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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0330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월~토_10:30am~06:30pm / 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 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6 www.grimson.co.kr
멀리서 바라보는 산은 평면적이다. 이번 작품은 그 평면적으로 보이는 산의 부분적 실체를 옮기는 것이 목표이다. 여행 중 만나는 익숙한 능선과 마음에 비치는 낯선 능선, 실재하지 않는 파노라마 풍경 등 산의 형태는 얇은 판으로 겹겹이 포개있는 형상으로 산의 이미지를 평면화한 것이다.
사진 한 장에 담긴 듯, 정지된 그대로를 다색 판화를 찍어내듯, 또는 부조하듯 중첩 구성으로 진행하였다. 땅과 하늘을 잇는 큰 산 덩어리를 납작하게 밀어내 구성한 무모함으로 빚은 조형이다. 능선 넘어 계곡은 상상의 배면으로 숨고 반복되는 능선의 율동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번 작품들은 작품 「山」 (1991) 처음 작업 이후 오랜 만의 산행의 결과인 셈이다.
작품 재료는 MPS(Magic Powder Stone), M10석고, 나무, 종이, 레진으로 표현하였다. MPS나 M10석고는 우드락으로 틀을 만들고 재료를 부어 만든 것으로 원형작업은 생략되었다. 종이는 사진처럼 얇은 느낌으로 중첩된 가상의 능선도 나타난다. 자작나무 합판 역시 실재와 가상의 파노라마 능선을 보이고 있다. 판목의 능선은 목조의 그 형식과는 다르게 부조로 전달하고 있다.
아직 미지의 밟지 않은 곳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혹은 산의 절대적인 위엄과 기세보다 드넓은 품이 삶을 포근하게 감싸 주기 때문일까? 산은 정상에 올라 산하를 내려 보는 맛이 절정이기도 하겠지만 아주 멀리서 바라보는 아련한 듯 먼 능선의 선율이 더 감동적이다. 이미 올라 눈익은 산이라도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그 느낌은 가슴이 아리듯 박동하고 있다. 모든 정경이 모두 내 눈에 들어와 느끼는 풍족함이 사진처럼 펼쳐 있다.
山은 하늘과 땅을 묶다 만 끈처럼 놓여 있다. 각각의 형태를 달리하는 산들은 지구상 어느 곳 같은 모양이 없는 듯하다. 혹여 비슷하다하여도 옆과 뒤를 보면 또 다른 형상으로 앉아 있다. 그 산들을 잡아 모아 조물주처럼 내려 보고 바라보는 내 모습이 보인다. ● 주변을 둘러보면 눈에 들어오는 산은 멀리 있다. 너무 거대한 산을 잡아 묶어 어떠한 형태를 만드는 확신은 쉽지 않았다. 오래부터 무지막지한 공간을 차지하는 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생각은 당돌하고 경솔한 그 느낌 뿐 이었다. 어느 곳에든지 가슴이 뭉클하고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맞는 산세를 사진으로만 남기고는 흡족할 뿐 이었다. 서울을 벗어나 동서로 남북으로, 동남아, 유럽, 북미, 중남미, 남미를 거치는 여행길에선 다른 산들을 만났다. 수천 년 전의 고대문명이 있던 곳, 원시 그대로 남아 있는 곳, 우리 산하와 또 다른 다양한 형상을 둘러보았다. 모든 산은 소중한 오랜 역사의 흔적들을 품은 채 놓여 있었다. 문명의 흔적을 멀리한 산 일수록 더 신비로운 시간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가는 느낌이 강했다. 이제 다시 그 산들의 능선의 느낌을 다시금 꺼내 볼 시간이 되었나 보다. ● 중첩된 산의 능선은 규칙적이지 않은 자연의 오선지처럼 자유스럽다. 겹겹이 바래가는 색들은 아스라이 멀리 가는 시간의 강약처럼 덧칠이 돼 있다. 한 겹 한 겹 붙여가는 산의 모양들은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사진처럼 그 산들이 놓여 있다. 하늘과 땅을 묶다 만 끈처럼 놓여 있는 거대한 산을 얇게 저미듯 잘라 겹겹이 붙인 산들이다. 좌우로 율동하는 능선들은 오랜 세월에 묶인 주름처럼 겹친 그 사이 계곡들의 깊이와 모양을 가린 채 미동을 않고 웅크린 모습만을 보여 주고 있다. 봄부터 겨울까지 수없이 많았던 山들의 形形色色의 이야기를 중얼거리듯... ■ 홍승남
Vol.20110325g | 홍승남展 / HONGSEUNGNAM / 洪承南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