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경로 그리고 경계

박성환展 / PARKSEONGWHAN / 朴聖煥 / painting.installation   2012_0613 ▶ 2012_0704 / 일,공휴일 휴관

박성환_경계 파내기_낙엽송 합판에 직소컷팅, 워싱페인트, 색연필_ 122×122×3.5cm(8각 패널)_가변크기_2012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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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61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09:00am~08:00pm / 토요일_10:00am~03:00pm / 일,공휴일 휴관

포스코미술관 POSCO ART MUSEUM 서울 강남구 대치4동 892번지 포스코센터 서관 2층 Tel. +82.2.3457.1665 www.poscoartmuseum.org

지도에 드러나는 멈출 수 없는 작업의 궤적 ● '신발, 경로 그리고 경계' 전시는 박성환 작가가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의 행위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그 행위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가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계속 모색하고 있는 그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하여 작가자신을 상징하는 신발은 작가가 계속 걸어 다니고 있음을 의미하며, 경로는 작가가 작업을 즐기는 과정,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때 작가가 이 행위를 보여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는 지도이다. 실제 지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머리 속에서 그린 지도 이미지가 사용되기도 한다. 둘 간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지도자체보다는 작가의 행위가 어떠한 루트를 통해서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계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의 지도 안에 분할되어 영역을 다시 짚어보는데 필수적이다. 특히 경계를 지워 버림으로써 기존의 지도에서 나타나는 길들은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된다. 즉 계획적인 길도 그 경계가 사라지면서 자유로운 프리핸드 드로잉처럼 보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은 작가가 계속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 어떠한 특정 계획에 의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와 같다기 보다는 작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과정 중 하나인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특정한 나라의 지도를 사용한다고 해서 세계화라는 주제 아래 정치적인 의미를 담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보다는 박성환 작가가 작업에 임하는 태도는 오히려 무정치적이고 놀이적이며 파편적이다. 작가는 지도를 파편화하고 지도 조각들을 분리하여 다시 조합한다. 방랑자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경험했던 경로들과 그의 머리 속에 그린 경로들이 아이의 놀이처럼 이리 저리 여러 오브제들을 맞춰보면서 시각화한다. ● 작가는 이 시각화 작업 과정에 있어서 종이보다는 목재를 사용하고 자신이 경험한 경로를 손으로 그리기보다는 새긴다. 그리고 지도를 잘라내거나 또는 경로의 느낌을 주는 전선과 같이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산업 부산물을 사용한다. 마치 손으로 그려내면서 생각이 걸러지거나 조정되기 보다는 재료가 주는 생생함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작가는 종이 위에 그리기 보다는 낙엽송이라는 나무 목재를 사용한다. 낙엽송이 가지고 있는 등고선 같은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지역, 더 나아가 특정 영역의 경로들을 나무 위에 새긴다. 종이가 아닌 나무 위에 트리머란 기계를 사용하여 새김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전환시킨다. 종이에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작업을 할 경우는 계속 무언가를 부가적으로 칠하고 변경하기 때문에 작가는 생각 자체를 종이 위에 옮긴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한번 그 경로를 그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료와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새기는 과정을 통해 그의 머리 속에 그려졌던, 경험했던 경로들은 시각 이미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마치 발자취가 한번 생기면 다시 돌이킬 수 없듯이 한번 새겨진 경로들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작가의 생각에 의해 다시 조정될 수 없다. 관념 속 경로가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작가의 말처럼 '전환' 되는 것이다. ● 생각을 옮기기 보다는 다른 형태로 전환하기를 원한 작가는 나무를 이용한 작업 방식 외에 가능한 오브제,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거나, 질감을 만든 종이 위에 스캔을 한 오브제 이미지들을 사용한 디지털이미지를 프린트한다. 이 작업방식은 작가가 걸어 다니면서 느꼈던 자유로움을 작가에게 다시 주며, 그 전환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작가는 또 다른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박성환_이미지와 시간 그리고 경로_ 낙엽송 합판에 음각, 워싱페인트, 콜라쥬, 유토, 투명우레탄_가변크기_2012
박성환_경로의 흔적_낙엽송에 음각 페인트_80.5×80.5×3.5cm_2012

「이미지와 시간 그리고 경로」(2012)는 이와 같은 전환을 보여준다. 등고선처럼 보이는 낙엽송 목판의 옹이와 결로 인해 전체적으로 지도처럼 보이게 한다. 그리고 경로들이 지도 속 경로들처럼 그 위에 파여 있다. 그것들은 마치 자유로워 보인다. 경계는 사라지고 보는 이도 작가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로 보이는 이미지가 있기에 그 경로들이 그것과 상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만을 할 뿐이다. 그 경로가 우리나라의 일부분일 수도 있고 세계 지도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 8각형 나무 판이기에 어디가 남쪽이고 북쪽인지도 모른다. 나무 결들은 등고선처럼, 위도와 경도처럼 나타나고 다양한 크기의 신발들이 경로들의 시작이나 중간에 있기도 하고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서 어떤 목적 없이 정처 없이 열심히 돌아다녔을 신발의 노정을 상상하게 한다. 「경로의 흔적; 경계가 없어진 영국」(2012)에서도 균등한 면들로 이루어진 8각형의 형태로 인해 영국의 철도와 해로들은 국경이란 한계 없이 새겨져 있다. 직선으로 새겨진 해로들은 쭉쭉 뻗어나가 프레임을 넘어서 확장하며 자유롭게 그린 것처럼 보이는 영국 철도 또한 어떤 제한 없이 계속 이어갈 것처럼 보인다.

박성환_틀 안의 세계_낙엽송 합판, CNC 컷팅, 투명우레탄_120×120cm×4(12각 패널)_2012
박성환_신발, 경로 그리고 경계_젯소칠한 크래프트지에 잉크젯 프린트_198×300cm_2012

8각에서 12각으로 늘어난 12각형의 「틀 안의 세계」(2012)는 점점 더 원에 가까워지고 경도와 위도로 보이는 선들이 새겨져 있어 지구본에 가깝다. 작가는 이제 이 다각형의 형태를 조금씩 돌려 겹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든다. 즉 지구본처럼 보이던 형태는 9개의 디지털 프린트로 이루어진 「신발 경로 그리고 경계」(2012)에서는 어느새 혹성처럼 화면에 등장한다. 작가가 자신의 관념 속, 경험 속 경로가 시각 언어로 전환되면서 만들어진 경계가 없는 세계들이 하나의 화면에 모이면서 또 다른 세계가 만들어진다. 경로를 상징하는 전선 뭉치들,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신발들, 모노레일 전차로 보이는 운송수단, 그리고 작가의 여정을 함축한 경계 없는 세계는 이제 훨씬 더 큰 지도 위에 총망라되어 있다. 지금까지 그가 작업을 해온 여정이 지도라는 은유를 통해 표현되고, 작업의 과정은 그가 걸어 온 자취를 시각화하면서 드러낸 것이다. 그가 돌아다닌 세계를 보여주는 등고선처럼 사용된 나무 옹이와 결은 작업의 과정을 거쳐 전혀 다른 이미지로 태어난다. 이처럼, 박성환 작가가 작품 제작에 임하는 태도가 그의 작품 형태를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태도 자체를 기록하여 그것이 작품이 되는 형태를 띠지는 않는다. 걸어다니는 행위를 기록한 자체가 작품이 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작가를 자유롭게 하는 걸어다니는 행위, 즉 지금까지 꾸준히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의 태도를 시각화하는 과정(경로)을 통해 전환되고, 변형되면서 작품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 유영아

Vol.20120614i | 박성환展 / PARKSEONGWHAN / 朴聖煥 / painting.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