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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630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pm~06:00pm / 일요일 휴관
온리 갤러리 Only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70-17번지 성학빌딩 103호 Tel. +82.2.548.3692
바 보 의 꿈 ● 어느 날, 차동엽신부님의'바보 Zone' 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자주 들어오던 바보 소리가 싫어 늘 부정하기만 했는데, 긍정적 의미를 포함하고, 오히려 성자보다도 도달하기 힘든 바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난 가면과 위선의 옷을 벗기로 했다.
바보는 세상의 짐이 아니라 구원자라고 한다. 바보는 거인이고, 수호천사이고, 메시아이고, 아바타 이기도 하다는데, 난 사전적 의미 그대로 바보는 우매하며,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지칭 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바보 소리를 들으면 화를 내고, 바보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일부러 현학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었다.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며, 바보처럼 모험하라'는 차동엽신부님말처럼, 나는 이번 개인전을 바보처럼 순수하고 진솔하게 작업하고자 준비했다. 모든 일에 대처함에 있어 머리보다 가슴의 명령부터 따랐던 나, 작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세상에 태어나 제일 먼저 만나는 건 빛이다. 그리고 공기, 산소를 만난다. 그리고 탯줄이 잘라지며 한 몸이었던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와 분리감을 느낀다. 아늑한 자궁에서, 외부 공격과 침입으로부터 완벽히 방어가 되는 안전한 곳에서, 처음 세상을 대하는 느낌은 평생 몸 안에 각인되는 트라우마, 충격이다. 떨어짐, 독립됨… 개별화되어 자기 몸 안에서만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원인 모를 절대고독감과 아련한 비애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내 그림에 종종 등장하는 배와 이름 모를 유기체들, 달, 나무, 삼각형은 내가 본능적으로 좋아하고 끌리는 것들이다. 자꾸 그들을 찾고 싶고, 만나고 싶은 것들이다. 물론 거기에 나를 담는다. 그러면서 그것들은 나와 동화가 되기도 한다. 다시 일체감, 어떤 합체감을 느끼며 쾌감이 온다...
엄마와 떨어지며 느꼈던 분리되는 공포와 충격...그걸 치유하고자 세상과 더불어, 사람과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타고난 비극이 인간 실존의 원리라고 생각한다. 혼자 있으면 자생력을 잃어 죽게 되는 모순... 내 몸 안에서 나 혼자 있을 수 밖에 없게 태어났는데, 나와 다른 이질성과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함께 굴러가야 살 수 있다는 운명…인간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축복이고,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것들과 더불어 함께 하면서 생기는 마찰, 갈등, 괴로움은 더 이상 배제하고 회피해야 하는 요소가 아니다. 생명을 가지게 됨으로써 얻는 친구들이다. 어차피 같이 갈 거면 그것들의 가시에 찔려 피가 나더라도 감사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게 삶이니까...그게 생명이니까...그게 존재의 운명이니까...
오늘도 나는 분리된 나의 조각들을 찾으러 작업하러 간다. 함께 놀고, 함께 즐기고, 함께 웃으려고 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나의 배를 노저어 간다. 한 바보의 속삭임과 웃음과 고통과 유희, 그리고 꿈을 쉽고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감상해주시길 부탁 드리며.... ■ 김정아
Vol.20110630a | 김정아展 / KIMJEONGA / 金貞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