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곳 - 카타콤베 CATACOMB

장수선展 / JANGSUSUN / 張蓚渲 / photography   2011_0608 ▶ 2011_0613

장수선_catacomb01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93×125cm_201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10602b | 높은곳-카타콤베 도서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0608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GANAART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3층 Tel. +82.2.734.1333 gana.insaartcenter.com

원래 카타콤베(카타콤)는 그리스어로 '낮은 지대의 모퉁이'를 뜻하였다. 서기 3세기 무렵 기독교에 대한 박해로 자유롭게 집회를 가질 수 없게 된 기독교인들은 당국의 눈을 피해 지하무덤 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당시에 그곳은 식사와 기도를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313년에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이 선포되면서 기독교인들은 땅 위로 올라와 자유롭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반대로 권력의 반열에 오르자 그들은 자신과 종교적 신념이 다른 종교인들을 박해하여 또 다른 이들을 어느 곳인가로 숨게 하였다.

장수선_catacomb04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140×175cm_2010~11

21세기 한국에서 사진가는 광풍처럼 몰아닥친 뉴타운 건설 지구로 지정된 서울에서 주로 강북에 위치한 홍은동, 돈암동, 전농동, 남가좌동, 등등의 여러 빈 집들을 찾아다녔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자본의 논리에 강북으로 몰린 서민들은 주거 공간으로서 수많은 빌라와 작은 단독주택에서 그나마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은 주거 공간의 한 시절이 완전히 무너지고 또 한 시절이 다가오는 변곡점에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의 욕망과 꿈이 어지럽게 흩어진 흔적으로 남아 섬광처럼 잠깐 등장하였다가 사라지며 21세기 폐허로서 강력한 이미지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장수선_catacomb05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140×175cm_2010~11

철거를 앞둔 빌라들은 처음 등장할 당시 서민들에게는 세련된 주거 공간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낡아가고, 조금 더 세련되고 편리해지고 싶은 욕망을 건드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빌라를 사라지게 해야 하는 괴물처럼 둔갑시켰고 거주민들을 몰아냈다. 그곳은 3세기의 종교적 신념의 차이에서 생긴 카타콤베의 흔적과 다름없었고,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계층의 차이로' 이름만 바꾼 뉴타운(새마을의 재현) 건설 지역이었다. 이렇게 21세기 한국의 카타콤베는 역사의 직선적 진보라는 역사 인식에 의심을 품게 할 뿐만 아니라, 파괴와 박해의 반복, 다가올 미래에도 동일한 모습이 재현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런 면에서 사진가가 2007년부터 산 위에서 본 아파트를 스펙타클로 작업해온 '바벨'과 이번에 발표하게 된 '높은곳-카타콤베'의 작업은 묵시론의 선상에 서 있다. 나아가 이번 작업은 대형 카메라의 기계적 특성을 엄격하게 이용하여 바닥에 누워 정면으로 소멸되어가는 천장과 천장 장식, 조명기구만을 집요하게 미시적으로 추적하여 거시적인 세계를 담아내고 있다.

장수선_catacomb12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100×125cm_2011
장수선_catacomb18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100×125cm_2010~11

사진가는 2010년부터 2011년 4월까지 진행하여 빌라, 단독주택에 있던 천장화 같은 천장의 장식들을 사진집 '높은곳-카타콤베'에 39장의 컬러 사진으로 남겼다. 빌라나 단독 주택에서 무심히 지나치는 천장 장식이야말로 지극히 사적인 주거 공간에서 강렬한 욕망을 담아내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한국의 초창기 근대화에서 벗어난 1980년대부터 주거공간에서 천장 장식의 문화는 권위주의적 정부 하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바깥으로는 강제적이고 엄격한 통제로 개인의 욕망을 억압해온 한국의 상황에서 어찔할 수 없이 공허해진 개인의 내면은 실내 장식의 과도함을 통해서 해소하려는 측면이 있었다. 즉 실내 공간의 화려함은 바깥 현실의 황폐함을 이면적으로 암시한다. 그래서 그것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서구에서 몇 세기 전에 유행하였던 화려한 양식만을 수입해오는 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보인다.

장수선_catacomb23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175×140cm_2010~11
장수선_catacomb29_디지털 잉크젯 프린트_100×125cm_2011

1970년대부터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천장 장식 대부분은 전시관의 화려한 액자를 따라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데 한국의 근대화에서 극히 은밀하고 내밀한 욕망조차 이미 지나간 서구 세계의 문화사를 자신의 것처럼 전시관에서 경험하고 싶었음을 알려준다. 이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은 현대 천장의 중심인 조명기구의 낡아감, 파손, 부재 등을 사진의 정중앙에 놓고 반복한다. 근대화의 한 상징인 빛을 쏟아내는 조명 기구 뒤에서 너무도 화려하면서도 보이지 않던 배후로서 천장 장식은 획일적인 근대화의 욕망을 조작해온 힘으로 이렇게 계속 나아가면 뉴타운도, 그 뒤에 올 새로운 건축물도 그 힘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상징성을 활용하여 불길함과 슬픔의 감정을 불러낸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사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을 담는 묵시론적인 사진예술의 특징과 한 시대의 욕망이 낳은 대상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의 성격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사진집 "높은곳-카타콤베”의 39장의 사진 중에서 15장의 사진으로 진행된다. ■ 장수선

Vol.20110608a | 장수선展 / JANGSUSUN / 張蓚渲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