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White Noise)

제거될 수 없는 존재의 고유성 - 안현숙의『잡음』 ● 거대도시의 공간을 숨가쁜 속도로 재편하고 있는 자본의 논리는 그 행보에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제거되어야 하는 잡음'으로 규정하고 몰아낸다. 그러나 자본이 잡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상 개개인의 삶의 독자성과 존엄성을 통해서만 지탱되는 삶의 두께인 것은 아닌가? '잡음'이란 다른 어떤 것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한 존재들의 목소리인 것은 아닌가?

다화 안현숙_invisible_모큐멘터리_00:06:10_2011

다화 안현숙_invisible_모큐멘터리_00:06:10_2011

안현숙의 전시 「잡음」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노숙자 문제이다. 그러나 작가가 도시 빈곤층 문제에 대한 사회적 혹은 정치적 접근을 꾀하는 것은 아니다. 안현숙이 그려 보이는, 도시 속에 부유하는 유령 같은 존재로서의 노숙자는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우리 모두의 존재조건에 대한 은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소에 예술가의 위치를 오버랩시킴으로써, 작가는 모든 사물들을 계량 가능한 것으로 환원시켜 경제적 위계질서 속에 편입시키는 2011년 대한민국의 지배논리에 대해 일종의 예술적 도전과 전복을 시도한다.

다화 안현숙_White Noise_혼합매체_가변설치_2011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공사장을 연상시키는 철골 구조물들이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구조물들은 전시장의 중심이 아니라 한쪽 벽을 따라 놓여 있지만, 작가가 전체 구조를 잘 배치하여 원심력과 구심력을 적절히 배분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헐렁하게 보일 수도 있는 200평의 큰 공간이 밀도 있게 채워진다. 두 점의 싱글채널 영상도 동선을 고려해서 구조물의 자장권 안에 들도록 배치되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공사장의 구조물 같다는 첫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파란색 방수 가림막이 흰 페인트칠을 한 수직 수평의 철골 구조물들 위에 둘러져 있다. 대각선 방향으로 뻗은 철골이 여기에 가세해 전체적으로 지그재그의 복잡한 모양을 이룬다. 구조물들 사이를 연결하고 벽면을 덮고 있는 것은 가벼운 반투명 재질의 비닐이다. 그 옆에서는 점성이 있는 또 다른 재질의 비닐들이 높이가 더 낮은 다른 구조물들을 칭칭 감고 있다. 파란 비닐과 철골 구조물들 사이에 통로가 있고, 통로 속으로 들어가 보면 커다란 철제 상자 속에 회전하면서 빛을 내는 낡은 오색등이 보인다. 여기서 나오는 색색의 불빛 이외에 조명은 산발적으로 켜져 있다. 전시장 중심부에 더 가까운 공간에는, 창고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전처럼 보이기도 하는 네모난 상자모양의 구조물이 역시 휜 색 철골 위에 올려져 있다. 그 바로 위 천정에 매달린 조명 때문에 불빛이 타일을 바른 상자의 안쪽을 통과하여 그 아래까지 흰색 무늬를 만든다. ● 각각의 위치가 섬세하게 짜여 있어 밀도 있는 공간이 연출되고 있지만, 이 구조물들은 내용적으로는 '날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작품으로 가공하지 않은 듯한, 있는 그대로의 물건인 듯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얼핏 공사장이나 도시의 뒤안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처럼 보이지만 그 유사성은 가장 직접적인 재료의 수준에만 존재한다. 다시 말해, 거칠고 원초적인 재료를 선택하여 그 재료가 사용되는 현실적인 맥락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만 이미 있는 사물들과의 친근함이 존재한다. 흰 페인트칠을 한 철골 구조물은 공사장의 '아시바' 같아 보이기도 하고 사다리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어느 쪽도 아니다. 마치 어떤 것을 연상시키는 듯하지만 사실 어떤 것도 아닌 것들. 모여서 어떤 전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파편인 채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물건들. 이것들은, 물건이 가진 일상의 기능에서 뼈대 그 자체만을 추출하여 작가가 만들어낸 다른 풍경이다.

다화 안현숙_White Noise_혼합매체_가변설치_2011

다시 말해, 안현숙이 제시하는 설치물들은 어떤 것의 재현물이나 기호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오브제도 아니다. 한편으로,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들의 외관을 거의 바꾸지 않고 제시함으로써 현실과 감각적으로 맞닿는 생생함을 유지한다. 하지만 구조물들이 어떤 것을 재현하는 이미지나 기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얼핏 도시의 공사장 풍경을 '재현'해놓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다른 무엇의 기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물리적 존재감을 갖는 사물들. 이 점이 안현숙이 재료를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보통 일상의 재료들을 특별히 가공하지 않고 작품으로 제시할 때 둘 중의 하나인 경우가 많다. 즉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용도를 부여하던가 아니면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담지하게 하던가. 안현숙이 제시하는 사물들은 그 어느 쪽에서도 속하지 않으면서 현실적 맥락과 미술적 맥락의 가장자리에 존재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이러한 언어는 그 자체로 자본주의적 개발논리에 대한 비판 역할을 한다. 전체를 위해 부분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에 맞서서, 부분들과 파편들의 독자적 존재성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비판은 단지 어떤 것에 대한 안티테제가 아니다. "마치 어떤 것처럼 보이는,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아닌" 사물들은 상투적인 이분법을 교란시킴으로서 고유한 존재성을 확보하는 예술의 은유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화 안현숙_White Noise_혼합매체_가변설치_2011

안현숙의 또 다른 표현 매체는 영상이다. 이 경우도 작가가 중요하게 취급하는 것은 내러티브나 재현이라기보다는 매체에 기록된 노동의 흔적과 시간의 축적이다. 이러한 흔적과 축적은 종종 원형과 같은 특정한 이미지를 통해 나타났으며, 카트와 같은 '바퀴달린' 도구들을 끌고 다니는 행위로 표현되었다(예를 들어 고춧가루 빻는 절구공이의 움직임과 동그란 '다라이'를 보따리를 싸서 끌고 다니는 중년 여인의 모습을 담았던 「그 하루」).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영상 「Invisible」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예전 작업과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종종 영상이 작은 모니터를 통해 물리적 공간의 일부분으로 제시되거나 그것이 아니더라도 설치물의 일부분 역할을 했지만 이번 전시의 영상들은 상대적으로 독립된 공간에서 상영된다는 것이다. 「Invisible」을 위해 작가는 직접 여성 노숙자로 분해 가재도구들을 카트에 싣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숙자 체험을 하고 이를 영상에 담았다. 지하도에 골판지를 펴서 잠자리를 마련하고, 소주와 새우깡을 사서 길바닥에서 마신다. 단지 노숙자 행색을 하고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타인들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진다. 편의점 점원은 불쾌한 표정을 짓고, 공원에서는 찔러 보는 사람도 있다. 이 작품은 전시장의 구조물이 물리적으로 보여주었던 지점을 영상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즉, 전체의 논리 속에 통합될 수 없는 '일부분'의 목소리를 노숙자라는 존재를 통해 들려주는 것이다. ● 전시장 안쪽에는 작가가 '제거맥'이라고 이름붙인 정체불명의 조각품 - 삽, 빗자루, 갈퀴, 파리채, 절단기 등이 달린 맥가이버 칼 - 과 긴 장대 끝에 매달린 매미채들이 있다. 이것들은 전시장 앞과 뒤의 공간을 연결시키면서 가장 안쪽에서 상영되는 또 다른 영상 「   」으로 관객의 발걸음을 유도한다. 이 작품은 도심의 매미소리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그 방법을 토론하는 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초반의 자료화면에 나오듯이 매미소리가 시끄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주장은 과장되고 편집증적이다(매미가 외계인이라거나 매미를 식용으로 보급하자는 주장 등). 이런 주장을 하면서 토론자들은 글로벌, 선진 국가, 21세기 등의 단어를 남발한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를 비롯해서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다소 어색함이 엿보인다는 점, 풍자적인 영상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주제에 대한 너무 직접적인 진술이라는 것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는 이 전시에서 공사장 구조물에서 노숙자, 매미로 이어지는 '잡음'의 존재방식에 대한 작가의 목소리를 성공적으로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잡음이 있어야 한다 혹은 없어야 한다는 가치판단이 아니라, '잡음은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도시가, 아니 자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타자'이기 때문이다. 타자를 타자로 규정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은 스스로 '자본주의의 타자' 역할을 떠맡음으로써 환원할 수 없고 길들일 수 없는 존재의 고유성이 지닌 가치에 대해 말한다. ■ 조선령

다화 안현숙_제거맥_혼합매체_200×100×160cm_2011

Existence itself that can't be removed『White Noise』 ● The principle of capital which reorganize the space of a mega city expel all the obstacles against its track which regards them as ' removable White Noise'. But in fact is White Noise a kind of thickness of life which can sustain by independence and respect of individual life? Is noice a kind of individual's inherent voice that can't be transformed into something? ● The key point of 'White Noise' is the issue of homeless people. But her perspective toward poverty issue of mega city is not political nor social. In the author's work, Homeless people who is described as floating and living a dangerous life organism in a mega city is a metaphor of a condition of our existence. Duplicating the position of artists into this place, the author tries to challenge and overthrow the major principles of ruling party who transforms all things into numerable thing and hierarchy of economic position in 2011, Korea. ● Entering the exhibition room, people get impressed that iron structures imaging construction site take command. Even though iron structures don't lay down in the center of it, but on the one side of walls, they are tightly filled with the room which can be seen so loose because the author display well according to the centrifugal force and centripetal force. Single channel of two points is placed in magnetic field of iron structures by author's consideration. If you closely come to it, it won't change the first impression at all. Blue waterproof tape used in construction site surrounds iron structures laying horizontally and painting white. The crossing iron structure is added and shaping complicated zig-zag at whole. Haf transparent vinyl connects the each structure and cover the side of walls. Beside this, other sticky vinyl surrounds low structures. There is a path between blue vinyl and iron structure, and if you enter the path, you can see the old five-colored lamp turning and lightening in a large iron box. Besides colorful light from it, main light in the room turns on sporadically. There is a cubic box-shaped structure on the white iron structure in the center of exhibition room, which is seen as a warehouse or temple. Above that, light hanging on the cell makes white pattern to the bottom by passing through the box with tiles. ● Even though iron structures are delicately displayed in very tight space, this iron structures seems to fly in a sense of its contents. In other words, it looks quite natural, not artificial or processed thing. But if you loook at it closely, it is not. The objects look very common in construction site or streets in a city, the similarity among them is just direct material thing for making something. There is similarity in calling attention meaning of reality to use all original and harsh objects. The iron structures with white paint looks ladder in construction site, but they are not. They are as if they remind people of something. They make a sound as a fragment, not as a whole. They are different scene made by extracting bones from some characteristics of ordinary life by the author. ● In other words, the work of the author, Dawha AnnHyunsuk, is not just reappearance, nor simbol, nor object itself. Actually, she maintains freshness of real sensibility by presenting the objects without changing appearance of real life. But the objects doesn't play role of reappearing something or symbol. They seem to reappear the sight of construction site in a city, but it is absolutely not. They has their material existence themselves, don't play role of some other symbol. This way of treating things or objects is character of the author, Dawha AnnHyunsuk. As is often the case, there are two cases when objects of ordinary life are presented with any processing or work. So to speak, they are to restructure the objects and recreate some other usefulness, or to contain a certain meaning itself. The objects or work of Dawha, AnnHyunsuk , are not on both sides, exist on the boundary of both, on some edge of real meaning and artistic meaning. The author's language plays a role of criticizing the principle of capitalist development, in that it sacrifices the part for the whole, the small for thee big, and presents the parts or fragments themselves. But criticism isn't a anti thesis against something. Because the author's expression works as an artistic metaphor to confuse the old dichotomy, it looks like something but is nothing. ● The another expression medium of Dawha, AnnHyunsuk is picture or photos. The important thing that the author focuses on is traces and accumulation of recorded labor on pictures, not narratives or reappearances. These traces and accumulations are showed in the forms of a specific images like a originality. The actions that pulls a instrument like a cart with wheels were expressed. For example, the movement of a wood pestle to grind pepper, the shape of a woman to carry tarai packed something in ' The Day' are the forms. 'Invisible' in this exhibition starts with similar meanings. If there is difference compared with the previous work, the picture or photos of this exhibition is to be presented in the independent small places which was to be presented as a part of space by small monitors or played a role of small part of big structure. Disguising herself and wondering around Seoul with cart, the author experienced homeless people in Seoul of herself and record their lives in the camera for 'Invisible'. She sleeps on corrugated cardboard in subway passage and drinks soju and snacks on the streets. People look at her in totally different ways. Sales person in a convenient store expresses unpleasant behavior and someone bothers her in the part without any reason. This work shows the structures of the exhibition in different ways from when they were showed in ordinary places. It shows the existence of homeless people, a part itself who can't be unified to the whole. ● There is a unidentified sculpture named 'abolition MC'- a shovel, a broom, a rake, a flyflap, a cutting machine, a knife, catching instrument for bugs. These connect the space between the front and the back, and guide people to the different picture presented in the inner side of the exhibition room. This work has a satire of sound of cicada which is to be abolished and discussed the methods ot it in a city. Even though sound of cicada is noisy in the early picture of the work, the arguments of people are exaggerated and has paranoia on that(Cicada may be E.T or should be provided with food). People in the picture overissue the theme of globalization, advanced country, 21st century and so on. It is sorry that in the work, there is some awkwardness in people's performance and its degree of perfection, and the work is a kind of direct statement for the theme. Nevertheless, in the serial exhibitions, we can listen to the voices of the author, the way of White Noise existence, from structures of construction to cicada. What we can get from them is not the value that White Noise should exist or not exist, but the truth that we can not abolish anyway. The reason is that a city or capital needs it, as a yourself, to construct its identity for itself. It is not important to define a yourself as yourself, but it is important that yourself should exist for myself. Art tells people value of a existence itself that can't be restored and tamed by playing a role of yourself of a capitalism. ■ Seon-Ryeong CHO

Vol.20110917c | 다화 안현숙展 / DAHWA ANNHYUNSUK / 多畵 安賢淑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