 누구나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는 있을 것이다. 또한 누구나 군림하며 누리고자 하는 욕망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서의 정복, 지배의 의지로 무엇보다 현실 속 필멸의 제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근본적인 몸부림이다. ● 나는 이것을 큐브를 만드는 창조의 과정으로서 내가 인지할 수 있도록 형성하고 싶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필멸의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던 불멸의 영역으로 가기 위한 매개체로서 역시 같은 필멸의 숙명을 지닌 종이를 사용하여 큐브탑을 쌓기 시작하였다.

오종원_전시가 하고 싶습니다_퍼포먼스

이 과정은 창조의 형식을 띔으로서 비로소 내가 가지고자 하는 힘을 정의하고 있었다. 그것은 세상을 창조하고 완벽한 나의 영역으로서의 장악이며 갈망의 실천인 것이다. 존재코자 하는 것은 행위를 하는 순간만큼 존재 자체로서 인식된다. 무엇보다 그것이 창조여야 할 이유는 과정을 거치는 순간 필멸의 육체에 영속을 부여하는 나는 절대적인, 확장과 장악 그리고 '존재' 그 자체로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다. ● 창조라는 행위를 통하여 현실과 내 우주의 연결은 흡사 앨리스가 자신의 꿈을 매개로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녀는 최종 장에서 대항을 통해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것처럼 A4용지라는 매체, 육체적 분기점을 중심으로 현실 역시 갈림길로 나뉜다. 큐브 탑은 지극히 현실을 반영하나 결코 현실과 같지 않다. 그리고 그 '현실'과 '현실이 반영된 다른 현실'은, 전자의 경우 내 존재에 대한 질문이요 후자의 경우 존재에 대한 이유인 것이다. ● 큐브 탑은 생산의 과정을 거치고 완성의 단계에 이르러 멈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사정에서든 죽음 맞는다. 물론 나는 내 우주를 탄생시킬 임시적인 육체가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정말 임시적인 과정일 뿐이다. 따로 떨어져 존재하던 손과 종이의 만남은 여전히 개체로서 존재하겠지만 나는 그것에 불멸과 영속을 불어넣는 태도, 건설의 행동을 가함으로서 창조를 남겼다. 그렇게 함으로서 시한부의 큐브 탑은 결국 내 힘의 갈망, 불멸의 영혼, 그리고 신이 인간을 빚어내듯 만들어낸 창조와 권력이 존재하는 우주의 매개체가 된다. 결국 나는 필멸을 앞두었을 때 불멸을 갈망하며, 창조를 통해 존재코자 한다. ■ 오종원

Vol.20121018k | 오종원展 / OJONGWON / 吳鍾元 / installation.performanc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