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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2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희수갤러리 서울 종로구 팔판동 128번지 1층 Tel. +82.2.737.8869 www.heesugallery.co.kr
이른 아침부터 제비 둥지 주위가 시끌시끌하다. 제비는 3년째 우리 집에 둥지를 틀고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며 새끼를 키우더니 오늘 드디어 새끼제비가 둥지 밖으로 나오려는지 여느 날보다 분주하다. 먹이와 소리로 둥지 밖에서 새끼를 유인하는 부모 제비와 아슬아슬하게 둥지 끝에 서서 겁먹은 눈망울로 멈칫거리는 어린 제비, 그러나 순간, 한 어린 제비가 둥지를 힘껏 발로 차더니 여린 날개에 꿈을 실어 푸른 하늘을 향해 비상을 시작한다. 뒤이어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첫 비행에 성공하고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작고 약해 보이는 다섯째 까지도 무사히 성공이다. 곧 자신감 붙은 어린 제비들은 작은 날개 짓으로 마루 위 전깃줄에서 마당 옆 고추밭 지지대까지 이동하며, 마당에서 대문 밖 전깃줄에 안전하게 앉는 것까지 내게는 기적과 같은 장면이었다. 물론 나는 지켜보는 내내 마음을 졸이며 새가슴이 되었다. 이렇게 어린 제비들이 오늘 처음으로 세상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안전망 없이 아슬아슬하게 서커스 기초 훈련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고 있는 모든 새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색으로 치장을 하고 우리 모두를 관객으로 둔 채 날마다 서커스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날기 시작한 우리 제비도 머지않아 상승과 하강을 빠르게 반복하며 창공을 향해 누구보다 멋지고 빛나게 날것이다. 그러면 나는 단골 관객이 되어 입술을 좁게 오므리고 입김을 불어'ㅎㅎ휘~ 휘~ 휘리'소리를 내면서 힘찬 박수를 보낼 것이다.
'ㅎㅎ호~ 호리~ 호리로롱' 구름 사이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저는 노래하는 작은 새입니다. 지금은 푸른 하늘에 꽃구름과 새털구름이 곱게 펼쳐진 맑고 상쾌한 아침입니다. 하지만 어제는 아주 센 태풍이 세상 모든 것을 뒤집어 놓을 듯 굉장했습니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는 하늘과 땅을 하나로 보이게 했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춰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내는 도리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지나간 흔적이 지금 제 눈 아래 풍경이 되어 보입니다. 나뭇가지 위에 지은 둥지는 온종일 비바람을 맞으며 거칠게 흔들렸고 두 날개를 펴서 새끼를 감싼 어미 새의 모성으로 아기 새들을 모두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먹이를 찾아 도시를 오가며 변두리에 살던 새의 허접한 둥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흙탕물로 불어난 강은 작은 새들의 둥지를 쓸어 담아갑니다. 저 멀리 뒤죽박죽 된 공장 뒷마당에서 어제 일을 정리하는 제 친구를 보니 이제는 안심입니다 그 아이는 언제나 눈물이 몸에 흐르는 소년가장이랍니다. 'ㅎㅎ호~ 호~ 호리', 'ㅎㅎ휘~ 휘~ 휘리'우리는 서로의 소리로 안부의 인사를 전하지요. 잊으세요. 잊으세요. 슬픈 일은 이제 그만 잊으세요. 그리고 웃으세요. 웃으세요. 저의 서커스와 같은 비행을 보고 활짝 웃으세요. 'ㅎㅎ호~ 호리~호리로롱', 'ㅎㅎ휘~ 휘리~ 휘리리링'나의 친구야! 너의 어깨에 앉아 잠시 쉬어 볼까? ■ 원정숙
Vol.20111129b | 원정숙展 / WONJEONGSOOK / 元貞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