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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주 블로그_blog.naver.com/juice12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7:00am~09:00pm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HOAM FACULTY HOUSE GALLERY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239-1번지 1,2층 전관 Tel. +82.(0)2.880.0300 www.hoam.ac.kr
한눈에 강한 인상을 주며 관객의 이목을 끄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첫인상은 강하지 않아도 은근한 매력을 풍기며 곁에 두고 오랜 기간 감상하고픈 그런 작품이 있다. 내게 송윤주의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 한 순간에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강렬한 색채도, 요란하고 현란한 형상의 이미지도,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화제(畵題)도 없다. 하지만 송윤주의 작품은 편안함, 고요함, 겸손함, 숭고함, 은근함 등의 매력으로 정적이지만 어느 순간 관객의 마음에 들어와 파장을 일으키는 그런 힘이 있다. ● 무수한 선들로 형성된 단색조 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소(素)"연작. 실타래 혹은 종이 뭉치처럼 보이는 일련의 '비결정적 형상'을 화면 가득히 채운 "소-상(素-象)" 그리고 "소(素)-풀기"연작. 한자의 초기서체인 전서체를 이용하여 다양한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문자"연작. 그리고 별들이 움직이는 궤적을 화면에 옮기며 복선의 원형과 곡선으로 형상화 한 "별길"연작. 이렇게 송윤주의 작품은 현재까지 크게 네 가지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소(素) ● 백색의 바탕 위에 가는 선들로 가득 채워진 단색조의 면들이 불규칙하게 겹쳐있다. "소(素)"연작을 제작하기 위해 송윤주는 먼저 화면에 백색의 안료를 입히는 작업을 수십 차례 반복하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견고한 백색의 층위를 만든다. 이렇게 다듬어진 화면에 미리 스케치한 형상을 그려 넣은 후, 송곳이나 나이프로 화면을 긁어내고, 뭉개거나 문질러 주면서 다시 그 형상을 없애는 행위를 반복한다. "소(素)"연작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점차 형상은 사라지고 붓질의 흔적과 형적(形跡)만이 무수한 선(線)으로 남아 완성된다. "본인의 작업에서 선(線)은 붓에 의해 그려지는 것이 아닌 형상을 지우면서 남는 흔적에 의해 형성된다...이번 작업은 내 스스로를 눈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욕심의 결과물이다." (송윤주) "소(素)"연작은 선에 선을 더하여 완성하는 일반적인 회화 작품과는 정반대로 이미 만들어진 형상을 다시 긁어내고 문질러내는 제작 방식에 의해 완성되는데, 이러한 제작 방식은 끊임없는 비움과 덜어냄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과 대면하고자하는 송윤주의 미적 제스쳐이다. 결국 지우고 뭉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는 흔적은 무엇이 형상이며 어디가 배경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게 된다. 비움과 덜어냄의 과정을 통해 본질적 자아를 탐구하는 송윤주의 자기수양적 제작 방식은 화면에 형상이 만들어지고 또 그것이 지워져 결국 바탕(素)으로 돌아가는 순환적 과정이다. 송윤주는 이러한 의미에서 '바탕', '흴', '정성', '처음', '부질없는' 등의 의미를 가지는 한자 "소(素)"를 작품의 제목으로 삼았다.
소-상(素-象), 소(素)-풀기 ● 송윤주는 그동안의 지우기 작업에서 나아가 '비결정적 형상'을 화면에 채우는"소-상(素-象)" 그리고 "소(素)-풀기"연작을 시도하였다. 이들 연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형상은 얼핏 보아 실타래 혹은 종이 뭉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이 무엇을 형상화 한 것인지에 대한 단서는 작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해석의 단초는 "소(素)"연작과 마찬가지로 그 제작 과정에 있다. 송윤주는 종이를 잘게 자르고 그것을 다시 뭉쳐 우리가 그녀의 작품에서 보는 일련의 오브제들을 실제로 제작하는데, "소-상(素-象)", "소(素)-풀기"연작에서 나타나는 물체들은 이렇게 그녀에 의해 제작된 실제 오브제를 사실적으로 화면에 옮긴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소-상(素-象)", "소(素)-풀기"연작들은 극사실주의 회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는 관객에게 있어 화면의 물체는 관객 저마다의 관념 속에서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각기 다른 형상에 대한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 화면 속에 사실적으로 묘사된 종이뭉치. 하지만 관객에게는 저마다의 연상 작용에 따라 또 다른 무언가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화면 속의 종이 뭉치, 그리고 관객의 인지와 관념 속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상(象). "소-상(素-象)" 그리고 "소(素)-풀기"라는 화제(畵題)는 바로 실제 형상과 그것이 관객에게 전달되어 관객이 풀어내는 관념적 형상의 관계, 그리고 그 과정을 의미한다.
문자연, 문자산수 ● "소(素)"연작이 자신의 참모습을 만나기 위해 자신을 비우고 덜어냈던 자기 수양적 작품이었다면, "소-상(素-象)", "소(素)-풀기"연작은 화면 속의 규정할 수 없는 물체를 통한 관객과 송윤주의 조심스러운 소통이었다. 이후 송윤주는 더 나아가 "문자"연작을 통해 작품 속에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으며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문자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표기와 의미가 결합된 일종의 기호체계이다. 이러한 점에서 기호학자 소쉬르는 언어를 '기표'와 '기의'로 구분하여 그 구조를 이해하기도 하였다. 송윤주는 "문자"연작에서 기표로서의 문자가 가지는 조형성, 그리고 그 기표가 내포하는 의미에 주목하여 시각적, 내용적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여기에 송윤주는 한자의 초기서체인 전서체를 차용하였다. 상형문자인 한자는 실제 문자가 가지는 의미와 그 문자의 시각적 혹은 조형적 연결 고리가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전서체는 한자의 여러 서체 중에서도 회화적 성격이 매우 강한 원시서체이다. 송윤주는 이러한 전서체의 회화적 특징을 이용하여 표기(기표)로서 문자가 가지는 조형미와 그 표기가 가지는 의미(기의)의 관계성을 조합하여 시각적 내러티브와 내용적 내러티브를 동시에 관객에게 전달한다. "문자연"과 "문자산수"연작은 이러한 형식으로 만들어진 송윤주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에 대한 내러티브이다.
별길 ● 송윤주는 최근 "별길"연작을 새롭게 선보였다. 별들이 하늘에서 선회하는 궤도를 화폭에 옮겨 제작하는 "별길"연작. 별들의 궤적은 화면에서 복선의 원과 곡선으로 중첩되어 나타는데, 이러한 "별길"연작은 송윤주가 초기작품인 "소(素)"연작에서부터 얘기하였던 순환적 세계관의 미적 표현이다. "바탕위에 그려진 형태를 없애고 다시 처음의 바탕지로 돌아가는 순환적 행위를 통해 '素'의 개념을 구현한다." (송윤주) 하늘의 별들은 태초부터 정해진'별길'을 따라 현재까지 쉼 없이 순환하였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선회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 공간은 그렇게 처음에서 다시 처음으로 순환한다. 비움을 통해 본래 자신의 바탕(素)으로 돌아가고자 하였던 "소(素)"연작에서 보인 송윤주의 순환적 우주관은 "별길"연작에서 적극적으로 발현되었다. 우주의 순환적 질서와 그 순환적 궤도에 남겨지는 흔적들. "별길"연작은 우주의 움직임이자 우리의 삶, 그리고 송윤주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비움과 덜어냄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비우고자 했던 "소(素)"연작, '비결정적 형상'을 화면에 채우며 관객과의 소통을 조심스럽게 시도하였던 "소-상(素-象)" 그리고 "소(素)-풀기"연작, 한자의 조형성과 그 의미를 이용하여 자신의 인생관과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 했던 "문자"연작, 그리고 별들의 궤적을 통해 자신의 순환적 우주관을 담아낸 "별길"연작. 이러한 작품양식의 전개는 송윤주의 그간 인생의 행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며 자신을 단련하고,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를 통해 새로운 삶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또 다른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차례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과의 소통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자기 수양적 작품으로 출발하여 점점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내고 관객과 소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작품 형식의 변화. 이러한 작품의 변화가 그동안 송윤주가 걸었을 인생여정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 고홍규
Vol.20120910g | 송윤주展 / SONGYUNJU / 宋倫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