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희展 / LEEINHEE / 李仁姬 / photography.mixed media   2011_1104 ▶ 2011_1116

이인희_봉인된 시간_사진_127×209.3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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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04_금요일_06:00pm

롯데갤러리 대전점 창작지원전 5부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영업 시간과 동일

롯데갤러리 대전점 LOTTE GALLERY DAEJEON STORE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8층 Tel. +82.42.601.2827~8 www.lotteshopping.com

이인희가 만드는 세계치유와 생성의 피안, 혹은 반성의 차안 이인희는 무관심하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버림받고 상처 입은 인간을 비롯한 뭇 생명과 사물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행위로서의 작업을 지속해왔다. 비늘과 껍질이 벗기어지고 잘린 물고기로 상징되는 상처와, 물고기의 비늘을 덧입힌 사물들, 혹은 뼛가루나 타고 남은 재로 형태를 빚어낸 열매 등으로 그 치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그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사물들을, 또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듯한 초현실적 풍경이 담긴 창문과 거울이 있는 방(공간)에 배치하는 설치작업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곳은 냉혹한 현실 공간과, 상처 받은 영혼이 꿈꾸는 유토피아적 세계가 마주하는 곳인 동시에 그곳을 향한 통로이다. 작가는 유년의 기억에 남아있는 순수함이 바탕을 이루는 세계를 그러한 피안으로 설정하고, 그 생명과 사물들, 그리고 보는 이들이 고향을 찾듯 그곳으로 회귀하도록 함으로써 상처를 치유 받고 위로를 얻기를 원한다. 그러한 점에서 그의 작업은 스러진 것들, 잊힌 것들, 버려진 것들을 위한 진혼제이며 혼 씻김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인희_기억의 경계_사진_127×138.2cm_2011

생명이 있는 것이든 그렇지 못하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다수의 사물은 관계를 통해 상대에게 특정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일단 두 존재 사이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게 되면, 그 의미와 가치는 변형되고 심지어는 완전히 사라지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무수한 관계에 의해 짜인 복잡한 문양의 직조물과도 같은 관계망의 현현을 눈앞에 펼쳐진 가시적 세계라 할 때, 둘 혹은 그 이상 사이의 관계 변화는 크던 작던 그물망의 변화, 즉 세계의 변화를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그 변화를 나의 주변으로 좁혀보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내가 주변과 맺고 있는 관계의 변화는 나를 둘러싼, 내가 존재하는 세계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 된다. 이인희는 그렇게 관계의 변화, 그 가운데서도 어떠한 이유에서건 한 주체로부터 버려지고 잊히는 대상에 대한 연민, 나아가 그렇게 해서 변화되고 사라지는 세계상에 대한 아쉬움을 마음에 담고 있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버려진 것들, 나아가 세상의 이기, 무분별, 배려 없음에 의해 도처에서 무심히 스러지는 생명체/무생명체로 시선을 넓힌다. 그리곤 그 버려진 것들이 제각기 버려지기 이전의 관계망의 한 자락을 손에 쥔 채, 함께 존재하는 비현실 속 가상의 세계를 상정하는 것이다.

이인희_봉인된 계절(에고이스트)_사진_127×172.5cm_2011
이인희_봉인된 계절(히피 걸)_사진_127×172.5cm_2011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자신의 작업을 정리하여 자신의 작업 주제와 의미를 강화해줄 사진과 입체 작업들을 보여준다. 그는 그간 틈나는 대로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작업에 적합한 장면을 '포획'하고 조합하여 그 안에 자신의 작품 이미지나 일상의 사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해왔다. 근래의 사진작업들은 풍경들의 조합을 강화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의 일상과 함께 했던 이런저런 물건들의 이미지들을 배치하여 또 하나의 세계를 보여준다. ● 그곳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한 초현실적인 세계로서, 거기에서는 그에게 일상적인 것 이상의 인상이나 울림을 주었던 공간들이 조합되고, 그의 지난 삶과 함께 했지만 지금은 그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물건들이 다시 살아나 존재한다. 그렇게 그곳은 그에게 고립감을 주었던 현실의 공간들과 차가운 현실적 이해에 의해 버려진 사물들이 다시 살아난 피안이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여전히 불편함과 어색함이 남아 있다. 그의 피안은 차안이 결여한 모든 것을 보상해주는 완전한 이상향이라기보다, 차안이 결여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대신에 차안에는 있는 무엇인가가 결여된 또 하나의 차안(현실)인 것이다. ● 그렇게 얻은 새로운 세계는 원래의 현실로의 온전한 복원도 아니며, 존재하는 사물들에게도 이제는 사라진 과거의 '현실'에서 받은 상흔과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세계에는 근거를 알듯하기도 하고 전혀 근원을 알지 못할 듯도 한, 기이함, 불안, 우울, 부조화, 불합리가 부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작가에게도 사실상 상처란 온전한 치유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래서 작가는 더 현실에서 충실하고 온전하지 못했던 관계와 의미를 쉽사리 던져버리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인희_통증의 섬_소뼈_95×67×18cm_2011_부분
이인희_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_비타민 알약_9×13×8cm_2011

전시에는 사진작업과 더불어, 타인에게는 무의미할지 모르지만, 자신과 함께 함으로써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일상의 사물들을 재료로 사용하여, 주체와 대상 사이에 만들어지는 관계와 의미의 상대성, 혹은 덧없음을 드러내는 입체작품들이 함께 전시된다. 사실, 무심히 버려질 수도 있던 그 사물들은 본래의 기능, 그것이 주어졌을 때 가졌던 의미를 상실함으로써, 오히려 작가에게는 유용한 재료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그것을 유지했더라면 결코 우리 눈앞에 미술품으로서 존재와 의미에 관한 시사적이고 중의적인 물음을 길어 올리는 우물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 그래서, 작가의 작업이 시사하듯, 한 관계의 상실은 새로운 관계의 생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내 앞을 지나치는 인연과 관계를 무의미하게 소모함으로써 스스로의 삶 자체의 의미와 가치 또한 가벼이 흘려보내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 이인희의 작업 앞에서 앞서야할 삶에 관한 성찰이 아닐까 싶다. ■ 박정구

이인희_낮잠_머리카락_40×30×10cm_2011

기억의 경계? ● 버릴 수도 없고 취할 수도 없는 물건, 그것은 기억의 엔트로피로부터 파생된 하나의 결과물일 것이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그러나 제때 먹지 못하여 유통기한을 훌쩍 넘겨버린 영양제는 뽀얗게 먼지가 쌓인 채로 책상 구석에 멀거니 놓여있다. 나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그것을 버리지도 못하고 한 동안 그 자리에 두었다. 이미 그것은 필요없는 사물이 되었음에도 나는 그것에 대한 기억의 경계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 삶과 죽음은 서로 적당히 간섭하며 개인적인 가치를 만들어 낸다. 어떤 것에 부여된 그 절대적일 것 같은 가치는 명쾌하지 않은 진리가 되고 그것은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에 우리가 만졌던 사물에 또 내 몸 어딘가에 달라붙어 소리없이 자생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서로 뒤엉켜 어느 순간 새로운 가치를 내게 내민다. 어떤 공간, 혹은 어떤 사물에 담긴 일상성, 때론 그것을 뛰어넘는 역사성, 그리고 항상 그 주변을 맴돌았을 시간들, 먼지가 자욱히 쌓이고 저 멀리 방치된 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게 흐르고 있을 이름 모를 순간들..... 현재를 남김없이 살아가야만 했던 어느 날, 불현듯 마주하게 된 오래된 시간의 맛은 무엇일까. 또 그 기억의 숲은 어디에 있을까. ■ 이인희

Vol.20111107f | 이인희展 / LEEINHEE / 李仁姬 / photography.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