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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604_토요일_05:00pm
후원 / 춘천미술관_(사)한국미술협회 춘천지부_춘천시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6:00pm
춘천미술관 CHUN CHEON GALLERY 강원도 춘천시 옥천동 73-2번지(서부대성로 71) Tel. +82.33.241.1856 cafe.daum.net/CCART
무의지적 체험의 시공간에서-최종희의 네 번째 개인전『Serendipity』에 부처 ● 최종희의 네 번째 개인전의 표제인 'Serendipity'는 뜻밖의 발견을 뜻하는 단어이다. 마치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가 마들렌 과자를 맛보다 자신의 잠재된 과거와 예기치 않게 조우하였듯이, 작가는 자신이 성장한 고장인 춘천을 드문드문 오갈 때 겪었던 우연한 사건 속에 시간의 순차적인 연결고리가 해체되는 것을 체험하였다. 사건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마당에 널린 빨래, 파란색 모기장, 오래된 검은색 자전거와 같이 작가의 과거를 담지하고 있는 사물들과의 만남이었지만, 정작 작가를 놀라게 하였던 것은 그러한 만남에서 비롯된 일상적 시공간의 뒤틀림이었다. 그 속에서 최종희는 통상적인 언어로 묘사하기 힘든 어떤 체험을 하였다. 물론 프루스트의 소설 속에서 마들렌 과자를 먹는 체험이 지극히 평범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최종희의 체험 또한 얼핏 보기엔 특별할 게 없었다.
최종희는 그저 이불보를 널어놓은 넓은 마당을 거닐었을 따름이고, 한여름 저녁 시골집 평상에 쳐놓은 파란색 모기장을 보았을 따름이다. 골목길 한 편에 놓여 있는 검정색 낡은 자전거의 모습에 흘깃 눈길을 던진 것이 무슨 대단한 행동이었겠는가. 그러나 이처럼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순간 속에서 작가는 과거와 현재의 순차적인 구분이 없어지고 필연성과 우연성의 구분 또한 모호해지는 기묘한 시공간을 체험하였다. 그것은 불과 몇 초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영원 속에 발을 헛딛는 듯 끝없는 시간의 경과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번개처럼 열렸다 닫히는 기묘한 시공간 속에 최종희는 또 한 사람의 최종희와 대면하였다. 그 사람은 과거의 자신 같기도 하고, 미래의 자신 같기도 하였는데, 일상의 시공간에 예속된 최종희로부터 온전히 독립되어 존재했다. 그는 불현듯 찾아온 신비한 체험 앞에 자문하였다. 빨래의 나부낌, 모기장의 반투명한 공간, 오래된 자전거의 분위기가 과연 어떠하였길래, 이러한 체험의 문이 개방되고 과거 혹은 미래 속에 잠재되어 있던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타자처럼 등장한 것일까?
마들렌 과자 맛에서 연유한 체험이 프루스트의 화자를 우연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글쓰기로 인도하듯이, 최종희가 고향을 오가며 조우하였던 체험도 그를 창작으로 이끌었다. 그러한 우연 혹은 필연에 의해 최종희의 네 번째 전시『Serendipity』는 성립되었다. 예전의 세 차례 개인전에서 억압적인 근대적 시공간의 해체를 단계적으로 도모하였던 최종희의 행보를 돌이켜 본다면, 프루스트와 발터 벤야민이 드러내었던 비의(秘儀)적인 시공간에 근접하고 있는 네 번째 전시는 이미 예견되었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필연성을 부각시키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종희는『Serendipity』의 전시장에 놓여있는 빨래, 모기장, 자전거를 통해 자신의 체험을 관객에게 '필연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종희는 자신이 마련해 놓은 전시공간 속에서 작가도 관객도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어떤 사건이 '우연히' 일어나기를 바랄 것이다. 물론 그런 사건은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체험이 혹시나 일어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작가는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의지의 개입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루스트가 마들렌을 맛볼 때 솟아났던 기억을 무의지적 기억(mémoire involontaire)이라 불렀듯이, 최종희가 이번 전시에서 다루고 있는 것도 무의지적 체험이다.
만약『Serendipity』의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에게 그런 체험이 일어났다면,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작가도 관객도 아닌 체험 그 자체의 운동이다. 새로운 시공간을 창출하는 우연한 체험 앞에 당사자는 순전히 객체로서 놓여 있다. 그런 까닭에 최종희는 이번 전시의 공간을 치밀한 통제 없이 '가만 두고' 있고, 무엇인가를 관람하겠다는 관객의 호기심에 구태여 반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관객과 같은 입장에 서서, 빨래의 나부낌, 모기장의 반투명한 공간, 오래된 자전거가 풍기는 분위기에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다. 전시장에 놓여 있는 평범한 사물 뒤에 꿈틀거리고 있는 저 낯선 시공간은 과연 무엇일까. 최종희는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에게 그러한 가없는 의문을 전염시키며, 자신의 작품에 대해 오히려 관객보다 더 무지한 사람이 된다. 작가는 번개처럼 내려치는 그 체험이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문을 열기를 기다리며, 일상의 시공간에서 이탈해서 존재하는 또 다른 자신과 재회하기를 기원한다. 오직 운 좋은 관객만이 작가의 소망에 공명하여 무의지적 체험의 시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희의 네 번째 개인전『Serendipity』는 그러한 우연한 체험을 시험하는 장(場)으로서 관객 앞에, 그리고 작가 앞에 무심하게 놓여 있다. ■ 강정호
Vol.20110604k | 최종희展 / CHOIJONGHEE / 崔鍾熙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