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shna Cutting Dust

오숙진展 / OHSUKCHIN / 吳淑眞 / painting   2012_0319 ▶ 2012_0408

오숙진_Krishna Cutting Dust展_the CUT 윈도우 갤러리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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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숙진 인스타그램_@sukchin_oh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the CUT 윈도우 갤러리 서울 마포구 서교동 411-19번지 Tel. +82.(0)2.337.1250

힌두 신화 속에는 창조와 유지, 파괴를 담당하는 세 명의 신, 브라마, 비슈누 그리고 시바가 등장한다. 그 중 유지의 신 비슈누는 각기 다른 열 명의 모습으로 세계를 찾아오는데, 각각의 화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며 한 생애를 살아낸다. 크리슈나는 그런 비슈누의 여덟 번째 화신이다. 그는 비슈누의 화신 중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신 중의 하나로, 바가바드 기타에서 전사 아르주나에게 진리의 빛을 보여주는 완전한 신적 존재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또한 아름다운 여인 라다와의 사랑 이야기에서와 같이 인간의 신에 대한 한없는 사랑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크리슈나는 진리의 현현(顯現)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잘 것 없는 우리 인간들이 감히 다가설 수 없는 그런 멀고 아득한 존재는 아니다. 가장 순수하면서도 본질적인, 사랑이라는 감성을 담고 있는 크리슈나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그런 신적 존재이다.

오숙진_Krishna Cutting Dust_캔버스에 유채_130.3×97cm_2012

나의 그림 속에서 사랑과 진리의 신 크리슈나는 이발사가 되었다. 인도에서 이발사라는 직업은 그리 고귀하거나 존경 받는 직업은 분명 아니다. 거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노상 이발소는 이발소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소박한 도구들만 준비되어 있다. 가위와 칼, 거품 브러시에 손님을 위한 작은 걸개 거울과 의자 하나가 전부이다.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는 이런 길거리 이발소에서 누가 머리를 자르고 면도를 할까 싶지만 이런 이발소의 의자는 비어있는 시간만큼이나 또 채워져 있는 시간도 많았다. 인도의 거리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런 작은 이발소들을 보면서, 또한 늘 깔끔하게 머리를 다듬고 면도를 하는 그 곳의 남자들을 보면서 이발사의 일이 참으로 매력적임을 새삼 깨닫는다. 타인의 더러움을 잘라내고, 단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일. 그것은 비단 외적인 더러움 뿐만 아니라 내면에 쌓인 오래된 먼지조차도 털어내 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결국 우리의 안과 밖은 단단하게 연결된 것이 아니던가. ● 나는 그림 속에서 크리슈나가 이발사가 되었다고 했지만, 어쩌면 이발사가 크리슈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인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들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보통의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모두가 신이라고 생각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고 소중한 것, 존재 그 자체가 곧 신이다. 주목 받지도, 특별히 존중 받지도 못한 거리의 이발사도 빛나는 신이다. 손님의 머리카락을 이래저래 다듬는 그의 분주하고 진지한 손길에서 엄숙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니 모든 이발사는 곧 크리슈나이다.

오숙진_Krishna Cutting Dust_캔버스에 유채_53×45.5cm×2_2012 오숙진_Krishna Cutting Dust_캔버스에 유채_53×45.5cm×2_2012

나와 함께 인도의 이발사 크리슈나가 서울의 어느 분주한 거리, 작은 '이발소'를 찾아 왔다. 크리슈나는 천상의 여인들 압사라의 시중을 받고 선과 악을 넘어선 존재들과 함께 있다. 힌두의 신들이 그러하듯 그에게도 여러 개의 팔이 있어, 그의 손길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 육신의 더러움을 잘라내고자 하는 이들이 그에게 모여든다. 오래도록 씻지 못해 머리가 엉겨 붙은 거지 아이도 있고, 매일의 고된 노동에 섭수룩해진 수염과 머리카락을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던 노인도 있다. 인도인들이 부를 가져다 준다고 믿는 코끼리 머리의 신 가네샤도 왔고, 원숭이 신 하누만도 끼어든다. 크리슈나, 이들의 외면의 더러움과 함께 내면의 묵은 때까지도 '싹둑' 잘라내 버리기를! ■ 오숙진

Vol.20120319d | 오숙진展 / OHSUKCHIN / 吳淑眞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