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展 / LEEJOONHYUNG / 李俊亨 / painting   2012_0927 ▶ 2012_1020 / 일요일 휴관

이준형_Untitled_리넨에 유채_61×73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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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927_목요일_06:00pm

2012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이유진갤러리 LEE EUGEAN GALLERY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17(청담동 116-7번지) Tel. +82.(0)2.542.4964 www.leeeugeangallery.com

육체의 유체역학 ● 이준형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반듯하지 못하고, 대부분 이런저런 방식으로 엉클어져 있다. 그들은 정상보다는 비정상이,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이 강조되어 있다. 모노톤으로 처리된 중성적인 바탕 한가운데 한자리 씩 차지하는 인간은 추락과 해체, 뭉개기와 터트리기라는 수난극의 주인공들이다.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액션이 취해진 형상들은 개체를 개체이게끔 하는 응집성을 원천 봉쇄당한다. 대상의 정확한 외곽선과 고유색은 변질되며, 얼룩지고 흘러내린다. 얼굴이나 인체의 조직화된 기관 속에 있어야할 체액들은 참조대상으로부터 탈주를 꾀하는 물감과 한데 엉켜 범벅이 된다. 이 모호한 선과 색채들은 어떤 극한의 감정 상태에 있는 인간의 객관적 재현이면서, 응축 또는 발산된 감정과 공감을 유도하는 주관적 표현이고, 동시에 칠해진 또는 흘려진 물감의 흔적이다. 이처럼 그의 그림에서는 결정불가능성만이 결정적이다. 모호함 속의 강렬함이라는 특징은 그의 작품을 그로테스크, 언캐니, 앱젝션, 위반, 낭비, 오염, 전염, 엔트로피, 카오스모스 등과 같은 우리 시대의 키워드들과 근접시킨다. 그러한 키워드들은 공통적으로 경계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관계된다.

이준형_Untitled_리넨에 유채_61×73cm_2012
이준형_Chapter11_리넨에 유채_163×131cm_2010_부분

이준형의 작품은 그 중에서 가장 민감한 경계를 이루는 몸과 얼굴을 대상으로 했다. 몸과 얼굴은 인간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다가오기에, 어떤 작은 경계의 위반도 두드러질 수 있다. 전시장으로 개조된 청담동의 주택 3개의 공간에는 다이빙하는 사람들과 얼굴들의 형상이 있는 작품들, 그리고 그것들과 짝을 이루곤 하는 추상적 작품들이 걸려있다. 그는 실제를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복제된 사진을 보고 변형시켰다. 육안보다 더 정확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은 사진적 시점의 모호성을 더욱 강조한다. 대부분 등신대의 다이버들은, 시작과 끝을 가진 유한한 시간 속에 마찬가지로 몸을 싣고 있는 그림과 마주한 이를 거울처럼 비춘다. 다이빙 선수나 포르노 여배우들처럼 인터넷에서 수집된 사진들은 자유분방한 붓질과 튀는 색채로 변형되어 있으며, 혀를 빼물고, 고함치고, 찡그리고 파안대소하면서 적나라하게 그들의 감정을 배출한다. 심리적이고도 육체적인 배설은 비천함(abjection)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낳는다. 초상과 나란히 배치된 추상적 화면들은 초상의 색, 터치, 세부 등과 연관성이 있다.

이준형_Chapter11_리넨에 유채_163×131cm_2010_부분
이준형_Chapter11_리넨에 유채_163×131cm_2010

형상을 고수하는 이준형의 그림에서 대상, 특히 인간은 언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가능하게 하고 풍부하게 해주는 원천이 된다. 무의식적 충동의 원천이 되는 인간은 기존의 언어를 변형시키는 동인이다. 다이빙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섹스 오브제로서의 포르노 여배우들은 인간인지 기계인지도 알 수 없다. 얼굴과 몸의 구멍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질척한 체액/물감들은 와해를 보여준다. 그는 젖은 재료로 젖은 인간을 그림으로서 소재와 방법 면에서 모두 경계의 해체를 꾀한다. 작업에 대한 이준형의 성향과 태도가 잘 드러난 이 전시는 고정된 주체가 아닌, 과정 중의 주체에 대한/의한 작품을 보여준다. 얼굴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고 간주되지만, 전래된 신학의 변형에 불과한 인간주의의 선입견을 배제한 냉정한 관찰은 보다 변화무쌍한 인간의 형상을 펼칠 수 있게 한다. 이준형의 작품에서 인간은 어떤 심오한 본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칠게 그어진 선과 튄 얼룩, 그리고 무언가 들고나는 구멍들로 이루어진 인간은 깊이가 아니라 표면들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표면들마저도 서로 부딪히고 깨져나가며 녹아내리는 중이다.

이준형_Chapter11_리넨에 유채_163×131cm_2010_부분
이준형_Untitled_리넨에 유채_73×61cm_2012

그의 얼굴들에는 하얀 바탕 면이 그대로 방치된 부분도 발견된다. 아무 의미도 없는 공백 또한 얼굴이라는 가장 긴밀한 영역을 차지하는 요소이다. 빈 공백은 제자리를 잃은 선과 색채가 운동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상반될 수도 있는 극한의 감정이 하나로 보일 수 있는 것은 몸 자체가 '뫼비우스 띠같이'(엘리자베스 그로츠) 연결된 하나의 표면이기 때문이다. 욕망으로 요동치는 '리비도적인 표면'(리오타르)들은 고체적인 명료함이 아니라 액체, 또는 기체적인 유동성으로 가득하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유동성 자체가 인간의 열망과 갈망을 표현한다. 이준형의 작품 속 인간들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떨어지거나 깨지는 등 무질서도를 증가시키는 변화의 와중에 있으며, 작품을 제작하는 빠른 속도 또한 변형을 생성과 중첩시키기 위한 것이다. 상이한 배치를 통해 경계 위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이행의 과정에 몰두하는 그의 작품에서, 체액과 물감을 구별 지을 수 없는 장은 '힘의 무상 유출이자 대가없는 지출'이 행해지는 '육체의 유체역학'(알폰소 링기스)이 작동되는 장이다. ■ 이선영

Vol.20120927e | 이준형展 / LEEJOONHYUNG / 李俊亨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