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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0711_수요일_05:00pm
이화익 갤러리 서울 종로구 송현동 1-1번지 Tel. 02_730_7818 www.leehwaikgallery.com
홍승남은 차가운 금속의 재질감을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형태의 조각을 만들어왔다. 그의 작품들은 일견 미니멀한 특성들을 보이면서 극단적으로 간결화된 단순미, 절제미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물성을 강조하면서 작가의 흔적을 배제시킨 미니멀작들과는 달리, 그의 작업 과정에는 장인적인 수공의 노력이 깊이 스며들어있다. 즉 형태의 차가운 특성은 재료를 절단하여 용접하고 표면을 부드럽게 다듬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온기로 채워지는 것이다.
원, 사각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형태들은 특정 공간에 놓여짐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작가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이 형태들은 외관상으로 '둥근 것과 모난 것'일 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원만함과 고지식함'과 같은 특성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특정 전시공간에 설치된 이 조각들은 곧 우리가 사는 인간사의 풍경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그는 조각을 단지 좌대에 설치하는 것에서 벗어나, 벽에 설치하거나 바닥에 설치하는 작업을 병행하여 왔다. 시각적으로 이 단순한 형태요소들이 한 공간에 모인 형상은, 한 점의 추상회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이 때때로 드로잉적이라거나 회화적이라는 평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는 독일의 비스바덴 공대에서 실내건축을 수학하였던만큼, 하나의 조형물을 제작함과 동시에 그 각각을 기하학적 구성요소로 조합하여 조화로운 전체의 풍경을 이루어내는 뛰어난 구성력을 지니고 있다. ■ 이화익 갤러리
'간결함, 단순함, 명확함, 규칙적이고 완결된 구성'으로 일관된 홍승남의 작업은 차라리 어떤 사조를 대변하고 있다기보다는 깔끔한 작가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도형의 기본 단위인 원과 사각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삼차원과 이차원적인 공간의 모습에서 비유클리드적인 공간의 기하학적 화합을 시도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형태적 질서를 원초적인 형태의 반복과 결합으로 수렴시켜 감으로써 새로운 원론적인 공간구성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시점의 도입, 바로 이것은 스테인리스의 표면을 미러(mirror)기법으로 처리하여 관객의 상을 비쳐줌으로써 가변적인 시각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시도해온 일련의 부조작업들은 입체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조각적 특성을 깨고 평면다운 얇은 느낌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설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다루기 힘든 스테인리스 스틸의 질료적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읽어내고 있는 작가 홍승남은 작품제작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면에서 그의 작업은 가능한 한 작가 손의 노동을 거부했던 '미니멀리즘'과 거리가 있다. 작가 손의 완벽한 마무리를 통해 절대적인 형태를 표현해내고 있는 그의 작업에서 우리는 완성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바로 조각이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사람들에게 새롭게 던지고 있는 작가인 셈이다. ■ 김성희
Vol.20070713d | 홍승남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