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才주

신찬식展 / SHINCHANSIK / 申燦湜 / painting   2012_0411 ▶ 2012_0508

신찬식_님도보고!뽕도따고!_수묵, 수간채색_70×50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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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2_0411_수요일_06:00pm

기획 / 갤러리예담 컴템포러리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_10:30am~8:00pm

갤러리 예담 컨템포러리 Gallery yedam Contemporary 서울 종로구 삼청동 26-2번지 Tel. +82.2.723.6033

제주에서 才주 부리다 ● 담담하고도 호방한 수묵으로 표현된 제주의 풍경들 사이에 혜원 신윤복의 화폭 속 인물들이 제주 여행을 나섰다. 제주도의 명소인 일출봉, 천지연 폭포 등에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사내와 장옷을 쓴 여인이 있다.(「일출봉은 나중에!」,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이들의 목적이 여행인지 연애인지 알쏭달쏭한 상황 설정이 바로 알록달록한 한복 색처럼 밝고 쾌활한 청춘의 모습이다. 『제주재(才)주』는 혜원 신윤복, 단원 김홍도 등의 조선시대 후기 풍속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는 신찬식 작가의 제주도 신작 전시이다.

신찬식_심화학습!_수묵, 수간채색_70×47cm_2012
신찬식_심화학습!_수묵, 수간채색_70×47cm_2012_부분

전통적으로 동양에서의 산수는 대자연 혹은 우주의 원리로서의 메타포로서 여겨져 왔다. 이런 연원에서 인간의 현실생활을 자연 속에서 영위하는 것은 동양인의 생활 이상(理想)이었고 산수화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제작되기 시작했다. 송(宋)의 곽희(郭熙, ca.1020-ca.1090)는 『임천고치(林泉高致))』에서 산수를 네 종류로 구별하였다. "산수화에는 한번 지나가 볼 만한 것, 멀리 바라볼 만한 것, 놀아볼 만한 것, 살아볼 만한 것 이 네 가지가 있는데, 이를 다 갖추면 묘품(妙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중에서도 놀아볼 만한 것과 살아볼 만한 것은 일품(逸品)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첫 번째의 지나가면서 보는 것과 두 번째의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서의 풍경보다 세 번째의 거기에 놀고 네 번째의 거기에 사는 것으로서의 산수가 더 큰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찬식의 작업은 제주도의 절경과 소소한 경치 사이에서 짙은 애정행각을 벌이는 등장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말 그대로 산수 속에서 인물들이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안보여!」, 「석상...속상!」은 일품 중에서도 참으로 발칙한 일품이라 볼 수 있겠다. 사실 신찬식의 작업은 송대(宋代)와는 여러모로 상황이 다른 현대적인 작업이어서 곽희의 전통적인 기준 잣대를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도 있겠지만 신찬식이 추구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입장에서 곽희의 기준을 재해석한다면 '발칙한 일품'이라는 평을 내리는 것도 그다지 큰 무리가 아닐 듯하다.

신찬식_석상...속상!_수묵, 수간채색_44×70cm_2012

혜원과 단원의 풍속화와 화첩 속 인물들을 패러디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인물표현이 너무도 섬세하고 애잔하여 현 시대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정서와 감정과도 서로 소통되며 자연스럽게 감정의 선이 연결 되는 듯하다. … 나는 그림으로 옛 선조들의 정서와 감성이 현재의 그것과도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보이고 싶다."고 작업 노트에서 언급한다. 신찬식은 무엇보다 일반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이별, 애닮은 사랑, 풍류, 방탕' 등에서 인간미를 느끼었고 이런 감정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적 차이를 뛰어넘어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패러디는 일반적으로 원작에 대한 풍자적 의미 혹은 원작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내는데 이 작업의 경우에는 두말할 것 없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신찬식_안보여!_수묵, 수간채색_43×66cm_2012
신찬식_안보여!_수묵, 수간채색_43×66cm_2012_부분

신찬식의 풍속화를 기반에 둔 작업은 전반적으로 현대작업과 전통작업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현대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전통적인 요소가 강하고 전통적이라고 하기엔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현대적 요소들이 불규칙적으로 산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 신작은 지난번 작품들과 비교하여 산수에 적극적으로 동적인 요소들을 첨가하여 좀 더 현대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아슬한 긴장감을 다소간 해소시켜준다. 또한 작품 자체가 가진 풍자성이나 해학성도 이전 작품들보다 강화되었는데, 특히 작품에 붙여진 제목이 한몫을 하고 있다.

신찬식_일출봉은 나중에!_수묵, 수간채색_35×74cm_2012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고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웃음과 눈물 나는 감정, 그리고 상황들...『제주才주』전은 작가의 바람대로 사람 냄새나는, 함께 웃고 눈물지을 수 있는, 인간미 있는 전시이다. ■ 박우진

Vol.20120412e | 신찬식展 / SHINCHANSIK / 申燦湜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