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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홈페이지_sanghee-park.com 인스타그램_@sanghee_park_art
초대일시 / 2012_0620_수요일_05:30pm
기획 / 김신애_이수빈 교육 / 고길진_박신진
관람시간 / 10:30am~08:00pm
인천신세계갤러리 INCHEON SHINSEGAE GALLERY 인천시 남구 관교동 15번지 신세계백화점 5층 Tel. +82.(0)32.430.1158 department.shinsegae.com
환영(幻影), 그리고 환영(그림) 그 너머 ● 나의 작품의 제작 과정은 플라스틱 씨트지를 캔버스에 붙이고 칼로 형태를 따 오려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미지가 전달하려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씨트지가 오려지고 붙어있던 작은 조각들이 부조의 평면처럼 굴곡과 입체감을 표현하는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는 명암이나 원근에 의한 상(像)을 통한 고전적인 회화의 기법을 따르지만 그 이미지를 따고 밀도를 올리는 작업은 씨트지의 오려진 패턴들이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한 화면에서는 원근을 따르는 눈과 패턴의 평면성을 보는 이중의 레이어(Layer)를 경험하게 된다. 그림에서 울퉁불퉁한 씨트지의 조각들은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면 볼 수 있는 재현적 이미지와 다르게 비 재현적인 조각들로 분리된다. 이 조각들은 재현적 이미지에서 주는 일방적인 전달과 재현 대상의 제시와는 달리 감상자들에게 손을 들고 만지고 싶게 하는 촉각적 반응을 일으키게 한다. 시트지(sheet)를 붙이고 오려 그 조각들이 남겨져 보여지는 화면에서 풍경은 조각들로 나뉘어져 원근으로 쫓아가는 우리의 눈을 흩어놓는다. 조각들로 오려진 시트지의 표면은 그림의 이미지 상(像)을 담아내느라 숨겨왔던 매체의 본성을 드러낸다. 그림은 캔버스 화면 위에서 새로운 환영(illusion)을 제시하지만 표면이 뚫어지고 벗겨지고 구멍나면서 우리 눈 속의 잔상은 그림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 순간 '이게 그림이지!'하면서 환영으로 빠져들어가는 이성을 현실세계에 붙잡아 둔다. 시트지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그림의 표면은 그동안 이미지에게 양보했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재료의 물성(物性) 그 자체로 관객과 대면하게 된다. 시트지의 물질감 즉 실존감은 그림을 마주대하는 이에게 현실의 공간을 인식하게 하고 환영(illusion)과 현실 사이에서의 혼돈을 경험하게 한다.
B급 영화의 상상력을 품고 있는 '인천' ● 오랫동안 내 작품의 주제이자 작업 소재로 등장했던 '인천'은 다양한 층위의 시간을 담고 있어 끊임없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장소이다. 인천은 서울과 한 시간 남짓 떨어져있지만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것처럼 금새 과거로 우리를 데려가 변두리의 삶들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도시이다. 한국에 사는 우리의 현재시각은 서울 특별시 강남구에 맞추어져 철저히 위계적 시간을 살고 있다. 강남과 멀어 질수록 더 느리고 더 구차한 삶을 사는 것처럼 사회는 끊임없이 비교하게 하고 그곳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절망과 갈망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TV속 광고는 계속해서 유토피아의 매력을 발산하며 아파트, 대형마트, 빌라, 자동차, 휴대폰 등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균질화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 서울과 서울을 닮아가고자 하는 수 많은 유사서울들 속에서 문화의 자생력을 맥없이 놓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이런 의미에서 난 'B급 영화'의 문화 자생력, 새로운 스타일(양식)을 만들어내는 힘과 인천과 같은 위성도시들이 갖고 있는 제한된 조건에서 살아남는 거친 삶의 흔적들이 상당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본다. 항상 변화하는 예술형식은 다양한 삶 자체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인천'에 대한 탐구는 도시의 위계적 서열이 존재하는 재미없는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도시찾기,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하는 살아있는 공간에 대한 제발견이라 그 의미가 더 뜻 깊다. ■ 박상희
Vol.20120619f | 박상희展 / PARKSANGHEE / 朴商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