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도시의 황홀경

구본석展 / KOOBONSUK / 具本錫 / painting   2011_0716 ▶ 2011_0724

구본석_The City_혼합재료_181.8×26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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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716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공휴일_10:00am~05:00pm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KEPCO ARTCENTER GALLERY 서울 서초구 쑥고개길 34(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1층 Tel. +82.2.2105.8190~2 www.kepco.co.kr/gallery

눈부신 도시의 황홀경-구본석의 「The City」시리즈 ● 구본석은 까맣게 어둠이 내린 캔버스에 각양각색의 비즈를 촘촘히 박아 조명이 밝혀진 도시의 야경을 완성한다. 작가는 높은 곳에서 조망하는 시점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대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층 빌딩이 빽빽이 박혀 있고, 일렬로 늘어선 차들의 행렬이 시작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구본석_The City_혼합재료_130.3×162.2cm_2011
구본석_The City_혼합재료_91×122cm_2010

작품을 보면 먼저 수십만 개의 비즈들의 반짝임이 눈을 압도한다. 작가가 노동집약적인 작업으로 완성한 세계다. 비즈라는 재료를 통해서 작가는 화려하면서도 키치적인 인상을 동시에 전달한다. ● 각각의 작품은 직접 찍은 사진이나 수집해온 기존의 자료 사진을 기반으로 했다. 서울이나 맨하튼, 시카고 등 유명 도시의 모습을 소재로 했지만 작품에서 그 도시임을 알 수 있는 요소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제목도 모두 「The City」로 일정하다. 이것은 그가 특정 도시의 모습을 묘사하기보다는 일반적인 도시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에 관심이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본석_The City_혼합재료_145.5×227.3cm_2011
구본석_The City_혼합재료_116.8×91cm_2011

작가가 보는 자본주의의 본질은 양면성에 있다. '비즈'로 형상화된 도시의 모습은 끝도 없이 화려하고, 빛나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과잉된' 화려함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 화려함은 우리의 눈을 현혹하며 '어둠'을 감추게 하고 있다. 대상 자체는 마치 비즈라는 재료가 그런 것처럼 알고 보면 그 의미나 가치면 에서는 오히려 텅 비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양면적인 특성을 알게 됐을 때 느낄 수 있는 허탈감과 같은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구본석_The City_혼합재료_65.1×100cm_2010

그의 작품은 소립자화 된 인간 사회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고층빌딩이 만들어낸 직선적 움직임들은 화면 전체적으로는 '전기 회로'와 같은 이미지를 만든다. 이 안에서 개인은 한 소립자에 불과할 뿐, 익명적인 존재로서 그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을 순 없다. 또한 이러한 욕망의 주체들은 도시 내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내적인 순환만 거듭한다. 작품이 대체로 하늘도 지평선도 나와 있지 않은, 조금은 답답할 수도 있는 구성을 하고 있는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구본석_The City_혼합재료_145.5×227.3cm_2011

전통 산수화에는 옛 대가들이 높은 산에 올라 자연과 인간세를 바라보며 느낀 황홀감이 화폭에 담겨있다. 구본석의 '도시' 시리즈는 이러한 그림의 현대적 번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은 이중적이다. 도시 안에는 다양한 인간들의 희노애락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지만, 반짝 반짝한 조명들은 이러한 것들을 어둠 안에 감추고, 획일적인 '화려함'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황홀한 동시에 허망한 도시의 풍경은 그렇게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초상이기도 하다. ■ 김보란

Vol.20110716a | 구본석展 / KOOBONSUK / 具本錫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