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혁명 Mind Revolution

정동석展 / CHUNGDONGSUK / 鄭東錫 / photography   2011_0511 ▶ 2011_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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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나무화랑 NAMU ARTIST'S SPACE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4층 Tel. +82.2.722.7760

정동석의 근작인 「마음혁명」연작은 피사체와 작가 사이에서, 그 둘을 아우르는 또 다른 무언가를 발현시킨다. 「마음혁명」에서 정동석은 숨을 쉬고 움직이며 카메라셔터를 눌렀다. 카메라를 흔들며 촬영한 서울의 밤 불빛 풍경은 그 형상을 넘어서며 새로운 이미지로 변주된 것들이다. 영성靈性의 느낌까지 불러일으키는 화면은 존재와 인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불교의 무애无涯와 무외無畏의 경지, 기독교의 금욕적인 절제, 또는 노·장의 역설적 사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그렇지만 핵심은 이런 종교적 차원을 포함하면서도 일상의 욕망까지 함께 포괄한 통찰에 있다. 정동석은 도시인들의 구체적 현실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미학적 자각으로 연결시켰다. 삶/희망, 주체/타자, 사진/회화, 내용/형식, 시각/인식, 재현/표현, 실체/일류젼 등의 이분법적 틀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자세로 접근한 그만의 유기적인 생성문법으로 말이다. ● 눈으로 본 것을 넘어선 이 이미지들은 정동석의 마음의 결이자, 이성적 사유와 희구가 최소 단위로 환원된 결정체다. 도시의 욕망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며 정동석은 거기에 대한 이성적 사유를 극한까지 밀어 붙여 마침내 하나의 세계, 혹은 깨우침으로 주체와 대상이 서로 교차하며 합일하는 풍경을 형상화한 것이다. 도시의 밤을 의미소意味素로 하여, 사진고유의 원근법적 재현을 거부한 평면적 조형성, 카메라 흔들어 찍기로 도출한 동적인 내면의 이미지가 그것이다. 그 결과 피사체의 사실적인 재현에서 벗어나면서 작가의 마음을 반영하는 또 다른 움직이는 형상이 나타난 것이다. ● 작가의 액션으로 인해 움직이는 점과 선이 유동하며 만들어낸 비정형의 형상은 삶의 꽃을 피우기 위해 꽃씨나 포자가 날아다니는 것과 같은 유연한 생동감, 폭포처럼 쏟아지는 불빛의 다이나믹한 파장, 혹은 디지털 영상처럼 부드럽게 반복하며 유영하는 알록달록한 색채와 선의 무브먼트로 나타난다. 번다하고 잡다한 이전투구의 생존방식들과 욕망들이 교집된 도시의 밤, 그 빛과 어둠을 경건한 생명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그곳에는 삶과 희망을 향한 생성의 과정과 에너지가, 흙탕물속의 연꽃처럼 작가 내면을 반영하며 아름답게 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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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정동석은 서울의 밤을 통해서 사람들의 욕망과 희망을 간결한 불빛의 아름다움으로 은유해 왔지만, 사진의 원초적인 기능인 대상의 재현에서 완전히 일탈하면서 오히려 대상을 다른 형상으로 치환한 것은 이번 「마음혁명」연작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혁명」에서는 피사체인 밤 불빛은 소멸되지 않고 형상의 인자로 화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주제의식과 사진 찍기의 새로운 방식에 의해 의미소가 된 도시의 밤은, 작가와 피사체의 중간지대에서, 보는 주체와 보이는 객체의 관계를 상호 무장해제 시켰다. 그리고 정동석의 시선에 의해 독특한 이미지와 개념을 발생시킨다. 피사체에 대한 표현이나 해석이라는 기존의 사진적 접근방식에서 이탈해서, 정동석은 자신과 대상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기원과 현상을 궁극적으로 집약시키는 내면적 서사를 창출한 것이다. ●「마음 혁명」은 작가의 몸동작과 카메라가 움직이는 속도로 인해, 구작인 「밤의 꿈」과 「가득 빈」연작의 정지된 상태와는 다르게 밤의 정태성에서 벗어나는 숨 쉬는 공간을 도출한다. 피사체인 불빛에 의해 작가의 호흡과 동작이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그 화면은 역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여유롭고 편안하다. 가득 빈 어둠을 부유하는 도시인들의 삶과, 작가의 마음상태를 수용한 화면엔 자연스레 리듬감이 나타나고, 불빛은 춤을 춘다.「밤의 꿈」에서의 감성적 서정성이 「가득 빈」연작의 이성적 사유의 절대성을 거쳐, 마침내 「마음혁명」연작에 이르러 이 둘을 견인하면서도 자연발생적인 생태공간을 연출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가득 빈」이 종교적 영성과 같은 정신의 절대공간인 "바람도 없는 공중"의 긴장이라면, 「마음혁명」은 그곳을 툭 건드려서 "수직의 파문"을 일으키며 파적의 공간을 만드는 진동의 상태라 하겠다. 그 진동으로 인해 마음이 움직이는 틈이 열리고, 그 틈 사이에서 정동석 자신과 사진에 대한 깊은 사유가 숨 쉬고 있다. ● 정동석의 사진은 대상의 재현과 작가의 주관적 표현을 넘어서는 묘한 이미지로 이루어진다. 대상의 현실적 상태에 대한 접근이자 궁극적으로 정동석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진술한 은유다. 깨우침, 해탈, 카메라의 해방과 사진으로부터의 자유, 프레임의 안과 밖 중심과 주변이 무화되는 '올 오버'의 화면은 형상뿐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작가의 태도와 인식까지도 증폭되게 만든다. 정동석의 작품에서 대상에 대한 묘사를 무화시키며 생성되는 형상의 생동감과 사진형식과 개념에 대한 성찰은 차라리 자기갱신의 표지로 보인다. 기록·재현·표현의 영역에 있던 사진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 낸 것이다. ● 그것은 대상과 주체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미학적·존재론적 인식이 열려 있어서다. 주체의 시선에 의해 수동적이던 피사체를 작가와 카메라가 움직이며 주체와 동등하게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 풍경의 현장 너머에서 설명이 불가해한 추상처럼 변한 형상은, 굳이 언제라는 시간성도, 어디라는 장소성도, 거기에서의 삶의 구체성도 어둠에 묻어버렸다. 그리곤 어떤 설명도 없이 밤의 불빛과 작가와 카메라가 움직인 궤적으로 인해, 사실적인 풍경과는 또 다르게 스스로 생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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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정동석은 카메라를 흔들면서 대상을 포착하고, 동시에 그의 마음을 오버랩 했다. 작가가 카메라를 흔들며 촬영하는 것은 기존의 사진개념을 뒤집으려는 역설과 실험의 태도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사진 찍는 방법의 단순한 변화로 볼 수도 있지만, 정동석에게 있어서는 능동적인 주체의 시선과 수동적인 피사체간의 고착된 관계를 거부하며, 사진의 전통적인 장르적 정체성·구조·체계를 흔드는 존재론적·미학적 성찰의 결과다. 그것은 주체의 시선에 대한 습관적이고 닫힌 인식구조에서 이탈하려는 정동석의 반성적 태도이자, 보는 행위에 대한 그의 본능적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 그러나 정동석이 이런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찍더라도 대상인 풍경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터, 라깡Jacques Lacan에 기준 한다면, 대상에 투사된 자신(바라보는 주체)의 시선을 흔드는 것이 곧 대상을 움직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주체만을 중심에 두는 원근법적 투시에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의 기계적 메카니즘에서 벗어나기에 이는 유효한 방식이다. 보는 주체만을 중심으로 상정하는 관습화된 시선의 독재는 보이는 대상에 대한 폭력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대상은 주체에 의해 수동적으로 선택되어서 주체의 표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뿐, 이미 대상 그 자체가 아니기에 그렇다. 거기에서는 어떤 수평적인 교감도 일어나기가 힘들다. 일방적인 응시주체의 판단과 표현만이 남을 뿐, 주체의 시선에 흡수된 대상은 이미 그 성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정동석의 카메라 흔들기는 바로 이 피사체에 가하는 주체의 시각적 강제성을 해체하는 행위이자, 피사체에 드리워진 주체의 시선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기도 하다. 즉 주체의 시선이 가진 권력으로부터 피사체를 해방시키면서 있는 그대로의 피사체와 만나는 것이다. 그 결과, 정동석과 밤의 불빛 풍경은 주체와 피사체라는 관계를 떠나 스스로를 내려놓으며 조우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즉물적인 날것의 생동하는 이미지를 발화시킨 것이다. ● 눈과 눈 사이에도 거리가 있듯이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간극, 즉 시차視差에 의해 같은 대상도 다르게 보이게 된다. 카메라를 흔드는 것은 곡 시차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바라보는 주체의 초점의 위치에 따라 대상이 다르게 인지됨으로 대상에 공고하게 각인된 주체의 시선이 흔들릴 때, 마음속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현상을 정동석은 카메라로 포착한 것이다. '카메라 드로잉'이라 명명할 수도 있는 그것은, 정동석과 삶의 현장인 도시의 밤 풍경 사이에서 발생하는 제3의 현상에 대한 진술이다. 사진이자 그림이고 그림이자 사진이면서, 주체와 피사체간의 수평적 만남으로 시선을 넘어서는 이미지가 발아하는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 세계를 마주하는 정동석의 이런 작가적 태도에 데리다Derrida, Jacques의 다음 문구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카메라 셔터가 감겼다 떠지며 사진이 찍히는 특성상 우리는 대상을 보고 우리가 본 것을 찍는다고 생각하지만, 카메라 셔터가 터지는 순간 우리는 우리가 보지 못한 그 순간을 찍는 것"이라는…. 여기서 "보지 못한 순간"은 대상을 찍으려는 사진가의 욕망이, 그대로 피사체에 담기고 드러나는 권력적 시선의 작동방식을 해체시키는 그 시간이 아닐까. 돌이켜 보면 그동안 정동석의 작업들 대부분이 이런 시선작동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진행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습관화된 시선이 닿는 곳이 아닌 그 이면의 소외된 장소, 그 곳에서 드러나지 않거나 은폐된 현상에 대한 문제였음을 상기해 보면 정동석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이 향하는 지점의 "보지 못한 순간"을 셔터에 담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음혁명」은 바로 이 "보지 못한 순간"을 우리에게 정교하게 제시해주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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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정동석은 사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지금의「마음혁명」연작에 이르렀다. 지각된 형상에 대한 주체의 응시라는 시각체계를 극복하며, 대상과 자신과의 사이에서 주객의 구분을 넘는 시각적 문맥을 찾고자 해왔다. 이는 사진과 회화, 대상과 나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사이에 있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의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혁명」에서는 소재인 밤 불빛도, 작가인 정동석도, 사진에 대한 관습적 논리나 정체성 등으로 구분된 틀의 해체와 더불어 생동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 정동석의 카메라를 흔드는 행위는 외부의 사물을 보기만 하는 주체의 입장에서 벗어나서, 역으로 주체자신의 내면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피사체의 묘사를 넘는 서사가 주체와 피사체란 분별을 넘어 서로 해방되면서 진화하는 사진이미지는 그래서 싱싱하다. 카메라를 흔들며 정동석이 다다른 곳은 자기 호흡으로 만난, 그리고 자기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상과 숨을 나누는 지점이다. '주체의 시선'이라는 사진의 독점적 메카니즘으로부터 벗어나서, 피사체인 도시인들의 삶의 의지와 작가의 마음을 담은 열린 공간의 창출이기도 하다. ● 그곳은 정동석이란 개인이 사진을 찍는 행위를 통해서 도달한 곳이지만, 관객인 우리도 거기에 다다르면 '주체와 대상'이란 이분법에 함몰된 독선을 버리게 된다. 그때 내 몸의 모든 감각과 내 마음의 모든 문을 열고, 타인과 사물을 보고 만나게 되는 시각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와 그의 앞에 있는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넘나들며 열린 세계를 함께 나누는 것.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인위가 만든 온갖 경계와 제도와 틀과 분별을 넘어서는 자유를 얻는 것. 그것이 정동석의 작품과, 세계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와, 카메라 흔들기라는 형식과, 최종적인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는 「마음혁명」이다. 리얼하게 현실과 대면하면서도 꿈과 희망이란 상상을 뜨개질하듯 엮어내는 진실하고 완벽한 내면의 혁명 말이다. ■ 김진하

Vol.20110511c | 정동석展 / CHUNGDONGSUK / 鄭東錫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