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숲 Deer Forest

이소연展 / LEESOYEUN / 李素蓮 / painting   2011_0414 ▶ 2011_0515

이소연_사슴숲 Deer Forest_캔버스에 유채_225×35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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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414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_11:00am~06:00pm

조현화랑 서울 JOHYUN GALLERY 서울 강남구 청담동 118-17번지 네이쳐포엠 1층 Tel. +82.2.3443.6364 www.johyungallery.com

2011년 4월, 조현화랑 서울에서는 이소연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독일 뮌스터 국립 미술학교 회화과를 졸업 후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했던 작가의 아름답고 기이한 자화상들은 2007년 콘라드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지기 이전부터 여러 미술관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선보이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너, 나, 우리』 전시를 통해 2008년 조현화랑에서 처음 소개되어 현재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 등 국제 미술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다. 늘 화면 중앙에 등장하는 작가의 초상은 치켜 올라간 가느다란 눈 속에서 맹수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동그란 이마, 뾰족한 턱의 상기된 얼굴로 외모적 특성을 과장하여 만들어낸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가면이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항상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 속 작가의 서늘한 시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든다.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부자연스럽거나 우스꽝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의상, 액세서리, 배경이 어우러져서 친밀하면서도 낯선 장면을 연출한다.

이소연_꽃머리띠 Flower Headband_캔버스에 유채_120×90cm_2011

10여 년 동안의 독일에서의 생활은 작가에게 동질성과 이질성, 친밀함과 낯섦, 그리고 그 유동적인 경계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캐릭터화한 '나'를 등장시켜 우리의 일상과 기억을 환기시키며 동시에 자신의 내적인 삶을 기록한다. 그녀의 작품이 가지는 강한 아우라는 단호한 형태, 놀라운 질감 표현, 명쾌한 색채, 확고한 화면 구성 외에도 이러한 일상 속의 낯선 친밀함과 내면의 심리적 묘사에 기인한다. "그림에서 보여지는 옷, 액세서리 그리고 여러 가지 소품들은 내 작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흥미에 의해 모아지고 아껴지게 되었지만 나의 생각, 감정 상태, 심지어 어느 시간에 있는지 조차 얘기해 준다. 나는 옷과 액세서리, 소품들을 내 몸을 장식하는 장신구로 또는 풍경의 일부로 화면 속으로 끌어 들이고,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회화적 언어가 되도록 구성한다. 이것들은 내 기억과 경험의 구성물이면서 동시에 회화적 모티브로서 포즈, 공간 등의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어 분명히 정의될 수 없는 미묘한 심리적 감상적 세계의 일부가 된다." ● 작품의 배경은 평소 여행을 즐기는 작가가 방문했었던 실존하는 장소들이다. 작가는 특정 장소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기억 속 감정과 이미지들로부터 시작하여 그것에 연관된 의상과 소품을 고르고 조합하여 작품을 구상한다. 또는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과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에 알맞은 장소를 기억을 더듬어 찾아낸다. 이렇듯 작가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토대로 그린 자화상은 작가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자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의 일부이다. 우리의 자아가 '나'로서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의 물리적, 사회적 세계에 반응하고 변화하듯 변장을 통하여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창조한다. 그녀의 작품은 작가 내면의 본질을 표현함과 동시에 타인의 시선을 통하여 만들어지고 존재하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수용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 조현화랑

이소연_사슴뿔 Deer Antlers_캔버스에 유채_100×75cm_2011

작가로부터 '따뜻한 글'을 부탁 받았다. 글이 온도가 있으리 만무하지만 그의 작품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한 적이 있어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작가를 위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로 시작하고자 한다. ● 2003년 8월 어느 날, 가방 하나 달랑 들고 Annandale-on-Hudson 이라는 뉴욕주의 외딴 마을에 도착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떠난 유학 길, 학교에서 임시로 마련해준 기숙사에 짐을 풀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아직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라 캠퍼스는 한산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미국 동부지역에는 전례 없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숲으로 둘러 쌓인 캠퍼스에는 달빛만 고요하고, 가끔 오가는 자동차 불빛이 아직 문명세계에 있다는 것만 확인시켜주었다. 전기가 없으니 시력을 잃은 것과 다름 없고, 문명의 소리는 사라지고 자연의 소리만 들려오는 시간이었다. TV도 컴퓨터도, 전화기 조차 없는 세상과의 철저한 단절. 시커먼 적막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외로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이없음, 바로 그런 경험이었다. ● 2006년 3월 어느 날, 뉴욕의 한 아트페어를 어슬렁거리던 중, 어떤 그림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3년 전 바로 그 암흑 속의 밤, 가방 하나 들고 방향을 잃은 내 모습, 두려움이나 당황스러움보다 머리 속이 텅 비어버린 듯한 표정 없는 나의 모습. 그렇게 내 발길을 잡은 작품이 이소연의 2006년 작품 「On the Way」이다. 인적 없는 시골길, 해는 어둑어둑 저물고, 동양인으로 가늠되는 한 여인이 여행 가방을 들고 길 위에 서있다. 그녀의 뒤로 뮌스터 Münster라는 지명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고, 동네를 배회하는 여우 한 마리도 등장한다. 그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 표지판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된다. 그리고 그녀는 갑작스런 불빛에 노출되어 얼어붙은 듯 하다. 순간 방향도 시각도, 청각도 사라져버린 듯한 이 그림을 만나면서 나의 어이없던 경험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그 적막함이 이미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렸음을 알게 되는 가슴 따뜻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다시 마드리드에서 이소연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검은 뿔 테 안경을 쓰고, 입이 벌어진 새우깡 봉지를 든 여인의 초상. 이소연이라는 작가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바로 이때이다.

이소연_금붕어 Goldfish_캔버스에 유채_160×190cm_2009

이소연과의 만남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그녀의 작품이 우연히 교차하는 접점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현대미술 작품을 개인적인 감정이입에 근거하여 읽어내고 분석하는 촌스러운 행태를 면하고 싶었지만, 그 첫만남의 순간이 강렬했기 때문에 나는 그녀의 작품 앞에서 결코 객관적일 수 없고, 또 객관적이고 싶지도 않다. 다만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작품을 더 많이 보게 되면서 첫 인상과는 다소 다른 생각들이 슬금슬금 떠오르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솔직히 '따뜻한 글'을 써야 하는 임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소연의 작품은 매우 차가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예외 없는 수학 공식처럼 이소연의 작품은 자신만의 도상을 창조하고 냉정하게 지켜왔다. X와 Y값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방정식의 공식에 변함이 없듯이 그녀의 작품에서 의상이나 배경, 흔히 종교화에서 보는 것과 유사한 다양한 상징적 사물들이 계속 교체되지만 원칙적으로 변하지 않는 특징들이 있다. 관람객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날카로운 눈, 평편한 얼굴을 더욱 평면적으로 비추는 인공적인 빛, 지극히 경직된 무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요소이다. 변화하는 요소들, 가령 인물이 위치한 배경, 혹은 어항, 피리, 편지, 새장, 장갑 등의 소품들은 모두 작가의 개인적인 일화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관람자는 그 원천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든 그녀의 작품 앞에 서면 나름대로의 내러티브를 추측하느라 분주해진다. 작품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각각의 요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어떤 것인가?

이소연_연꽃 Lotus_캔버스에 유채_180×270cm_2009

그녀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나는 이미 고백하였다. 그녀의 작품에서 길 잃은 나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는 무의미한 것이지만 나에게는 강한 시각적 충격으로 다가왔던 새우깡 봉지처럼, 그녀의 작품에는 숨겨진 암호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우연한 순간에 그 의미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마치 「On the Way」와 「새우깡」이 '나'라는 관람자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소연의 작품 속의 의미들은 다른 이들에게도 이처럼 우연한 순간에 다른 상징과 다른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낼 것이다. 개인적 경험과 기억이 그녀의 작업과 우연히 만나는 등의 그런 매우 불규칙한 방식으로 말이다. ■ 김정연

Vol.20110425d | 이소연展 / LEESOYEUN / 李素蓮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