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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월요일~목요일_10:30am~08:00pm / 금요일~일요일_10:30~08:30pm / 7월 11일 휴관
롯데갤러리 일산점 LOTTE GALLERY ILSAN STORE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784번지 롯데백화점 B1 Tel. +82.31.909.2688~9 www.lotteshopping.com
롯데갤러리 일산점에서 그 동안 사진작업을 통해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작가 이예린의 개인전 『Yeleen Lee: Atelier 2011 』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예린의 드로잉부터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사진과 설치, 영상, 새롭게 선보여지는 회화작업까지 그녀의 최근 작품세계를 총 망라하는 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인간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지각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인지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우리가 인지하며 살아가는 이 시공간 너머의 다른 세계는 과연 실존하는가.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지각이 우리 인식의 근원이라는 지각주의에 지배당하며 살아왔다. 만일 우리의 인식 너머의 세상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것이 끝을 알 수 없는 세계라면 인간의 지각이란 얼마나 유한하고 공허한 것인가. 이예린의 작업은 우리의 인식 너머 미지의 공간과 존재들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이미 잘 알려진 「After the rain」연작은 작가가 비 내린 후 거리의 흔적들을 사진으로 담은 작업이다. 그러나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이는 도시풍경은 물의 잔잔한 파동과 바닥의 무늬, 버려진 담배꽁초 등으로 인해 수면에 비친 허구의 세상임이 드러난다. 작가는 사진의 위아래를 뒤집고 약간의 효과를 가하여 실제 세계와 빗물이 고인 수면에 반사된 허구의 세계를 역전시키고 있다. 사진 속 수면에 반영된 가상실재, 즉 시뮬라크르가 마치 진실처럼 다가오는 순간, 자전거 바퀴가 구르고 사람들의 조급한 다리가 걸음 하는 이 실제의 도시는 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처럼 흑백으로 박제화되어 버린다.
작가는 회화작업을 통해 가상실재로 보다 가깝게 접근한다. 「한 화병의 그림자 방」. 테이블 위 화병에 꽃이 활짝 피었다. 좀처럼 어디가 실제이고 환영인지 구분하기 힘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간 꽃과 하얀 꽃들은 테이블에 쏟아진 물에 반사된 시뮬라크르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뒤집어진 흑백의 실제 세계 속에서 벽 위의 뻐꾸기 시계도, 줄무늬 벽지도, 창문도 지워버렸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수면에 비친 환영을 더욱 세심하게 묘사함으로써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위/아래, 모노/컬러가 뒤섞인 이 풍경 앞에서 우리의 지각은 확신을 잃고 동요하고 만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 가상/실재로 접근하려는 작가의 끊임없는 노력은 필연적으로 멜랑콜리한 아름다움과 판타지를 생성한다. 가상의 세계는 어디까지나 가상이며, 그것이 실재를 표상하든, 그렇지 않든 이예린이 다가가려는 그 세계는 아직 발견되지도, 검증되지도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떨어지는 깃털이 바닥에 닿지 않도록 입으로 바람을 불어 올리는 그림 속의 소녀는 언뜻 부질없어 보이고, 어쩌면 곧 숨이 차버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작업의 유의미함은 작가가 이토록 비비드한 시뮬라크르를 통해 사진과 그림 속에서 우리가 실제라고 인지하는 세계마저 그저 복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흑백으로 차갑게 질려버린 실재는 작가가 카메라로, 붓으로 '재현'해 놓은 복제된 세계에 불과하다. 이처럼 원본과 복제의 끝없는 자리바꿈과 혼란은 우리의 얄팍한 인식이 지각할 수 있는 이 세계가 과연 절대적인 실재인가 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
"새벽 4시. 일정 시간이 되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 금가루 멜로디를 흘리는 언덕, 오후 두시가 되면 나무에 맺혔던 빗방울이 색색가지 다이아몬드로 박혀 빛이 나는 숲속, 분홍빛 하늘 빗줄기 세 방울이 흐르는 장소, 브로콜리처럼 하나의 덩어리 잎으로 된 나무가 있는 바위산, 색깔과 흑백세상이 분리되어 공존하는 세상…● 꿈을 꾸듯, 꿈을 꾸고 싶듯, 보일 듯 말듯,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은 세상, 한번 가보고도 싶은, 그러나 갈 수 없는 어느 곳이다. 냉철하다. 꿈에서나 상상에서나 가능한 세상. 이 세상에 없는, 천상에나 있을 지도 모르는 곳에 대한 호기심, 간절함과 손에 닿지 않아 차갑지만 따뜻한 마음의 손짓을 취하듯 화폭에 기원한다. 없지만 있기를 소망하듯, 있어서 행복하듯, 없다가도 화폭에 담아내면 그곳에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기라도 한 듯, 그림을 그리는 이 시간에는 어쩌면 허무하기 그지없고 금방이라도 깨어나버릴 듯한 망상의 꿈을 애절히도 기리며 또 다른 그 세계를 캔버스 위에서 교감한다. 그리고 만족하고 안심한다." ■ 이예린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보고 느끼는 세상이 완전하다고 느끼는 갓난아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예린의 작업은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어 왔던 현실세계를 파열시키고 실재보다 더욱 실재 같은 가상실재로 안내한다. 그 세계는 마치 그림 속의 빈 거울, 혹은 창문처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계를 그대로 반영할 수도 있고, 어쩌면 이제껏 보지 못한 창문 너머의 바깥 세상을 보여줄 수도 있다. 아직 그 존재가 검증된 바 없으므로 이예린의 상상력은 한 없이 매력적이다. ■ 양은경
Vol.20110709g | 이예린展 / LEEYELEEN / 李藝粼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