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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713_금요일_05:00pm
후원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_성북예술창작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맺음 Gallery_Ties 서울 성북구 종암동 28-358번지 성북예술창작센터 2층 Tel. +82.2.943.9300 cafe.naver.com/sbartspace
내 나이 마흔.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3시간 동안 여자친구의 오버나이트용 면 생리대를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남자가 눈에 보이고, 센 척, 잘 난 척, 문자 써대는 남자의 다치기 쉬운 마음이 보인다. 작고 힘 없어 보였던 외할머니의 버선에 박힌 반복되는 꽃무늬를, 나의 다친 마음을 위로하고자, 한 땀 한 땀 재현하면서 열 여덟에 시집 와 뼈가 빠지게 노동을 하면서도 80년이 넘게 살고 계신 외할머니가 정말 강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만든 레이스 꽃들은 여리고 다치기 쉬운 나와 당신 앞에 놓는 헌화이다.
10년 전 내가 살던 집과 친구가 살다 떠난 집을 시뻘건 실로 잇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자신은 얇고 가느다란 하얀 실로 자신의 집과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을 잇고 되감아 그 실로 레이스를 떠서 부엌 천정에 붙여놓았다고 말했다.
산비탈을 파 지은 집에 한 소년이 살았다. 앞 집에 살던 할머니가 이사를 가면서 소년의 어머니에게 작은 나무를 한 그루를 주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이 나무를 마당에 싶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자랐다. 소년도 자랐다. 그러나 소년의 집은 자라지 않았다.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어머지가 돈을 벌러 나갔고 급기야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말았다. 이 동네에 제일 좋았던 이 집은 점점 낡아 쓰러질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집을 고칠 여유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보다 높이 있던 찻길에 차가 집 쪽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하마터면 차에 깔려 집이 부질 뻔 했다. 그러나 그 차는 수 십 년 전 앞 집 할머니가 주어 심은 나무에 걸렸다. 덕분에 집은 무사했고 차를 몰고 가던 사람이 담을 튼튼하게 고쳐주었다. (전시장에 설치된 레이스 나무는 소년의 집을 구해 주었던 나무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설치했다가 옮겨왔다.)
유난히 큰 새 소리에 일찍 잠에서 깼다. 잠자리에서 창 밖을 보는데 창 옆에 걸린 새 드로잉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 전 아침 산책 길에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던 새를 그렸었다. 내가 그린 그 새가 나를 부르는 듯 했다. "어서 와. 어서. 나를 보러 오라고." 꼭 가야 할 것 같아서 그 새를 그린 곳으로 달려갔다. 있다 해도 알아 볼 리 없을 수 년 전 그린 새를 찾아 셔터를 눌러댔다. ● 돌아와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는데 갑자기 누가 들어와 필름이 빛에 노출되어 흑백사진에 희끗희끗한 부분이 생겼다. 자신이 살았던 곳의 온전한 재현도 허락하지 그 새는 무엇이었을까? ■ 정원연
Vol.20120713d | 정원연展 / CHUNGWONYEON / 鄭園燕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