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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122_월요일_06:00pm
2010 서울시립미술관 SeMA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관람시간 / 화~토요일_12:00pm~08:00pm / 일요일_12:00pm~06:00pm
공간 해밀톤_SPACE HAMILTON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3-142번지 Tel. +82.31.420.1863 www.podopodo.org
중간스토리_비선형적 열린 구조 속에서 벌이는 욕망게임 ● 애초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나 인물들 간의 구체적 연관관계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과 공간, 사물을 조각 맞춰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기도 하고 상황을 상상해보기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이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만 반복되었다. 2009년의 개인전에 소개된 사실적인 작업을 보고, 그림 속 그림, 사건 속의 사건과 같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액자식 소설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조각들은 선형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기사, 블로그 등에서 따온 이미지들을 병치시켜 작업하기에, 그들 간에 의미상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조각조각 퍼즐을 맞추듯 떠오르는 데로 작업하는 작가의 방법론에서 그 일차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방식을 작가는 '생성과 탈출', '결핍과 과잉'이라 일컬으며, 어떤 단서들을 따라 새로운 생각들이 끊임없이 뻗어나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열린 구조를 지향한다. 이는 작가가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삼은 중간스토리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작가에 따르면, 전시제목인 '중간 스토리'는 로즈마리 잭슨의 『환상성 : 전복의 문학』에 나오는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그것은 하위문화로만 치부되었던 환상문학을 위반과 전복을 통해 기존의 가치체계와 이데올로기, 즉 현실세계에 균열을 가하는 것으로 재정의 한다. 여기서 Paraxis(점근축)란 실재 광학 용어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카메라 렌즈와 대상 사이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실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실재 그 자체와 긴밀하게 관련되는 곳이기 때문에, 실재적이면서도 비실재적인 환상 영역을 표상하기에 적합한 비유적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지 잭슨, 서강여성학회 옮김, 「환상성」, 문학동네, 2004) 작가의 작품은 현실세계에 떠도는 정보들에서 단서를 얻기에 현실과 긴밀하게 연관이 되지만, 오히려 부조리극처럼 일관된 의미구조를 가지지 않은 채 파편화된 이미지들의 연속으로 비선형적인 내러티브를 이루고 있으므로 비실재적인 환상영역을 이루며 현실을 전복-해체시키는 성격을 띠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방법론적으로는 생성과 탈출이라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으며, 그 내용으로는 개인과 커뮤니티의 관계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어떤 커뮤니티든 행동하는 사람, 동조하는 사람, 전환시키는 사람, 구하는 사람과 같이 다른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된다고 보고, 커뮤니티 구조 하의 다양한 역할을 작품 속 인물들에게 부여한다. 이를테면 「놀이의 끝」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은 야수에게 먹이를 주어 욕망을 극대화하고 부추기는 역할을 하며, 구경꾼처럼 서있는 인물들도 존재하고, 장면을 전환시키려는 자들도 있고, 가장 앞쪽의 중앙에 운동복을 입고 있는 작은 사람은 정면을 응시하며 그림 바깥으로 탈출하려는 듯 보인다. 이 자그마한 사람은 유일하게 그림자가 있어 소인국 사람처럼 작은 비현실적 크기에도 불구하고 실체감이 부여되고 있다. 여기서 작가가 그리는 커뮤니티에는 욕망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 속의 공간에는 여러 층위의 공간이 존재하게 되는데, 그것은 얇고 반투명한 막이 공간을 구분하면서 전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놀이의 끝」에 등장하는 일종의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집, 맨 앞의 자그마하게 구분되어 갈라져 나온 땅덩어리와 같은 기존 체계에서 떨어져 나온 탈주의 기호, 이 같은 체계들이 뒤섞여있다. 호랑이 앞을 막고있는 철장, 전경에 위치한 3명의 사람들이 잡고 있는 것, 그와 애매하게 연결된 천막처럼 생긴 반투명한 막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분들이 어떤 욕망을 전환시키거나 미끄러지게 하는 장치들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간을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들 뿐 아니라, 연극무대처럼 장면을 전환시키는 듯 보이게도 한다. 결국 사회 체제 속에서의 공고한 시스템과 욕망을 둘러싸고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는 개인들과 그것을 생성시키기도 소멸시키기도 하는 공간적 환영장치, 그리고 실제 공간에 놓인 각종 오브제-설치 작업, 이 모두는 사회체제와 그 속의 커뮤니티, 그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벌이는 욕망의 게임과도 같다.
이 장치들은 정보가 파급되고 유통되는 방식 그 자체를 보여주기도 한다. 정보를 얻기를 욕망하고 소유하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다수에게 흩뿌리는 방식이 그것인데, 이는 요즘 유행하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커뮤니티를 떠올리게 하며, 불특정 다수가 찾아와 관계를 맺게 되는 블로그로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다양한 관계와 그 속에 내재된 욕망, 그것이 일으키는 파급효과를 연관 짓게 한다. 작가가 언술했듯, 온라인의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된 불특정한 정보들을 이미지화하고, 그것들을 조합하고 연관시키는 작업방식은 이같은 커뮤니티 그 자체를 닮아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의 내용 역시도 커뮤니티 속의 욕망과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다루고 있다. 또한 이번에 시도되는 설치물과 오브제 역시 욕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다양한 게임에 관한 것이다. 이를테면 움푹 들어간 호와 같이 생긴 구조물은 스위치를 모티브로 제작된 것으로 전기를 작동하게 하는 매개물인 스위치와 같이 어떤 상황을 전환시키고, 생성하게 할 수도, 탈출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끝없는 소유욕은 자본주의 사회시스템에서 더욱 공고하게 굳어져가며, 또 다른 욕망을 부추기게 되는데, 아스팔트를 토양삼아 심겨진 식물은 개발우선주의로 인한 욕망의 틈바구니 속에 위치해 체제에 순응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행성처럼 생긴 원뿔, 끝이 둥근 화살표, 기울어진 채 세워진 기타모양의 오브제, 골드트레인 등 전시장에 놓인 설치작업은 모두 꼬리를 물고 미끄러져 나간다.
다른 회화작업과 오브제에도 다양한 이야기 조각들이 존재하나, 그것은 관람객의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남겨두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결국 차혜림이 던져놓은 수수께끼 같은 단서를 따라가며 작가가 취하고 있는 태도와 방법론,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들을 더듬어 보는 것은 의외로 소소한 재미를 던져주며, 기존 체제에서 탈주하는 경험을 하게한다. 작품은 사실적인 기법의 이미지로 비선형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하며 탈주를 이행하게 하는 중간지대를 형성한다. 욕망으로 가득한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미끄러지며 균열을 일으키는 차혜림의 작업은 중간스토리 그 어딘가로 우리를 이끈다. ■ 김우임
■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지원프로그램 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행중인 2010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의 선정작가 전시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장 임대료, 인쇄료, 홍보료, 작품재료비 및 전시장 구성비, 전시컨설팅 및 도록 서문, 외부평론가 초청 워크숍 개최 등 신진작가의 전시전반을 지원하는 SeMA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Vol.20101120d | 차혜림展 / CHAHYELIM / 車惠林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