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최대의 섹슈얼리티-예고편

오종원展 / OJONGWON / 吳鍾元 / drawing.installation   2011_0831 ▶ 2011_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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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831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팔레 드 서울 gallery palais de seoul 서울 종로구 통의동 6번지 Tel. +82.2.730.7707 www.palaisdeseoul.net

1. 내 기억의 단편들 중에서 그림자를 보게 된다면 아버지를 발견하게 된다. 많은 부자관계가 그럴지 모르겠지만 나와 아버지와의 관계는 썩 가깝지 않았는데, 사실 난 그다지 반항적이거나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불태우는 십대를 보낸 게 아니었음에도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늘 가슴 한편으로 불편함을 안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내 아버지는 동화책이나 교과서에서 배워온 이성적 가정의 아버지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고마운 분이었지만, 반대로 하나의 힘을 가진 개체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것에 상처를 주는 모습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현재는 바래왔던 이성적 가정을 회복하며 그 기억들은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 이를 회고하고 기록하며 보여주는 행위는 실로 부끄럽고 끔찍하기 그지없다.

오종원_자유의 여신상을 세우는 과정 The process which builds statue of liberty_ 종이에 목탄과 파스텔_116×91cm_2011
오종원_LU1_코뿔소와 싸우다 LU1_With the Rhino fights_디지털 프린트_46.5×70cm_2011

2. 2009년, 한 여고생이 윤간당한 후 방화로 살해당한다. 주모자가 재력가의 미성년 자제란 풍문 아래로 형량이 조절 가능한 장기 5년, 단기 4년형이 선고된다. 많은 이들이 악질적인 수법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적인 모습을 보이나 정작 그 후로 이 사건은 부각되지 못한다. 2011년, 한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자취방에서 생활고로 숨진다. 밥과 김치마저 구걸해야 했던 그녀의 사정에 어떤 이들은 안타까움을, 어떤 이들은 그 상황이 되도록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음을 어리석다 표현한다. 옳은 것이란 과연 존재할까. 나로선 옳다는 게 어떤 현상과 관계로 성립되는지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 더욱이 계층과 환경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룬 부르디외의 이론을 알게 되면서 강하게 느껴지는 그 것은, 그저 사회라는 군집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회라는 이름으로 면죄를 받는다는 것이다. 사실상 보이는 것은 피해를 입은 자와 가해를 한 자, 그리고 그것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무엇인가로서 자칫 염세적으로 느껴지는 현상 뿐이었다.

오종원_For suddenly, I saw you there_단채널 비디오_00:04:45_2011

3. 어느 날 우연히 공사현장의 크레인을 보게 되었다. 우발적으로 나는 그 거대한 크레인을 바라보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첫째가 질투, 그리고 분노였다. 무서운 줄 모르고 하늘을 찔러대는 이 사회의 강한 상징이며 흡사 거대한 남근처럼 느껴졌다. 강한 남성상이다. 끝없이 올라가는 그것에 비해 내 자리는커녕 흔적조차 남길 수 없는 나는 상대적으로 작은 남근을 가진 체 움츠리고 쪼그라들었다. 그리고선 한 편에 자라나는 또 다른 감정을 음미하는 것이다. 저것이 싫고 미움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함에 매료된다. 쭉쭉 뻗어 올라가는 마천루의 실루엣을 보며 어떤 의미로선 격렬한 오르가즘을 연상시키고 나는 그것을 심히 탐내고 마는 것이다. 그 것의 이름은 아마 동경인 것 같다. ■ 오종원

Vol.20110830c | 오종원展 / OJONGWON / 吳鍾元 / drawing.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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