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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413_수요일_05:00pm
기획 / 갤러리 더 케이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더 케이 GALLERY THE K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6번지 Tel. +82.2.764.1389 www.gallerythek.com blog.naver.com/gallery_k
가끔씩 슬픔이 찾아올라치면 한 줄기 식물의 얼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어느 누구든지 그 식물의 얼굴에서 피어올라 오는 끈적끈적한 색채를 목격하기라도 하면, 때로는 꽃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열매라는 이름으로 혹은 때로는 줄기 몸통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어루만져야 하리라. 남은 것이라곤 그저 텅 빈 손아귀밖에 없을 때, 그 손바닥 갈라진 틈 사이로 배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를 잡아채어 맨 처음 입을 여는 색, 그 동물적인 몸짓에 아연실색 이미 붓질이 달음질친다.
늘 옆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작가 이미숙은 그렇듯 색에 굴복한다. 색의 동물적인 몸짓을 향유하려는 그녀는, 묘하게도 늘 식물의 줄기를 타고 올라 금세 터질 듯 기꺼이 매달린 꽃봉오리 또는 덩이진 열매에 이르는 색의 분출에 집중한다. 그녀에게서 '식물의 동물 되기'는 색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근원적 사건을 지칭하는 하나의 은유다. 몸을 비틀어 다른 몸들과 한껏 뒤섞이는 듯 나름의 길을 치고 올라가는 색 나름의 생명이야말로 그녀의 붓질을 이끄는 본래의 직설이다.
언제 어디서든 직설은 이미 늘 관능적이기에, 그녀의 작업에서 빚어지는 식물의 줄기와 꽃과 그리고 열매는 관능에 대한 은유인 듯 보는 자의 충동을 자극한다. 함부로 만질 수 없는, 그렇다고 그저 바라볼 수만도 없는 그 적절한 사이를 꿰뚫고서 색 스스로에 붓질을 맡겨버리는 그녀의 섬세한 동작이 보는 자의 충동을 자극하는 원인이다.
그렇기에 그녀의 그림은 구상적이지만 충분히 재현의 옛 구도를 넘어선다. 식물에게서 배어나는 색의 진액, 그 진액을 자양분으로 삼아 어느덧 동물성을 노출하고 마는 색의 마법에 빠져들어 있다. 뒤섞이고 흘러듦으로써 오히려 개별성을 확보하고, 그 개별성을 통해 공동의 시공간을 노출한다. 작가 이미숙의 그림은 식물이 지닌 근원적 생명을 빌미로 동물적일 수밖에 없는 색의 본능을 추구한다. 그녀의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아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 조광제
Vol.20110413f | 이미숙展 / LEEMISOOK / 李美淑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