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다, 기억하다

송지연展 / SONGJIYEON / 宋知硏 / painting   2011_1102 ▶ 2011_1108

송지연_앞을 바라보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9×73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90929c | 송지연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1102_수요일_05:00pm

2011 미술공간現 기획展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Life, overlooking ●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작가들이 많이 보인다. 작가 대부분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며, 예전 세대가 가졌던 숲과 나무와 흙에 대한 섬세한 연민을 이들은 도시라는 공간, 그 구성물에서 보여준다. 송지연작가가 이전부터 꾸준히 보여줬던 작업들과 이번 전시로 이어지는 '바라보기' 풍경들은 '도시적 부정성'을 극복한 세대가 그려주는 일상적 삶의 포착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송지연_앞으로 가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2×91cm_2011
송지연_먼곳을 바라보다II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1cm_2011

작가와 도시 ● 미술영역 뿐 아니라 문학, 영화 등 모든 예술 장르를 포함해서 도시의 생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 중 대부분은 도시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병리적인 요소들(가난, 범죄, 쾌락, 인간관계의 생태적 마찰과 심리적 긴장, 소외감, 개인적 분열증상 등)을 도시적 욕망으로 해석하고, 물질적 화려함, 풍족함으로 포장된 대상의 내면에 담겨진 진정한 소외감과 비정함을 주로 얘기한다. 필자는 이런 경향이 오히려 도시의 복잡성과 사회성을 표현하는데 주제를 한정시키는 고정관념을 불러일으킨다고 본다. 송지연작가의 작업에도 성벽같은 탄탄한 빌딩과 현대 도시풍경을 대표하는 이미지들이 보이지만 삭막하고, 소통이 단절된 사회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왜소함과 무기력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 작가에게 서울풍경은 또 다른 자연이다. 그녀에게 이 풍경은 생활이고, 합리적이며 평탄하다. 작가는 여기서 태어났고 자랐으며 기억이 있고 욕망이 있고 정서적 안정감을 갖는다. 영민하게도 송지연은 유토피아란 내가 사는 이곳과 따로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화폭에 담는다. 작가의 서울은 이렇게 기존 예술이 담고 있는 관습적인 '도시적 맥락'을 파괴하면서 빌딩 숲과 거리는 서정적이며 온화한 공간이 된다.

송지연_지상위에 서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1×162cm_2011
송지연_겉을 바라보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116.7cm _2011
송지연_안을 바라보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1×162cm_2011

내려다보는 자의 풍경 ● 그렇다면, 도시라는 일상적 공간을 꾸준히 이야기 하고 있음에도 그녀의 풍경이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무엇일까? 풍경은 보는 자의 몫이다. 그래서 항상 주관적이 된다. 때문에 우리가 한 작가의 작품을 본다는 것은 고정된 인식을 흔드는 작가의 주관적 기지와 실체적 이미지가 이질감 없이 잘 섞어진 결과물을 보는 것과 같다. 이번 『바라보다』시리즈의 대부분의 포커스는 그녀가 3인칭 관찰자적 보고자가 되어 멀리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점에 맞춰져 있다. 내려다보는 행위는 삶에 참여하거나 동화되지 않고 객관적인 관찰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며 현실을 바라보는 '관조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핵심은 그녀의 이런 '관조적' 시각이 특별할 것 없는 우리들의 도시에 아우라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유지하고 있는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 그 지점에 우리도 담담한 시선으로 같이 서있게 만든다. 수많은 현실들을 밀착시키는 동시에 거리를 두는 절제됨이 주는 여운은 아이러니 하게도 풍경의 의미를 확산 시킨다.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 광경들은 편안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며, 거친 마티에르 풍경 속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숨 고르는 소리도 은밀하게 들리는 것 같다.

송지연_솟아나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90.9cm_2011

마티에르-시간의 기록 ● 송지연은 같은 세대의 작가들과는 좀 다른 자리에 있다. 그녀는 이야기 뿐 만 아니라 회화적 질감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그린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결과를 가늠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물감을 중첩시키며 대상이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것을 두터운 마티에르를 통해 강하게 드러낸다. 마티에르는 단순한 재료나 물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작가에겐 더 섬세한 개념이며 물감의 물성이 변화되는 시간성과 삶의 시간성, 과거의 흔적을 동시에 보여주는 무수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 속 시간은 여럿인 동시에 하나다. 한때는 담금질을 하듯 쌓은 물감들이 정작 자신을 배반하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비례, 균형, 색채 등 회화의 해부학적 조건들이 자신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물리적인 조건들을 대상에 대한 철학적이며 감각적인 거리두기 방법으로 해결했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그림은 긁고 덧바르는 거친 마티에르로 인해 화려하고, 번득이며 격렬하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벽돌처럼 단단한 색채들이 공간을 물질화 시키고 우리는 고요하고 깊은 정적의 소리를 듣게 된다. ● 송지연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다시-보기(re-looking)'가 요구된다. 다가가서 봐야하고 거리를 두고 봐야한다.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회화가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방향성을 그녀의 작업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런 작업들은 현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인식하고 형상화하는 것이고 우리시대의 새로운 리얼리티를 탐색하는 신선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송지연 작가는 그런 면에서 자신의 시공간을 새롭게 창출하고 연출하는 타고난 스토리 텔러라는 생각이 든다. ■ 김가현

Vol.20111104i | 송지연展 / SONGJIYEON / 宋知硏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