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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429_금요일_07:00pm
비하이브 BEㆍHIVE 서울 강남구 청담동 78-5번지 Tel. +82.2.3446.3713 artbehive.com
우리는 우리의 죽음에 준비가 되어있을까? 누군가에게 당연한 죽음이 존재할까? 송상희의 설치작업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2006)은 자신의 영정을 직접 바라봄으로써 죽음을 직면하고 있다. 죽을 준비가 되었다는 이 여인은 아직 움직이고 있으나 온전하지 않은 형태의 다리와 머리, 그 위에 반짝이는 원형의 띠를 가지고, 이미 죽은 후의 상태인 지, 혹은 그 사이 어디쯤인지 혼동되는 선에 서있다. 처음부터 기계였던 하이브리드 신체는 살았었다고도, 살았다고도, 이미 죽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어느 지점에 존재한다. 송상희는 이번 전시에서 이런 죽을 준비가 되어 있는, 혹은 되어있지 않은 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 오소레산에서 촬영한 「세계인들이 평화롭기를 Peace to all people in the world」(2010)도 출품된다. 일본의 전설에 따르면 오소레 산은 지옥으로 가는 문, 혹은 영산으로 알려져 있다. 유황 냄새와 화산활동의 잔해로 황량한 기운이 가득한 이 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영혼이 모여 있다고 여겨졌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돌탑을 쌓고 그 앞에 사탕이나 여자아이 머리핀, 우유, 바람개비 같은 것을 놓고 기도하고 쓸쓸히 돌아갔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정부는 반정부적 지역에 위치한 오소레 산에 대한 언급을 회피 했으나 최근에는 관광을 목적으로 일년에 두 번 위령제를 개최하고 있다. 송상희는 자신의 두 발에 카메라를 묶고 이 지옥의 산을 걸어 다니면서 촬영한 영상 위에 최치원의 [쌍녀분전기(雙女墳傳記)], 즉 최치원과 두 자매귀신의 대화를 자막으로 입혔다. 바람개비 소리만 가득한 회백색 산을 걸어 다니는 작가의 행위는 죽은 자들을 위해 지옥을 걷는 그녀 나름의 위령제이다. 공식적이거나 누군가 알아주기 위해 여는 화려한 제사가 아니더라도 마치 부모들이 작은 물건들로 자식들을 위로하듯 죽은 자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송상희의 이러한 시도는 사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 작업은 작가가 7년전 일본 레지던시 당시 사할린 바다와 접해 있는 일본의 최북단 소야(Soya)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작은 비석에 적혀있던 "세계인들이 평화롭기를 Peace to all people in the world"이라는 문구에 근간을 두고 있다.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이나, 광개토대왕비 등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것으로 해석되는 송상희의 작업들은 실은 작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 한 시대, 어느 나이대의 여성으로서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물음에서 발아한 것이었다. 이러한 질문은 나/여성이라는 인식의 주체가 사회 속에서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가를 의문시하는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길이고 그 과정의 혼란을 해소하는 수단이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은 결국 사회와 시스템에 대한 물음으로 고리를 잇는데, 사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여성의 시선/관점에서 사회를 정확히 바라보고 역으로 사회 안에서 작가가 위치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인들이 평화롭기를 Peace to all people in the world」의 배경인 소야는 1983년 9월, 대한항공 007편이 구 소련 전투기의 공격으로 격추되어 폭파된 곳이다. 이 사건으로 미국 하원의원을 포함한 탑승객 269명이 사망하였고 같은 해 9월 유가족을 포함한 53명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으나 시신을 찾지 못하였다. 사건 후 2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에 대한 정확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고 여러 가지 음모설이 난무하고 있다. 냉전이 극한에 이르던 상황에서 구 소련의 의도된 공격이었다는 추측도, 탑승객들이 사망하지 않았다는 추측도 확인된 바는 없다. 드로잉 「1983」(2010)은 당시 냉전상황을 묘사하는 구 소련 서기관의 기록과 미국 대통령의 코멘트들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사건과 무관한 수 많은 사람들이 시신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는 사실만이 분명할 뿐이다. 이러한 사회적 사건 다루기는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작가 자신이 처한 시스템을 올바로 보기 위한 노력으로, 나/여성의 시각에서 사건의 표면에서 비존재하는 입장들을 섬세하게 밝혀내는 것이다.
하지만 왜 굳이 20여년이 지난 이야기를 지금 풀어 놓고 싶은 것인가? 「243.0 MHz」(2011)는 1983년 대한항공 007 사건 당시 구 소련 요격기 조정사와 공군 사령관 쿠르노크흐의 교신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마치 라디오가 채널을 맞추듯 유행가가 흐르다가 잡히는 방송의 내용은 당시 대화 상황을 현재라는 시간에 위치시킨다. 송상희는 이미 「버려진 알」(2003) 등의 작업에서 신화나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에 위치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러한 사건, 이야기의 재배치는 과거에 있었던 그 일들이 형태를 바꾸어 현재에도 존재한다는 작가의 믿음이다. 프로이트가 이야기 했던 것처럼 잊혀진 역사는 스스로 반복되고 현재는 과거의 또 다른 형식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폭파사건이 20여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현재도 어딘가에서 침략, 전쟁, 그리고 종교에 의해 많은 영혼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 1983년, 소련측에서 한국 측에 유일하게 돌려준 것은 탑승객들의 얼린 신발들뿐이었다. 작가는 아직도 탑승객들이 신발을 벗은 채로 태평양 바다 어딘가에 그렇게 떠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송상희의 「신발들 shoes」(2010)에 등장하는 검은 바다에 떠있는 신발들은 존재의 출처와 형태를 불문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스피박이 "하위 주체(subaltern)는 말할 수 있을까?"라고 한 것처럼 신발들은 말이 없다. 그러나, 송상희는 어디에선가 떠다니고 있을지 모르는 신발들처럼, 말없이 떠도는 하위주체들에 조용히 목소리를 부여한다. ■ 비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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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110429e | 송상희展 / SONGSANGHEE / ???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