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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집의 제목 '높은곳-카타콤베'는 오래 전 서구의 지하 묘지를 일컫는 '카타콤베'(카타콤)와 영원불멸의 욕망을 그려낸 천장화, 즉 '높은곳'을 병치한 말이다. 사진가는 뉴타운 건설이나 예정 지구로 이미 지정된 서울의 여러 곳에 출현한 빈 집에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발견한, 조악하지만 화려한 천장의 장식들을 39장의 컬로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가는 한국의 근대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때에 지어진 빌라, 단독 주택 등의 사적인 주거 공간의 천장 장식에서 카타콤베의 천장화를 읽어낸 것이다.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심히 지나쳐버리는 천장 장식 대부분은 전시관의 화려한 액자를 따라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데 한국의 근대화에서 극히 은밀하고 내밀한 욕망조차 서구와 똑같아지려는 맹목적 모방이었음을 이야기한다. 게다가 이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은 빈 집에서 시간이 흘러 대부분 먼지가 쌓이거나, 낡아가거나, 때로는 뜯겨지거나, 스스로 허물어진 천장 장식을 담고 있다. 서구를 모방한 근대적 주거 공간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지하 묘지처럼 폐허로 변모할 수밖에 없음과 영원불멸의 욕망이 담긴 천장 장식 또한 시간 앞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음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사진집은 한 시대의 욕망이 낳은 대상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넘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을 담는 사진예술의 특징을 간직한다. ■
"나는 그들을 볼 수밖에 없는, 아래로만 향해야 하는 운명이다. 나는 그들의 사소하고도 은밀한 행동까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밤마다 그들은 나를 향해 눈을 감을 뿐이다. 한때 사람들은 바로크인지 로코코인지 하는 서양식 장식으로 나를 꾸민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이들도 없다. 비가 새로 곰팡이가 핀다. 누군가 조명 기구를 빼간다고 내 장식을 뜯고 부순다. 내가 봤던 장면들이 새나올 것처럼 검은 구멍이 곳곳에 생긴다. 나는 늙고 병들어간다." (본문 9쪽 부분)
"나는 폐허가 된 또 다른 천장들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반지하에서 삼층까지. 천장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서양의 양식을 탐욕스럽게 쫓아가던 한 시절에 모두 속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절이 오기 전에 폐허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마지막 화려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본문 11쪽 부분)
■ 지은이_장수선 지은이 장수선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비쥬얼 아트를 전공하여 수료하였다. 사진가로서 익명의 사람들이 수없이 드나드는 지하 공간의 모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아파트를 바벨의 재현으로 읽어내는 시각 문법을 구사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두 번의 사진 개인전과 한 번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영상전, 한 번의 기획초대전을 하였다.
Vol.20110602b | 높은곳-카타콤베 / 지은이_장수선 / 물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