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0˚ 공간 0˚

이명아展 / LEEMYOUNGA / 李明娥 / painting   2012_0627 ▶ 2012_0710

이명아_Space 0˚ #1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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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30am~06:30pm

갤러리 라이트 gallery LIGHT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7번지(인사동길 11-1) 미림미술재료백화점 2층 Tel. +82.2.725.0040 www.artmuse.gwangju.go.kr

공간 영도 ● 이명아의 작업은 시지푸스의 신화처럼 구조의 한계에서 오는 무력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구조의 절대적 견고함이 결국 창이 없는 닫힌 공간으로 나타나고 어디에서도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숨 막히는 고요를 만들어낸 것이다. 작가를 따라 여기에서부터 시작해보자. ● 막힌 문과 끊긴 계단, 화면 전체를 덮고 있는 무채색과 함께 낯선 울림을 주는 그 공간은 작가의 심리적 경계를 보여주는 완벽한 폐쇄로 제시된다. 숨을 쉬는 것조차 불안하다. 시간 또한 정지된다. 정적과 침묵으로 잠식된 회색 안 어디에도 외부는 없다. 소외는 극을 향해 치닫는다.

이명아_Space 0˚ #2_캔버스에 유채_145.5×112.1cm_2012
이명아_Space 0˚ #3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2

그녀의 최근 작업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화석화된 닫힌 공간 안에 다른 차원의 공간을 열었다는 점이다. 출구가 생긴 것일까? 깊이를 알 수 없는 침잠의 공간에서 소통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까? 이전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것보다 더욱 구체적인 형태로 공간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 출구는 알 수 없는 엉뚱한 공간으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공간감을 흔들어 놓는다. 그것은 새로운 공간이 드러나는 순간임과 동시에 우리 인식 안에 있던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공터, 계단, 구조물, 분리선, 횡단선, 문, 커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침묵의 시간으로부터 이제 어떤 단절을 준비하고 있는 전초의 계시물로 보인다.

이명아_Space 0˚ #4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2
이명아_Space 0˚ #5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2

내부에서 창을 통해 외부를 보고 있을 때, 창이라는 경계를 통해 본 외부는 그 창 밖의 세계와 창 안의 세계를 나누며 현실이 연속되지 않는 또 다른 현실의 느낌을 우리에게 부여한다. 창문 뒤에 안전하게 있을 때 외부의 대상은 또 다른 양상으로 전치된다. 그것은 비현실적인 어떤 풍경으로 생경하게 다가온다. 나는 객관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관찰자로서 외부를 보게 되고 그 때의 외부는 그대로 보여 지는 외부가 아닌 허구적인 것으로, 공간의 틈새로, 비장소로 다가오게 된다. 우리는 벽이나 담을 쌓고 내부를 만들자마자 외부에서 관찰할 때 볼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내부에서 우리의 환상을 통해 대상에 거리를 두고 보게 되는 것이다. 그 공간은 오직 우리의 욕망이 접합될 때라야만 가능한 것이 다. 환상의 대상은 환상 장면 그 자체이며 그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목격하는 불가능한 응시이다. 몇 마디의 말로, 혹은 몇 가지의 금지로, 몇 가지의 장치로, 불가사의하게도 그 공간은 환상의 공간으로 변형되며 공간 자체를 다른 장면으로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이명아_Space 0˚ #6_캔버스에 유채_90.9×65.1cm_2012
이명아_Space 0˚ #8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2

익숙한 공간이 갑자기 낯선 공간으로 인지되는 섬뜩함, 숱하게 지나다녔던 그 길이 순간 전혀 알 수 없는 길처럼 느껴질 때의 공포, 그 비현실감은 상징적 세계에서 문득 자신의 장소를 상실했음을 나타내며 우리 앞에 완벽하게 존재하는 상징적, 구조적 현실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틈'이다. 의미가 사라진 세계 속에서의 표상이 의미의 간극을 드러나게 할 수 있다. 이 간극이야말로 객관적으로 빈 것을 감추려는 허상으로 존재하던 공간을, 위협적으로 내게 다가오는 주관적 공간으로, 사건이 개입되는 오점으로서의 공간으로 드러남을 말해주는 것이다. 하나의 공간이 허물어지고 또 다른 공간이 발생하는 사건, 이것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있는 틈새와 공백이 가진 가능성의 사건이며 이때 공간 속의 구조물과 사물들은 주체의 응시를 위해서만 '거기에 있었음'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단일한 폐쇄적 공간에서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상력이 잠재하는 공간으로의 변환은 반드시 이전 공간을 무력화하는 폭력적 붕괴와 폐허 속에서만 가능하다. 이것이 이명아가 이야기하는 영도의 공간이다. 기존의 공간(인식)을 규정하던 것들을 비판하고 성찰하며 그 공간에 저항하고, 우리가 알던 기준들을 파괴하고 맨땅의 상태로 만드는 것, 이때라야만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대상과 자신을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닫힌 공간을 재규정하는 주체로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 재배치된 인위적 공간, 현재의 공간에서 제3의 공간으로의 이접, 장소를 삼키는 기괴한 어둠과 불길한 그림자, 부유하는 집, 시점이 이동하는 출구, 부분이 삭제된 구조물, 횡단을 가로막는 정지선. 이명아의 작업은 구조화되어 있던 운명적 공간을 해체하고 재규정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실체변환시킨다. 이는 폭력적인 상상력으로부터 새 질서를 틀 지우는 공간규정이며 인식의 틀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가능성을 열어젖히는 과정일 것이다. 폐허 속 영도에서 출발하는 상상력을 통해 규정한 공간이 다시 무너지고 또 다시 다른 차원의 공간을 세우는 지난한 과정의 반복이야말로 작가의 소명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 에꾸리

Vol.20120628f | 이명아展 / LEEMYOUNGA / 李明娥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