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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석展 / SHIMEUNSOEK / 姓沂錫 / sculpture   2011_1012 ▶ 2011_1025

심은석_ComIris-motion_투명엑폭시, 아크릴채색, 캔버스 천, 나무, 아이소핑크_70×180×70×12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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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01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덕원갤러리 DUKW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82.2.723.7771~2 www.dukwongallery.co.kr

Sandman이 왔다 ● 식스 센스, 살바도르 달리, 홍루몽, 해리포터... 이들은 모두 우리가 발 디디고 사는 현실과는 사뭇 다른 방식의 존재태를 드러낸다. 그리고 이러한 비현실적 세계를 그린 작품들을 초현주의라는 카테고리에 묶어둔다. 미술의 경우 소위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서 제작되어 왔지만 특히 일차세계대전 이후 다다의 잿더미 속에서 예술의 불씨를 되살려보고자 했던 초현실주의자들의 노력과, 이들의 이론적 바탕이 되어준 정신분석학의 출현에 의해 현대미술 속에서 주요한 흐름의 하나가 되었다.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본 우리 인간은 의식세계에 의해 지배받는 것이 아니고 줄곧 무의식이란 저장고 속에 억눌러 온 욕망의 지배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상식이나 윤리. 관습 등과 긴밀하게 관계 맺고 있는 의식의 검열을 통과해야만 한다. 불경스러운 것을 그대로 노출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숨겨진 욕망은 은유나 환유, 또는 전치나 압축의 트릭을 동원하여 변장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 왜곡된 표상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림 맞추기나 스무고개 같은 추론과 상상이 필요해진다.

심은석_Constructed canvas_나무틀, 캔버스 천, 투명엑폭시, 아크릴채색, 합성수지_142×57×57cm_2006

예술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고 싶어 안달난 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안달이 곧 예술의지이고, 표현 욕구다. 예술가들은 자기 고백을 통해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사회 속에서의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따라서 예술작품의 해석을 위해서는 작품이 갖는 사회적 관계와 정신 심리적 관계를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때 작가의 성향에 따라 이 두 가지 시점은 그 비중이 달라질 터인데, 그 하나는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외향성- 신경증neurosis형의 예술가와, 자신의 내면적 관계가 중요한 내향성- 분열증schizophrenia형의 예술가로 이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기한 초현실주의적 경향의 작품에서는 이들 분열증형의 예술가들이 더욱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예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은석_One(three iris)_투명엑폭시, 아크릴채색, 합성수지_100×100×35cm_2011

심은석의 작품을 보노라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눈의 모티브인데, 바로 이 눈의 모티브 때문에 심은석의 조각과 에른스트 호프만(E.T.A. Hoffman)이 쓴 「모래사나이Der Sandmann」를 동시에 올려놓고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19세기 초에 출간된 이 단편소설은 인간 정신의 어두운 측면- 악마성, 광기, 초자연적 현상, 비합리성을 중점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후기낭만주의의 주류인 공포 낭만주의(Schwarze Romantik)의 전통 위에 서있다. 낭만주의 문학에서는 초자연적 환상의 세계가 일상의 세계와 통합된다. 이 소설에서의 눈은 심은석의 조각에서처럼 매우 중요한 모티브로서 역할을 한다. 소설 속의 불안한 내면을 가진 주인공 나타나엘은 유모로부터 '모래사나이' 이야기를 듣는다. 유모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래사나이'는 잠자러 가지 않는 아이의 눈에 모래를 뿌려 눈을 피투성이로 만든 다음 눈을 빼가는 인물이다. 그 후 나타나엘이 겪는 안구상실의 공포는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으며 이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거세공포와 직결된다. 서양에서 눈은 외부세계가 비치는 거울, 마음의 창으로 인식되어 왔다. 즉 눈은 외부세계를 인지하여 내부세계로 받아들이는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눈의 상실에 대한 위협이나 공포는 내면과 외부세계와의 정상적 소통불가능성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1919년의 논문, 「The Uncanny」에서 안구상실에 대한 공포를 거세 컴플렉스로 설명한다. 프로이트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서 알 수 있듯이, 눈과 성기는 상동관계에 놓여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취한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저지른 죄와 운명을 저주하며 제 눈을 뽑는 행동은 자기 스스로를 거세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때 프로이트가 말하는 uncanny는 독일어 Unheimlich의 영어 번역어이다. Unheimlich는 낯섦과 친숙함을 동시에 뜻하는 이중적 의미의 형용사로서, 무언가 친숙한 것이 억압되어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다시 우리 의식의 표면에 등장할 때 느끼는 섬뜩한 감정인 것이다. 이러한 언캐니는 슬라보에 지젝의 강연 「신체 없는 기관」에서도 구체적인 예로 나타난다. 신체에서 분리되어 자율성을 획득하는 부분대상들은 프로이트의 말처럼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환자가 표출하는 기괴한 힘을 지닌다. 지젝의 신체 없는 기관이 환기시키는 낯선 기괴함, 즉 언캐니는 라캉이 말하는 실재계의 분위기를 띄면서 동시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거세공포를 암시한다.

심은석_Comeyeballs – cloud_투명엑폭시, 아크릴채색, 합성수지, 아크릴케이스, 폴리카보네이트 나사_35×140×30cm_2010~11

이렇게 신체에서 떨어져 나온 심은석 조각의 부분대상들- 표범의 발, 여성의 유방과 엉덩이, 개의 머리와 노새의 귀, 그리고 피발 선 눈들은 새로운 신체, 새로운 질서를 찾아 새로운 형상을 구성한다. 이들은 모두가 우리가 흔히 보아 온 동물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이 혼성으로 뒤섞인 하이브리드이다. 그런데 인간도 아니요, 짐승도 아니요, 귀신도 아닌, 이들 형상들은 단지 막연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그래서 앙드레 지드의 꽁뜨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내용은 대충 이렇다. --어느 마을에 뛰어난 이야기꾼이 살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로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일을 끝내고 마을 중앙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이야기꾼의 이야기로 노동의 피로를 풀고 싶어 그를 찾았다. 그러나 그는 한구석에 처박혀 훌쩍대며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그 연유를 묻자 이제는 아무 것도 본 것이 없어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암사슴, 유니콘, 난장이에 대한 이야기들은 다 무엇이었느냐 다그치자 이야기꾼은 그 모두가 자신이 실제로 목격한 것들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지 따로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고 대답한다.

심은석_prw_투명엑폭시, 아크릴채색, 안료, 합성수지_48×94×29cm_2011

지드가 여기서 주장하는 하는 것은 작품의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일 게다. 작가에게 있어서 체험과 솔직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상기시키고자 함이었을 게다. 심은석의 조각이 가지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말하고자하는 것이지 SF영화나 환타지 소설에 나오는 상상의 괴물을 재현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는 환각과 현실 사이를 왕복하며 현실 이면의 세계를 보여주었던 제라르 드 네르발 문학의 조각적 버전이며, 공간 속을 부유하는 수없는 물방울들의 환영을 보면서 살아야 했던 쿠사마 야요이의 최신판이다. 다른 이들에겐 안 보이지만 자신에게는 보이는 세계, 그래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자들만의 이야기이다.

심은석_pfw_투명엑폭시, 아크릴채색, 안료, 합성수지_130×34×30cm_2010~11
심은석_pdw_투명엑폭시, 아크릴채색, 안료, 합성수지_245×120×60cm_2009~11

자신의 환상에 사실성과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서 편집증적으로 다듬고 묘사한 심은석의 사도매저키스틱하고, 초현실주의적인 하이퍼리얼리스트 조각은 그래서 더욱 언캐니하며 에로틱하다. 우리의 정신 밑바닥에 숨기고 있는 욕망과 공포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의 모더니즘이 그토록 집요하게 추구했던 것이 고전주의적 가치였다면 21세기의 문화적 분위기는 분명 낭만주의적인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심은석의 조각세계는 그곳에 뿌리를 박고 있는 전형적인 분열증형 작가다. ■ 오상일

Vol.20111012j | 심은석展 / SHIMEUNSOEK / 姓沂錫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