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form

장성은展 / CHANGSUNGEUN / 張晟銀 / photography   2012_1008 ▶ 2012_1023 / 월요일 휴관

장성은_Violet Fabric_라이트젯 프린트_106.67×160cm_2012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722d | 장성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2_1011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0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진짜 왕은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가짜 왕으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천민 신분의 광대를 왕으로 내세워 자신의 자리를 대체하려 한다. 자신의 대체 인물의 역할이 끝나자 사라졌던 진짜 왕이 다시 제자리를 찾기 위해 가짜 왕을 제거하려 한다. 그리고 달아난 가짜 광해는 궁이라는 공간 속에서는 물리적으로 사라지지만 그 곳에서 대신 행한 행적은 두고두고 광해군이라는 인물의 업적으로 남겨진다. 이 영화 속에서 광해는 진짜 왕과 똑같은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만의 특이한 개성으로 기존의 분위기와 다른 공기를 만들어낸다. 그는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과감한 혁신을 실행했던 것이다. 가짜가 궁을 떠난 후 다시 이 공기 속으로 돌아온 진짜 광해는 몇 년 후 결국 인조반정으로 폐위된다. 목숨을 위협받는 시기에서 벼랑 끝의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바꿔치기를 강행하였고, 어차피 제거될 인물이었던 광해가 아주 짧은 기간 바꾸어 놓은 공기가 그대로 지속되었다면 이 역사가 바뀌었을까라는 궁금증을 남기는 영화였다. 비록 역사적 사실에 가미된 상상의 이야기이지만, 공간에 점유된 존재가 환경을 만들어내고, 이에 영향을 받는 주변 환경 또한 달라진다는 장성은 작가의 작가 노트를 읽어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영화가 떠오르게 되었다. ● 미술작품 속에서 사용되는 몸이라는 소재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평범하게 보여지는 공간 속에 어떤 인물의 특정 자세나 행위로 인해 그 공간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연출 된 몸이 흔히 볼 수 있는 자세나 상황이 아닐 때에는 그 속에서 일어나고 있을법한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그저 물리적으로 존재해 온 평범한 장소에 특정한 감성을 더해주기도 한다. 장성은 작가의 작품 「Black Sponge」를 들여다 보면 원래는 스폰지로 꽉 차있는 프레임에 억지로 어떠한 움직임이 개입해 들어온 것을 볼 수 있다. 스폰지는 이 움직임에 의해 짜부라지고, 원래의 모양 속에 들어온 이 이질적인 존재의 개입을 받아들인다. 이 장면에서 보여지는 원형의 변화는 어떠한 존재의 개입에 의해 바뀌게 된 환경이다. 이는 연출된 장면이고 그 속의 존재는 셔터 소리와 함께 빠져나감으로써 이 공간의 원형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정지된 장면 속에서 움직임을 추측한다. 몸이 밀고 들어옴으로써 생긴 간격의 변화, 스폰지 원형의 왜곡을 감지하게 되며, 이를 통해 또한 원래 공간이 또 다른 공간을 내포하고 있는 여러 층위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이 장면의 공간은 변화를 겪고 있는 듯 보이지만 다시금 원래 자리로 돌아갈 터이다. 이러한 탄력성으로 공간을 재인식하게 하는 방식이 장성은 작가가 움직임이 자유로운 사람을 공간에 개입시키는 이유일 것이다.

장성은_B.T Scaffolding_라이트젯 프린트_160×106.67cm_2012
장성은_Black Sponge_라이트젯 프린트_160×106.67cm_2012

작가가 실제 공간을 2차원 평면으로 옮길 때, 특히 사진의 경우,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화면을 통하여 흥미로워하는 경우는 주로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일 것이다. 장성은 작가는 그의 작업 과정에서 허공간을 인식하게 하기 위해 특정한 존재를 개입시키고 있으며 거기에 더 나아가 허공간 속에서 물리적인 힘의 작용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즉, 우리가 허공에 휘휘 손을 내 저을 때 이미 비어있으되 존재하고 있는 공간을 은연중에 의식하고 있으며,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움직임이 사실 끊임없는 물리적인 운동의 작용과 반작용 속에서 생성되는 결과의 연속이라는 사실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던 우리의 인식에 대한 문제까지도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주체적으로 움직임이 가능한 몸이 공간을 드러내는 필수 요소이다. 꼭 몸이 아니라도 유기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어떤 것이든 그 요소가 될 터이다. 창가에 둔 화분이 있는 장면 「Four Pot」은 유일하게 사람이 없는 이미지이지만, 느리고 힘겹게 자가로 있는 식물이 공간을 점유해 나가면서 허공간을 밀어내고 있음을 의도하기 위한 장치로 읽혀진다.

장성은_Blue Band_라이트젯 프린트_106.67×160cm_2012
장성은_Translucent Plastic_라이트젯 프린트_106.67×160cm_2012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스토리 구성과는 달리, 고무 매트가 겹겹이 쌓인 레이어를 헤치고 억지로 빠져 나오는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왜 그러고 있나의 중요성은 빠져있다. 언제나 사건의 핵심이어야 하는 주체와 주체의 행위가 현재 그 레이어를 비집고 나오고 있는, 공간과의 사투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그의 작품 이미지가 사람이 존재하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은 움직임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신체를 공간 속에 표현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주체가 있어야만 그 자리의 공간은 비로소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물리적인 힘에 의해 공간은 그 형태가 바뀌거나 점유되거나 심지어 움직인다(즉 바람을 일으킨다). 저항하는 실체는 다시 사람의 몸이 된다. 그것을 보여주는 시각적 장치 또한 몸이어야 한다. 움직임의 에너지를 내포하는 그 무엇은 유기적이어야 하며, 그것은 스스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간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 오고 있는 장성은 작가가 초기에 선보였던 작품은 공간측정에 관한 기록이었다. 그 기록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를 비어있는 공간에 집어 넣어 과연 이 공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기 위해서 공간을 점유해버린다. 더 이상 비어있지 않은 공간은 물리적 환경으로 채워진다. 채우기 위해 비우고, 비워진 곳은 공간을 측정하기 위해 다시 채워지고, 모순적 순환은 지속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물리적 힘을 보여주기 위해 공간을 매운 다음 다시 힘을 가해 빈 공간을 드러냄과 동시에 다시 점유하는 순환적 개입을 반복한다. 공간을 인식함에 있어서 그 근원적 존재를 탐구하는 듯 보인다.

장성은_Green Hose_라이트젯 프린트_93×140cm_2012
장성은_Four Pot_라이트젯 프린트_93×140cm_2012

보다 섬뜩한 형태로 인간의 형태가 개입한 장면이 「B.T. Scaffolding」에서도 이어진다. 몸은 비닐이라는 소재 안에서 축 늘어져있다. 평범한 차고 혹은 창고로 보이는 스캐폴딩 구조물 속에 뜬금없이 개입한 신체는 사뭇 공포스러운 공기를 뿜어낸다. 또는 집 앞 마당에 널부러져 있을법한 평범한 초록색 호스에 묶인 누군가가 담벼락에 서있다(「Green Hose」). 몸은 공간과의 모종의 관계가 형성된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고, 사물과 공간의 관계를 인식하게 하는 이러한 수법으로 장성은의 사진에서는 여러 층위의 스토리와 함께 감성적 반응을 만들어낸다. 사물 혹은 환경에 몸이 개입함으로써 생성되는 반응은 사진 속 소재들이 전시 공간에 함께 놓여짐으로써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공간이 주는 중성적인 느낌은 비어있는 전시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감지하게 되지만 이번 전시에서 만들어지는 환경은 단순히 중성적이지만은 않을 듯하다. 이미지와 함께 긴장된 공간을 직접 감지하게 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김인선

Vol.20121008f | 장성은展 / CHANGSUNGEUN / 張晟銀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