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들

송상희展   2001_1026 ▶ 2001_1106

송상희_성공을 위한 몸 보정기-인사하기 & 메뉴얼_2001

초대일시_2001_1026_금요일_05:00pm

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Tel. 02_735_4805

기호기능적 체계 속에서 드러나는 표현과 의미 ● 작가 송상희의 작업 출발점은 체현된 경험, 즉 지각이다. 지각은 단순히 외부 세계가 신체에 가하는 충격의 결과가 아니라, 생생히 경험된다는 성격을 지닌다. 작가에게서 지각은 체현된 지각이며, 구체적인 맥락 혹은 상황 내에서 존재한다. 그래서 체현된 지각이 만들어 낸 결과로서 지각하는 주체는 변화하며, 새로이 태어난다. 전적으로 자율적인(또는 자연스러운) 주체는 없는 것이다. 두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관습과 의례의 세계에 대한 지각하는 주체의 살아있는 관계를 강조한다. ● 이번 개인전에서 송상희가 예술의 세계와 보정기 판매처 사이에 성립시킨 동격의 관계는 그들의 은유를 뒤덮고 있는 욕망의 저류가 없었다면 참으로 조야해 보였을 것이다. 아직 우리의 1960-70년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한 변두리 도시에서 조악해 보이는 보정기구들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을 떠올려보자. 돌아가는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궤도에 매달린 채 매일 이 상점을 지나치는 이들의 눈에 우연히 들어 온 보정기 판매처. 주춤주춤 들어선 남루한 가게 실내에는 헬스 기구나 실내 골프연습 기구와는 달리, 접근이 한없이 용이한 기구들이 놓여있다. 백화점 엘리베이터 걸처럼 늘 미소를 지으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안녕하세요. 어서오십시오'를 지치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인사 동작을 굳혀 준다는 기구, 그 깍듯한 인사에다 덧붙여 상대방에게 적절하게 자기를 과시할 수 있는 기구, 더도 덜도 아닌 가장 적합한 만큼만 자동적으로 입을 벌려 미소짓도록 해주는 기구까지. 이 보정기 판매처는 습관적인 동작을 재료물질(이미 특정 맥락 속에서 작동하면서 친근하게 자리잡은 이들은 다른 맥락 속에 놓여져 그 친근함을 배반하는 낯설음의 실체이다)로 이루어진 기구들로 환원하고, 상품화한다. ● 작가의 기획, 생활설계가 지닌 야릇한 흥분과 부족한 현재에 대한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은 보완과 교정의 전화를 통하여, 즉 상품 구입을 통하여 만족될 수 있는 듯하다. 작가는 일상의 궤도 이탈, 세속적 성공이라는 희망을 보정기라는 상품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이에 도움을 건네고 있다. 보정기구들은 인사나 미소 등의 동작이 체현된 지각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그들 자신을 의미를 향해 개방하는 것이다.

송상희_성공을 위한 몸 보정기-명함주기 & 메뉴얼_2001

재미있는 것은 이 「바른 자세를 위한 몸 보정기」들이 작가 자신의 작품을 가리키면서, 상품화 회로 속에 자신도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구매행위를 통한 소유하기 전략은 보정기구 판매처에서 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도 통용되고 있어 문화적 높낮이를 없애준다. 작가는 알레고리적 접근을 통하여 상품으로서의 미술품이 지니고 있는 오락과 여흥으로서의 예술, 접근의 용이성, 계산가능한 효과들을 자기반성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 송상희의 광고전단지들도 동일한 맥락으로 읽혀진다. 특히 「바른 정신 보자기」 광고를 위한 전단지는 길들여지는 몸짓과 상업 사이의 경계를 더욱 예민하게 매개한다. 첨단 인쇄술로 세련되게 제작된 이 전단지는 기막힌 상품 소개문구들로 인하여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광고의 공허한 매력에 이끌려 있는 동안 보자기를 뒤집어 씌운 채 체벌을 가하는 지극히 개별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숙련성과 능란함이 전하는 안정과 신뢰(전단지의 표현)는 기이한 창안성, 냉담(전단지의 내용)과 마찰을 빚으며 전단지를 읽고있는 우리 자신을 지각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과장된 부조리는 욕망을 상품구입을 통하여 만족시키는 동일성, 즉 소유하려는 욕망과 소유하기 사이의 동일성 토대를 어긋나게 한다. ● 송상희의 이번 작업들은 특정한 맥락 속에서 기호로써 작동하는 기능적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보정 기구라는 기호들은 그 기구의 기능작용과의 상관관계에 의존하고 있어서, 보편적으로나 객관적으로 추정이 가능한 어떤 물리적 실체는 아니다. 따라서 송상희의 작업에서는 기호가 표현과 의미를 지니고 기호기능을 수행한다. 그녀의 작업에서 독특한 것은 표현이 특정한 형태를 취하면서 또한 일종의 실체로서, 물질성으로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표현은 의미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 때 표현은 의미의 형성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 형성에 대한 수용성만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표현과 의미가 자족적인 전체를 구성하는 대신, 열려진 체계에서 고리로 연결되어있어 관람자의 개입을 유도한다. ■ 임정희

Vol.20011024a | 송상희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