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환展 / PARKSEONGWHAN / 朴聖煥 / installation   2010_0806 ▶ 2010_0902 / 월요일 휴관

박성환_흩어지고 재배열된 지도_직쏘로 재단된 낙엽송에 워싱페인트, 우레탄 바니쉬, 평면설치_190×144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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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806_금요일_05:00pm

2010 창작지원작가 박성환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김종영미술관 KIM CHONG YUNG SCULPTUER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동 453-2번지 3전시실 Tel. +82.2.3217.6483 www.kimchongyung.com

1. 작품 형성과정-길동 as a text ● 지하철 굽은다리역을 빠져나온 나는 길2동 삼봉길에 들어서고 있다. 길 좌우에는 상가들이 즐비하고 간판들은 각양각색이다. 시점도 형태도 제각각이며 나로 하여금 매번 새로운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이 곳 간판의 상호는 이제 나에게 친숙하다. 직접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삼봉길 주변의 상가 위치와 상호명을 다 외우고 있다. 나의 기억 속에 얼개처럼 자리 잡은 상호명은 내가 작업실에 오고 가는 동안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을 놓치지 않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양한 아이디어, 계획, 나의 관점에 관한 생각 등이 그 간판이름들의 얼개 사이사이에 자리 잡는다. 간판의 상호명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텍스트 구조가 태어난다. 실제 현실에서는 텍스트, 이미지, 상품, 가게의 평판, 그리고 사람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지만 그것에 익숙해지는 순간부터는 각각의 맥락이 파악되고 그 맥락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맞물려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 어떠한 틀을 형성하고 있는 가에 관심 갖게 된다. 우리가 어딘가로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접하는 새로운 것들이 파편처럼 기억 속에 남게 되지만, 그 곳을 계속해서 방문했을 때, 우리의 인식 속에서는 그 부분의 파편이 모여 이루는 전체적인 구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 그리고 그 구조는 이 후 다른 곳을 방문할 때도 여전히 살아 있으면서 나의 세상을 보는 관점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길동의 상호명은 하나의 출발점이며 이로부터 나는 새로운 텍스트의 구조, 공간, 맥락을 구체화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길동 삼봉길의 주요맥락은 '빈 집-임대문의'이다.

박성환_지도의 재배열_가변설치_2010
박성환_지도를 뚫고 나오는 비행기_가변설치_2010

행위로서의 맵; 맵핑 ● 지난 1999년에 했던 작업 '남산가는 길'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한 나의 관심을 실제화시킨 첫 번째 작업이었다. 그것은 서울의 남산 회현동 주변의 실제 안내간판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와 재배치시키는 작업이었다. 현실세상에서 전시장 안으로 이동해 온 간판은 현실의 작은 일부였던 속성에서 그 자체로써 주목받는 대상이 된다. 간판에 여전히 남아있는 길을 안내하는 기능에서 관객들은 텅 빈, 순수한 이동 자체를 목격하게 된다. 맵map은 명사이기도 하지만 동사로서 행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나는 후자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진행형인 맵핑mapping이란 단어를 선택하였다. 이 번 길동맵핑에서 하나의 간판은 한 건물 안에 입주해 있는 상점들의 집합이다. 실제 전시장에서 보게 되는 39개의 간판은 벽면에 투사되는 영상과 재구성되어 텍스트의 일부를 떼어낸 것처럼 보인다. 세상 속에서는 빠르게 보고 지나치던 것들이 이제는 그 자체를 응시해야하는 대상이 되었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은 그 간판들의 얼개 속 사이 사이로 들어가 스스로 간판 텍스트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지도를 체험mapping하게 된다.

박성환_팔각형 위의 지도들_각목, 포맥스, 폼막대_130×130cm_2010
박성환_흩어지는 Infographics_신문지도_캔버스에 안료, 펄가루, 바인더, 영상 프로젝션_122×160cm_2010
박성환_Seoul-Berlin_알루미늄 간판에 영상 투사_가변설치_2010

이동하는 신발장수 ● 길동 삼봉길 주변에서 아직 개업하지 않은 업종은 신발을 파는 상점이다. 내가 이 공간의 맥락에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신발장수가 아닐까 상상해 보았다. 사실 나는 이 곳 사람들에게 invisible하다.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해 한다. 때로는 지저분한 작업복으로, 때로는 말끔한 사무직원풍의 옷으로 다니는 나에 대해 그들에게 예술가, 작가라는 직종을 이해시키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틀 밖으로 나를 더 밀어내는 것이다. 이곳의 맥락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신발장수로서의 나를 생각하였다. 삼봉길을 지나가는 여러 봉고트럭행상들의 확성기 소리들에서 굴비, 고등어, 사과, 알타리무 등을 지우고 대신 신발을 갖다 붙인다. 소규모 상점, 물건을 파는 것이 이곳의 맥락이라면, 나도 그 맥락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다.

박성환_지도를 뚫고 나오는 비행기_가변설치_2010

2. 틀해체된 오브제들- Deframed Objects ● Deframe(틀해체)이라는 키워드로 나는 이번 전시를 시작하려 한다. Deframe은 다음의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실제화 된다. 첫째로는 부분조각들의 재배열로서의 Deframe이다. 일반적으로 부분으로서의 조각은 전체적으로 결합된 틀을 최종 완결로 봤을 때 불완전의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각 조각들을 이 미래의 완결틀로부터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분 조각들 각각이 완결체가 되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우선 전 세계의 각 나라들을 퍼즐조각처럼 만들고 그것을 원래의 위치와는 다른 곳에 배열한다. 재배열을 반복했을 때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지도라는 통합적인 틀은 없어지게 되고 각각의 독립된 영역 들 간의 관계로서 세계지도는 존재할 뿐이다. 둘째는 내용물 없는 틀, 빈 간판이다. 첫 번째 방식이 틀을 없애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오히려 틀 안의 것을 없애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틀 안을 채워주는 내용물들이 사라지거나 망가졌을 때 그 틀은 또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길거리의 간판을 정형화시킨 사각의 알루미늄 프레임은 더 이상 글자나 기호를 가지고 있지 않게 된다. 알루미늄 프레임 안의 글자들은 없어지거나 파괴되고 간신히 매달려 있을 뿐이다. 정보들, 기호들은 너무나 가벼워진 알루미늄 프레임으로부터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 정보, infography로서의 지도들, 무수히 많은 사각형의 빈 간판들, 그 틀들의 해체. 또는 그 내용물의 없앰. 나에게 틀해체(Deframing) 작업은 무질서의 혼돈이 아니라 균형잡힌 긴장의 질서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다. 그것은 통합된 전체로서의 세상이 아니라 독립된 부분들이 관계맺는 세상이다. ● 결국, 나는 관객들에게 개념 폭발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 내 머리 속에 가득 찬 수 많은 정보의 틀들, 그리고 그 안에 채워진 내용물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분출되는 그 순간을! ■ 박성환

Vol.20100809c | 박성환展 / PARKSEONGWHAN / 朴聖煥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