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9_102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소나무_GALLERY SONAMOU 서울 종로구 가회동 1-42호 북촌 e-믿음치과 Tel. +82.2.3675.3396~7 www.dentaltrust.co.kr
간극(間隙). 단어 자체의 뉘앙스로만 보면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하게 풍긴다. 하지만 난 거기서 긍정의 의미를 찾았다. 내게 있어 간극은 가능성이다. 여백이다. 명상, 산소, 기쁨, 희망, 기회이며, 또한 꿈이다. ● 사람이 아무리 괴롭고, 비통한 일을 당해도 살아 낼 수 있는 건, 그 삶의 고통이 고통으로만 꽉 채워져 있기 때문이 아니다. 아무리 엄청난 비극일지라도 사람의 피부처럼 구멍이 있다. 틈이 있다. 아무리 작고 좁은 간극일지라도 그 곳을 통해 우리는 편안해질 수 있고, 희망을 찾을 수 있고, 꿈을 가질 수 있다. 숨을 쉴 수 있고, 세상을 살아 낼 수 있는 것이다. 고통에서 벗어날 수있는 것이다.
어떤 것도 확실하고 고정적인 것은 없다. 시간과 주변환경과 관계, 그리고 구조에 따라 끝없이 움직이고 변하며, 무한이고, 무규정적이며, 또한 상대적이다. 절대적으로 완벽한건 아무 것도 없다.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관념이건, 현실상황이건, 어느 것이나 틈이 있다. 그 간극을 통하여 본체에서부터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자크 데리다의 '차연(differance) '의 개념과도 맥락이 상통한다. 동일함 속에서 차이의 유희처럼 말이다. 간극은 새로운 세계로의 통로이다. 밝은 미래이다. 명상이고, 성찰이며, 예찬이다.
먼저 종이를 접거나 내가 원하는 형태대로 오린다.. 그리고 캔버스나 종이 위에 붙인다. 그 위에 찍는다. 그리고 마르면 다시 그린다. 때로는 글씨도 쓴다. 그리고 또 지운다. 계속 반복이다. 긍정과 부정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정체성의 고민이기도 하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감성으로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나의 언어, 나의 소리를 몇 번씩 한 화면에 뿜어 놓는다. 나타나는 동시에 사라지고, 또 다른 세계가 생긴다. 내 작업은 내가 했지만, 내가 보기엔 스스로 이루어져 자생력을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 꼭 생명체처럼... 일단 시작은 내가 하고 의도한대로 행했지만, 하면서 그림 스스로 소리를 낸다. 어떻게 해달라고 방향성을 요구한다. 말은 못하지만 아기가 울음으로써 요구하듯 내게 어떤 신호를 보낸다 기표없는 기의만이 전해진다. 난 거기에 따라 응한다. 일방적인 나의 행함이 아니라 대화이다. 상호교류이고, 인테락티브인 셈이다.
내 작업은 어떤 사물의 재현이나 사회성을 담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다. 그저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나의 경험과 느낌을 심리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직관에 의해 내 조형언어로 표현한다. 나도 모르는 나의 무의식과 원형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치밀하게 구성하고 계획되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우연적이고 즉흥적으로 형성된 것이 주를 이룬다. 시시각각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의 표출이다. 지극히 무작위적이고 생득적이다. 내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타고난 존재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제 자리에서 꽃 피울 때, 자기 고유의 색과 소리와 빛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마음껏 발할 때, 최고의 아름다움이 울려 퍼진다고 생각한다.
2008년은 내게 인생에서 잠시 휴지기였다. 멈춤이었다. 전환기였다. 그리고 간극이었다. 과감히 틀을 부수고 실험을 해보고, 나의 고정된 패러다임을 뚫고 깨어 나왔던 시기이다. 이제 그 간극을 통해 난 새로 태어났다.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새로운 아프락사스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 삶이 주는 무게에 짓눌려 힘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 작업이 조금이나마 웃음과 여유, 휴식과 희망을 잉태하는 간극이 될 수 있길 바라며... ■ 김정아
Vol.20091005i | 김정아展 / KIMJEONGA / 金貞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