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X로서의 세계

차혜림展 / CHAHYELIM / 車惠林 / painting.installation   2011_1212 ▶ 2011_1226

차혜림_바람의 목소리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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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6:00pm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10-32번지 3층

(중략) 온 몸을 접혔다 편다. 팔을 바깥으로 굽혀 턱이 땅에 닿을 때쯤이면 깊은 숨을 들이쉬고 다시 꺾었던 고개를 펴면서 내쉰다. 익숙하지 않은 힘들이 분주한 신체를 휘감을 즈음 따라들어온 시간과 공기들이 내려가야할 위치들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접히고 펴진 몸을 일으키는 것은 살짝 각을 틀며 반짝이는 눈 조각이었다. 심연의 그려진, 깊고 낮은 표면... 아주 작은 점 하나만 튀어도 거대한 진동을 들려줄 만큼의 고요함... 이제 기대했던, 추락한 그림자를, 매번의 운석 사냥끝에 우연히 건진 검은 돌덩이 하나를, 반갑게 마주하면 될 일이다. (중략)

차혜림_두 개의 심장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탕'하는 경쾌한 소리가 리듬을 만드는 시간중이다. 두 마리의 새가 깊고 낮은 세계로부터 동시에 던져진 후 여러 해 뒤에 다시 만나게 된 곳, 여기에는 관리 대상들이 존재한다. 관리를 받아야 그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되어있다. 관찰되어야 자랄 수 있도록 보호되어진다. 그는 여러 수식들로 이루어진 공을, 튀어오른 그 순간 자체로 남아서 놀이를 위해 말초신경들을 자극시켜야 하는 공을, 모은 두 손 끝에 얹었다. ● 그리고... 기나긴 서두에 마침표가 번지자 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조각내어버린 그림자를 찾기 위해서다. 대면한 검은 공 만큼이나 그림자는 새총의 줄 사이에서 멀리 당겨져 있기에 긴장을 늦추면 안되었다. 모든 방을 하나 하나씩 열어 순서를 뒤로 물러준다. 다른 방들은 한 방씩 밀려나며 미래의 그림자를 위해 기꺼이 그들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방들은 기존의 방들에 의해 정보가 노출되었기에, 결국 완벽한 스스로의 방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차혜림_Wonderwall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미뤄진 방을 공론화하기 위해 헤드기어를 통과한 백색 광선이 뇌에 흡수된 후 판독되었다. 그가 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비워진 시간이 헐겁게 걸려진 의자 밑에 앉아서 아직 자리를 선점하지 못한 공기를 기다렸다. ● 슬픔에 갇힌 눈을 쓰는 운석 사냥꾼이 보는 현실들, 지금의 그에게 보여지는 것, 그리고 정보누출된 밀려진 방들, 추락한 그림자의, 마침내 줄 사이에서 당겨진 현실 이전의 행방... 그는 양 손에 두 개의 하얀 깃발을 들고 일어 서서 여기 소리만 존재하는 여기, 켜켜히 쌓인 눈 앞의 문이 열리며 시간의 궤적을 그리는 여기, 계속적인 균열이 가해지는 여기, 드디어 시간 가운데의 경쾌한 소리가 만드는 여기의 리듬에 동참한다. (중략)

차혜림_말막힘 또는 그 밖의 시간들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이음새 없이 이어진 쌍둥이 배가 떠올랐다. 여행중 그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 자연과... 한동안 그는 자신의 말을 잃고 눈 위의 하얀 말을 통해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말의 탄생을 듣게 된다. 그가 들은 바로 말들을 이어주는 끈은 수평점을 조절하게 되며 그 작동법이 쌍둥이 배와 매우 흡사했다. 그를 실어다 준 쌍둥이 배가 수평의 점들을 운행하여 자동온도조절장치를 변환시키고 지구의 덮개를 수놓을 많은 양의 줄들을 뱉어내었다. 뱉어진 줄들 사이, 얼음 조각의 부분들과 능선을 따라 가고 또 따라 걷는다. ● 바람은 막혀 있는 창 하나에 계속해서 부딪혔다. 희생을 강요하던 바람은 어느새 총체적으로 집중되는 창의 뒷면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구조는 열려있는 창을 피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커다란 창의 틈을 메울,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커다란 가짜의 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차혜림_검은 눈의 운석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그는 갈라진 틈을 택하는 것이 미래든 과거든 그 외의 어떤 형태이든 온전하게 방문될 것임을... 안다. 세계를 통과하기 위한 절반의 옷, 절반의 토막난 도장이 그의 몸을 제외한 그가 가진 대부분이였기에 그는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했다. 남겨진 잔영들도 차가운 두 개의 심장을 가진 그의 몫이었다. 이제 심장 아래 세계로 들어갈 차였다. 그때였다. 내부 섬광으로부터 발광하는 라디오를 목격한다. 그는 재빠르게 검은말을 타고 흐르는, 흩어지는 메아리 속에 몸을 맡겼다. 공간은 수직 이동을 하며 오르간 파이프의 선율을 그린다. 그의 절반의 옷도 절반의 도장도 여기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중략)

차혜림_(좌)틈을 통해서,(우)우회하기 위해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기억의 덩어리인 그는 바람의 언어로 말을 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기구들을 소지한다. 공교롭게도 그가 하는 말들은 세상 속에서 발화될 경우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기 때문에 그 의미를 파악할 방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홍체와 체열은 개별적으로 분리되어 머리 속들의 낮고 깊은 정원에 심어져있었다. 또한, 외부로 유입될 수 없기에 깊고 깊을수록 낮고 낮을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되었다. 깊은 전개된 정원은 너무 밝은 세로의 빛에 의해 가려져 있기 일쑤였다. 작은 구멍으로부터의 경이로운 벽으로 데려가 주는 것은 이제 스스로의 신념의 문제다. ● 그는 기억 교점의 좌표들로 접착을 시도했다. 소급된 접착면 위로 절대적인 가능성의 면이 얹혀진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도로의 끝을 잡아 넘겼다. 아스팔트는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귀퉁이가 접혀 드디어 말이 되었다. 가능한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었다. 말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여기서 존재하는 무엇이라니!

차혜림_절반의 세계에서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1

그는 매개자를 기억으로 인도했던 선풍기 바람의 조각들을 문 사이에 끼워넣었다. 밀고 밀어내는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드러나게 될, 판의 규칙을 알 수 없는 그 놀이에 세 명의 맞댄 머리가 새겨졌다. 어눌한 직조공의 끝도 없는 태피스트리가 둥글게 한번 구른 뒤 측면에 초월수를 그리며 끝도 없는 무리수 파이의 다리 위에 묶였다. 선풍기 조각이 회전하면서 커다랗게 윙윙 소리를 증폭시킨다. 이 곳, 여기 나이테로 이루어진 음반이 나뭇가지에 의해 플레이되는 장소, 그는 지휘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다. 두 손을 펼치는 순간, 블라인드 사이 세 개의 공이 깜박였다. 숨겨둔 1을 향한 기다림이 시작된 것이다. (중략) ■ 차혜림

Vol.20111212c | 차혜림展 / CHAHYELIM / 車惠林 / painting.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