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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주)메타로그 아트서비스 주최,기획 / 통의동 보안여관
24시간 관람가능
통의동 보안여관 창문전시 BOAN1942 Window Gallery 서울 종로구 통의동 2-1번지 Tel. +82.2.720.8409 cafe.naver.com/boaninn
1. 이 세상은 여관이다. 그리고 우리는 투숙객이다. 우리는 한 세상 이 여관에 투숙하다 간다. 나는 보안여관 창문 전시를 기화로 「투숙객」 시리즈를 생각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하루, 혹은 백년을 살다가는 생물들. 그들이 이 세상을 살다갔다는 흔적은 어디에 남아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결혼식 혹은 장례식 사진 속에 남아 있을까?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흔적을 형상화하고자 한다. 사진도 아니고, 그림도 아니고, 조각도 아닌 흔적. 거품처럼 기체처럼 안개처럼 레이스처럼 연기처럼 수증기처럼 아련한 것. 그리하여 나는 내 작품이 조각이나 회화, 설치나 사진을 가로지르는 경계도 없고, 형상도 가변하는, 구멍 많은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2. 어느 날 신문을 보는 데 그 옛날 보안여관에서 22살 처녀가 청년의사와 선을 보고 결혼까지 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처녀는 지금 아흔이 되었다. 그녀가 다섯 아기의 육아일기를 썼는데 그 책 제목이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라 했다. 나는 일제 식민지 치하의 보안여관을 떠올렸다. 그리고 창백한 폐병쟁이 지식인들의 얼굴을 연상했다. 인텔리가 되었건만 나라를 잃어서 온전한 직업과 야망을 펼칠 수도 없었던 그 창백한 예술가와 지식인들의 군상을. 그리하여 「투숙객」시리즈의 첫 작품 「Take Out Your blood Tree.1」, 「Take Out Your blood Tree,2」를 제작했다. 작품의 붉은 색, 그들의 각혈과 기침은 그 시대의 은유였다. 3. 연이어 나는 「Yi Sang's Nuptials and Funeral」를 제작했다. 이상의 시, 「I wed a toy bride」를 보면 이상의 신부는 장난감신부다. 몸에서는 우유냄새가 난다. 바늘을 주면 아무 것이나 막 찌른다. 그러나 젊은 신랑 이상의 가슴 속에 숨은 수첩처럼 따끈따끈하다가도 장미꽃가시처럼 이상을 찔러 피를 흘리게도 한다. 이상의 시와 소설엔 특히 아내(여성)와의 불화와 불행이 희화화되어 표현되어 있는 부분이 많다. 그는 아마도 식민지에 살면서도 리얼리스트가 되지 않은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뚜렷한 예술관, 이해받지 못함에 대한 불편과 불만, 당대문학과 시대와의 어긋남을 아내(여성)와의 불화로 표현했나 보다. 나는 이상의 불행한 혼례를 제작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결혼식은 자꾸만 장례식이 된다. 그의 짧은 생애가 나를 자꾸만 장례식으로 데리고 간다. 가슴에선 빛이 솟구치지만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이 추운 혼례. 결혼 행진이 장례 행렬이 된 그 불우한 식민지의 혼례. 가장 순결하지만 가장 비루하고, 비천하고 남루한 혼례. 신방이 타국의 감옥이 되어버린 혼례. 처음엔 결혼행진곡이 들리지만 곧 장송곡이 들리는 그 불우의 예식장. 나는 이상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고귀한 재료인 레이스와 가장 비루하고 냄새나는 재료인 마른 생선의 껍질을 사용했다. 아울러 이상의 부인 변동림이라 해도 좋고, 이상의 연인 금홍이라 해도 좋을 여성의 모습은 전깃줄과 철사를 이용해 구멍 숭숭 뚫리게 표현했다. 나는 이들을 만들면서 자꾸만 이들과 동화되는 경험을 했다. 감정이 격앙되는 슬픈 순간을 몇 번이나 경험했다. ■ 이피
통의동 보안여관의 '창문전시 (Window Gallery)' ● '통의동보안여관'은 1930년대 서정주,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등의 시인들이 머물면서 『시인부락』이라는 문학동인지를 만든 곳입니다. 2004년까지 실제 숙박업소로써의 여관으로 기능을 하다, 현재 그 역사적 정체성과 시대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문화예술 숙박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그 맥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통의동보안여관'의 건물전면에 위치한 '창문전시(Window Gallery)'는 2011년 한 해 동안 '재생'과 '보안여관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연속적인 전시가 진행됩니다. ■ 통의동 보안여관
Vol.20111112e | 이피展 / LEEFI / 李徽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