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otania

한성규展 / HANSUNGKYU / 韓星圭 / painting   2011_0514 ▶ 2011_0525

한성규_Travel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94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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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514_토요일_06:00pm

스페이스함은 LexusPRIME社가 지원하는 미술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 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폐허 속에 핀 존재의 표상 ● 여기 15점의 크고 작은 작품들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여는 한성규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있다. 5년 전 타지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맨드라미를 보고 심장이 뛰는 듯 한 생명을 체험 한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캔버스에는 꽃이 피어 나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꽃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로 거칠고 추상적인 바탕 마감 위에 한 낮의 쨍쨍한 볕을 받으며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맨드라미에서 시작한 꽃을 소재로 한 연작은 곧, 「꿈꾸며 바라보다」(2007)나 「예술이 꿈을 품다」(2007)와 같이 시리즈로 이어지게 된다. 한성규에게 꽃의 실존, 즉 꽃이 '거기에 있음'은 '바라보고 그것을 인식하는 내가 여기 있음'을 시사하는 존재의 표상이 되었다. 꽃과 함께 오랫동안 키우던 고양이 예술이를 화면 안에 넣어 동식물들을 조합하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예술이는 말은 못하지만 감정은 인간 못지 않게 예민하고 자존심이 있는 동물이었다. 게다가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그의 공평함도 맘에 들었다. 그는 생각지도 않았던 예술이와의 동거 후 곧 예술이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예술이의 출산과 새끼들의 죽음, 그리고 가출로 이어지는, 통제나 개입이 불가능했던 상황들의 연속으로 상당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번 출품작 중 「꿈꾸며 바라보다」(2010)와 「바라보다」(2010) 이 두 작품은 예술이가 가출한지 4년이 지난 시점인 2010년에 제작된 작품이지만. 예술이로 상징되는 검은 고양이와 방금 부화된 알의 껍질에 새끼의 주검들까지 보태어 출연시킴으로써 작가의 상처를 고백하고 그 동안의 트라우마를 해소하며, 동시에 그들의 영혼을 달래고자 하는 의식(儀式)으로서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한성규_Dream & Wish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0
한성규_가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118cm_2011

한편, 작품 「Plant Box」(2009)에서 그는 붓을 든 노아(Noah)가 되어 꽃과 동물을 그린다. 컨테이너 박스에 몰래 간직했던 생명이 폐허가 된 곳을 녹색으로 만들 단초가 된다. 어릴 적 뛰어 놀던 놀이터(Dream & Wishing, 2010)에 다시 새로운 생명이 움튼다. 그가 창조한 세계에는 야생의 꽃들과 본성이 새초롬한 동물들이 초대된다. 약육강식의 피비린내 나는 자연은 그의 화면 안에선 의식적으로 배제된다. 인간을 짓누르는 회색 콘크리트와 어린 생명을 잃었을 때 상처받았던 작가의 심리는 거친 백그라운드로 암시된다. 삭제된 배경 위의 도드라진 도상들은 시간의 개념을 상쇄시킨다. 그래서 늘 그 자리에 장난끼 어린 모습으로 평화로운 한낮을 즐기고 있는 사막여우와 고양이가 사는 세상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 화면 안에 정밀 묘사된 식물들은 벌레에 뜯겨가면서도 억척스럽게 살아남았다. 캔버스 한가운데 여유롭고 당당하게 자리를 지킨 맨드라미는 이미 모든 고뇌를 초월한 듯하다(Dream & Wishing, 2010). 친구들이 가자고 이끄는데도 도무지 끄떡할 생각이 없으니, 여기 자연의 의연함이 엿보인다(가자, 2010). 찬란했던 시절을 지나 제 몸의 이파리를 떨구기 시작한 튤립도 아쉬울 것이 없다. 저 건너 어린 꽃들이 피어 오르고 있으니 생명의 지속됨을 약속하는 대목이다. (Untitled, 2010) 자연과 인간이 줄다리기를 하는 현장에서도 존재는 동요가 없다.

한성규_untitle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150cm_2010
한성규_Dream & Wishin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1×51cm_2010

그가 말 못하는 동식물들과 나눈 소통과 교감은 모든 캔버스에서 동일하게 적용된다. 눈과 눈을 마주하고, 마음과 마음을 마주하면 언어가 없이도 소통이 가능함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오감을 둔화시키고, 직감을 무뎌지게 만들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도시화는 인간에게서 자연의 본성을 거세하는 뼈아픈 과정이다. 그러니,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이 이제 자연을 송두리째 뽑아내고 있는 것을 개발지역에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관찰해온 작가는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고발한다. 문명의 위험과 파괴력이 우리의 목전까지 와 있음을 말이다. 그러니 이제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가 제시한 여행 목적지는 이번 전시의 제목에서 암시하듯 'Botania' (Botanic Utopia, 식물의 낙원)이다. 자연이 주는 푸르름과 교감이 늘 함께 하며, 때 묻지 않은 동심이 있는 파라다이스 'Botania' 는 작품「Travel」(2011)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그의 여행동반자로 고양이(교감)면 충분하다는 그의 견지는 나체의 어린아이로 상징된다. 어릴 적 동물인형을 타고 한성규가 창조한 Botania 의 세계에 도착하면 우리는 그가 창조한 세계가 실제 있을 수 없는 공상으로서의 먼 나라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늘 함께 있는 실존하는 세계이며, 실천으로 언제라도 누구에게나 가능한 감각적 세계임을 확인하게 된다. ■ 오숙진

Vol.20110514d | 한성규展 / HANSUNGKYU / 韓星圭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