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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시간의 이빨 ● 삶이란 바로 소멸이다. 기계의 잔해들은 과거의 기계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예전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잔해는 예전의 형태를 잃어버렸지만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온전한 건물보다는 폐허에서 더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것은 죽은 쥐가 하루도 안 돼 구더기가 우글거리며 새로운 생명으로 변해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부패한다는 것은 결국 변화하는 것인데 이처럼 변화해 가는 것이 바로 삶이다. 폐허의 돌들도 기계의 잔해도 제각기 모습이 다르며,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 채워짐과 비워짐. 그리고 자연과 문명의 순환을 태엽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표현하였다.'태엽(胎葉)', 아이밸 '태', 이파리 '엽' 의 의미처럼,시계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만든 나뭇잎과 같이 생명을 잉태시키는 틀을 의미한다. 칠팔월의 복숭아 열매는 손대기가 무섭게 '탁'하고 터져버려 씨를 산지 사방으로 날려 보내고 껍데기는 소용돌이 모양으로 말려버린다. 그들 세계에서 소용돌이는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다. 시계는 생명의 단위이고 연속으로 쉬지말고 움직여야 하기에 인간의 심장대신으로 태엽을 넣어 주었다. 모든 완벽한 것은 언젠가는 망가진다. 아침마다 울리는 자명종시계, 63빌딩, 경복궁, 해안가의 철옹성같은 요새, 사랑받는 옆집 똥개강아지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이 완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오직 순간뿐이다.
주름살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 꽃이 시들어 가는 것, 우리가 태어난 집이 철거되는 것 등등,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거기서 시간을 읽어낼 수 있는 시계와 같은 것들이다. 땅과 건물의 붕괴는 그 자체가 탁월한 시간 측정기인 셈이다. 즉 바다의 섬 하나가 사라지는 것은 초침과도 같은 현상이고, 스위스의 알프스 산맥이 붕괴되어 라인 강으로 쓸려내려 가는 것은 분침, 땅속의 용암이 식어가는 것은 시침과 같은 현상이다.
사람들이 태엽을 되감을 수 있다고 한다면, 왜 시간 역시 되감을 수는 없는 것일까... 왜 폐허는 스스로 일어날 수 없고 , 늙은이는 아기로 성장해 갈 수 없는가... 시간은 무엇이 그리 특별해서 되돌이킬 수 없는 것인가.. 근본적으로 보면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연에서는 과거와 미래가 동일하다. 나는 자연과 문명의 화해에서 오는 경외심을 시간의 이빨의 해답으로 찾았다. 경외심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그것이 나이와 함께 자란다는 점이다. 경외심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경외심은 시간에 대한 승리이다.. 그것은 파멸의 반대이다. 그것이 바로 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구본아
Vol.20110613b | 구본아展 / KOOBONA / 具本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