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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북촌미술관 BUKCHON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가회동 170-4번지 청남문화원 Tel. +82.2.741.2296 www.bukchonartmuseum.com
대위법적인 은유가 빚는 도시 이미지..풍경展: ● 1/ 그녀의 지난 1년간 '크로노스(Chronus)적 시간'과 '카이로스(kairos)적 시간'이 의미하는 바: 필자가 지켜 본 배지민의 지난 1년간은 물리적.계기적 시간으로서 '크로노스(Chronus)적 시간'과 더불어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감정을 느끼는 순간..등등, 성찰을 통한 창작의 기쁨을 누리는 의미 있는 순간, 곧 자신의 존재 의미를 느끼는 맥락인 절대적인 시간으로서의.. '카이로스(kairos)적 시간' 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한 시간 안에서 그녀는 자신을 비추어보면서, 그녀의 감수성을 더 민감하게 도야하면서...한편, 감성적 공통감(sensus communis)의 근간이 될 '미적 판단의 보편성'에 관한 근거 마련에 탐구의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인문적 도야과정을 통해서, 그녀는 이전의 소재충동의 상태에 형식충동의 질적 계기를 접목시킨다. 곧, 이전의 화폭에는 단지 삶에 대한 환경 일반을 의도적으로....거칠게..육중하게..대비적으로..담아낸 반면, 이즈음엔 보다 섬세한 감수성과 절제된 미적 감정으로써 '살아있는 형자(living form)'로서의 미적 대상을 그려낸다.
2/ 그녀의 두 눈에 도시의 진정성이 깃든 '미적 가상(假象)'이 포착되다: 그녀의 인성(人性) 안에는 드디어 감성(感性)과 오성(悟性)의 조화로운 심성이 깃들게 되면서, 그녀의 두 눈엔 도시의 진정성이 깃든 '미적·가상(假象)'이 포착된다. 무미건조했던 도시공간은 어느 특정 구역에 때 마침 비가 내리기도 하고..시우(時雨).... 혹은 눈발이 날리면서..비설(飛雪).... 그 순간, 도시가 살아난다. (배지민과의 대화에서 필자가 그녀의 감수성을 포착한 내용임) 그러한 현현(顯現)을 목격한 화가의 마음에 상응해서 붓을 쥔 손은 저절로 상쾌하게 움직이면서, '득심응수(得心應手)'하니, 화면 공간은 사람들과 자연이 알맞게 어우러져 그것은 예술적 광경이 된다.(「비설(飛雪): 종로 사람들」, 「풍경: 시청앞 홀로 된 사람들」) 어느덧, 바람을 가르는 파묵(破墨)의 필획의 한 선(線)과 점(點)들은 서로서로 감응하면서, 낯익은 도시공간을 향수하는 익명의 사람들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된 작가 자신이 되기도 한다. 배지민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게 구현된 미적 가상성(美的.假象性)을 지닌 도시 공간은 익명성을 지닌 딱딱하고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곽희(郭熙)가 『임천고치(林泉高致).산수훈(山水訓)』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가볼만한 곳(..有可行者..)' '구경할 만 한 곳(..有可望者..)' '노닐 만 한 곳(..有可遊者..)' '살만한 곳(..有可居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배지민의 실기 박사 청구논문에서 부분을 발췌해서 필자가 다시 다듬음. 2010년 12월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그런 가상(假想)의 도시 공간 속을 거닐면서 소년은 꿈을 키울 수 있고, 현대인은 일상에 지친 피로를 풀 수 있다. 작가는 화면에 이러한 생명력을 지닌 진정성(authenticity)을 부여할 특권이 있으며, 이는 당나라 장언원이 말한 예술의 본질적인 기능으로서 '이열성정(怡悅性情..사람의 성정을 기쁘고..기쁘게 함..)'함과 상통한 점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예술세계란, 직관형식인 감성적 시·공간을 통해서 예술작품의 불멸의 특성(eternal quality)의 근거가 될 작가의 예술정신과 하나로 통일됨으로써 근사한 미적·가상성(Ästhetischer Schein)으로 보여 지는 일이 가능하다하겠다.
3/ 수묵의 물성(物性)과 화가의 역량에 기인한 '수묵 감성'의 풍격(風格) 문제: 수묵(水墨)은 물[水]이라는 매재(媒材)와 지필묵(紙筆墨)이 화가의 예술적 기법(技法)과 만나면서 고유한 물성(物性)을 드러내게 된다. 화가는 이러한 수묵화가 가진 고유한 물성(物性)을 부려서 순간적인 필적(筆迹)과 묵흔(墨痕)을 화면에 남길 수 있다. 주지하듯, 수묵화는 상징성이 강한 양식이다. 곧 시적(詩的)인 압축과 직관성을 요체로 한다. 그러므로 화가는 생략과 강조, 함축과 은유를 통해서 ...."한 자루의 붓으로 우주의 본체"....까지 그려낼 수 있다. ((於是乎一管之筆(어시호일관지필), 擬太虛之體(의태허지체). 왕미(王微) 『서화(敍畵)』에서 인용함) 한편, 이러한 화가의 역량은 화가의 인온(絪縕)된 '높은 감성'과 맞물리는 것으로서 이는 고스란히 '수묵감성'의 풍격에 관여한다. 위와 같은 수묵 매체에 현대적인 '수묵 감성'의 풍격(風格)을 담고자 배지민은 여러 시도를 모색한다.
4/ 대위법적인 은유가 빚어내는 성정(性情)과 시정(詩情): 이번 전시에 보이는 배지민의 그림에는 유독 그녀의 지난 1년간의 희로애락의 마음의 상태가 드러난다. 필자가 이번 그림을 통해서 읽은 그녀의 성정(性情)과 시정(詩情)은 다음과 같다. 육중한 다리 교각 아래서....무거운 마음으로 화가 자신을 바라보기도 하고. (⑧ 「다리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다」) 눈 내린....저 멀리..난 길로 가다가보면... 무엇인가가 화가 자신을 기다릴 것 같은...염원. 그러나...화가의 마음은 쏟아 부은 먹만큼이나 어둡기만 하다.(⑨ 「비설(飛雪):저 넘어 기다리는 것」) 그러는가 싶더니....운무(雲霧) 속에서 어떤... 햇살 같은 생기(生機)를 간신히 손에 잡아도 보고.(⑭ 「운무(雲霧) 속 생.기(生機)」) 그러다간 화가자신의 마음결에 비를 내리게 하면서....적우(積雨). (⑫ 「적우(積雨): 내 마음결」) 눈이 그치니....창밖으로....많은 사람들은 광장으로 오가고.... ....화가는 죽죽 수평선을 긋고...수직선을 그어대면서.... "기타등등(etc.,)"으로 마무리를 한다. (⑬ 「제설(霽雪): 군상(群像)들」) 나도 모르게....몰두하며....운필(運筆)을 하다 보니.... 먹 점(點)들은..또 다른 얼룩 점(spot)들을 빗고. (⑮ 「수묵 점(點)..점(spot)..챈스..유희」) 눈이 내리는 바다 위 광경은...도리어...내 마음의 풍랑을 잔잔하게 가라앉히네. (③ 「비설(飛雪): 내 마음의 물결들」) 눈이....내려서 녹은 물이 명경(明鏡)을 만들면.... 거기에 내 마음을 비춰보기도 하면서. (⑤ 「비설(飛雪): 내 마음을 비추다」) 어느 날은....다리 밑 교각에서 문득 무지개가 걸려있는 환영을 보기도 하고. (① 「시정(詩情): 암울함이 희망의 빛을 머금다」) 또다시...어떤 가치가 충돌하면서....모든 것이 정지하기도 하고. (⑪ 「대비(對比)와 충돌이 빗는 정지(停止) 상태」) 때마침....창밖으로 내다본 도시 한복판에....희망의 비가 내린다. (② 「시우(時雨): 여기에 희망 비가 내리다」) 한편, 작업실....화폭에. 종로 1번지의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좀 더 절제된 먹선으로....그곳을 화폭에 옮긴다. (④ 「비설(飛雪): 종로 사람들」) 또 한편. 시청앞 광경은.....나 홀로된 사람들이 거닌다.... 화가는 그 미적.가상(假象)을 호흡을 고르면서.... 화면이 시키는 대로....요구하는 대로....그려간다. (⑥ 「풍경: 시청앞 홀로 된 사람들」) (2010년 12월 25일(토)..4시간여...이번 전시 작품제목을 달 때 배지민과 필자가 대화를 나누며 제목을 같이 주었으므로 작품 제작할 때 배지민의 성정(性情)과 시정(詩情)의 상태가 위와 같을 것으로 유추하여 글을 씀)
5/ 동양화의 시정(詩情)과 풍격(風格): 이미 문인화 걸작들은 "화중유시(畵中有詩)"한 맥락의 시정(詩情)이 있으며, 이는 예술의 최고의 경계지점이기도 하다. 그들은 문사철(文史哲)을 겸비한 고인일사(高人逸士)로서 행만리로(行萬里路)하기도 하고, 독만권서(讀萬卷書)하면서, 마음의 진탁(塵濁)을 닦은 이들이다. 그런 연후에....그들은 붓가는 대로... 상외(象外)도 그려내고, 언어로는 다하지 못하는 지점까지....붓끝으로 이루어 내었다. 아마도 이런 맥락이 진정으로 향수자들을 '이열성정(怡悅性情)' 하도록 끔 하는 점일 것이다.
6/ 삼십에서..........70_까지의 화가로서의 여정: 논어 위정편의 말을 빌어 보면, 배지민은 이제 화가로서 "삼십이립(三十而立)"을 한 맥락이다. 곧 '비로소 스스로 화도(畵道)에 섰다'는 의미이다. (논어(論語)..제2..위정(爲政).4: / 본문: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三十而立_하고) / 결집적.주해: 입(立)은 능히 스스로 그 도(道)에 서는 것이요(立_能,自立於斯道 也)) 이제 그녀는 진정한 수묵화가가 될 수 있는 토대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그녀의 화업은 아직도 먼 여정을 가야한다. 그리하여 그녀가 일흔이 되어서(七十而) "從心所欲(종심소욕)_하여도 不踰矩(불유구호)_호라" 곧,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에 넘지 않는" 그러한 '유어예(遊於藝)'의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항상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화가의 높은 감성을 가꾸어 갈 것을 기대하면서, 이 글을 그녀에게 선사한다. ■ 김인환
Vol.20110117f | 배지민展 / BAEJIMIN / 裵芝敏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