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時雨(시우)

배지민展 / BAEJIMIN / 裵芝敏 / painting   2009_0831 ▶ 2009_0904

배지민_時雨Ⅰ Dancing with rainⅠ_한지에 먹, 호분_190×13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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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0831_월요일_05:00pm

배지민 박사학위 청구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HONGIK UNIVERSITY 서울 마포구 상수동 72-1번지 문헌관 4층 Tel. +82.2.320.1322

수묵감성(水墨感性)에 의한 도시풍경 ● 육조시대에 활동했던 요최姚最는 『속화품續化品』에서: "회화예술이 표현한 오묘하고 지극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회화예술의 바탕이 되는 본질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옛 뜻을 따라야하지만 예술형식은 현실적인 정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요최가 지적한 바와 같이 회화는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하고 지극한"사물의 실체를 다양한 조형요소와 표현재료를 통해 무한히 형상화 할 수 있다는 점에 본인은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 그림의 본질은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표현기법이나 소재, 재료를 통해 그 시대의 심미관과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다는 동양회화 특유의 조형사상에 공감한다. 바로 이와 같은 조형원리와 사상은 지금껏 본인이 추구해온 수묵을 통해 조형적 감성을 일관되게 진행시킬 수 있었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작가가 살고 있는 시대적 현실정신의 반영은 끊임없는 의문과 실험, 좌절과 극복을 통해 구체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동양회화의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킨 표현 재료 가운데 감성영역의 폭을 가장 넓게 확장시킨 수묵은 그 만큼의 더 많은 시대적 형식의 탐구를 요구하고 있다. ● 본인 작품의 근간을 구성하고 있는 도시공간은 이러한 수묵의 다양한 표현기법과 포용력을 통해 현대인이 살고 있는 각기 다른 감성의 영역에 대해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이 시대의 소재이기도하다.

배지민_도시 Ⅰ CityⅠ_한지에 먹, 호분_130×125cm_2009
배지민_時雨 Ⅱ Dancing with rainⅡ_한지에 먹, 호분_190×130cm_2009

현대문명의 변화를 고스란히 수용하고 있는 도시의 조형공간은 순수한 인공의 형태들이 조합되어 현대인의 다양한 시대상을 연출하고 있다. 본인은 문명의 도시가 양상해내는 여러 가지 이미지와 그 조형적 요소를 수묵이 지닌 감성적 표현영역에서 재해석하고자 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도시 공간 속의 다리"는 좀 더 구체적이고 유동적인 현실적 매체로써 선택되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다리를 구성하고 있는 조형적 요소는 현대적 공간성과 시간성을 대변할 뿐 만 아니라 각기 다른 현대인의 사유 방식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이것이 바로 수묵표현의 직관적 감성 작용이며 수묵이 내포한 소통의 가능성이다. 앞에서 본인이 언급한 "수묵감성"이란 Sensibility, 이성 또는 오성과 함께 인간의 인식능력, 느낌, 자극 등의 사전적 의미 이상의 성정性情과의 일체화된 감성이다.

배지민_도시 Ⅱ CityⅡ_한지에 먹, 호분_130×125cm_2009
배지민_바라보다Ⅱ Just looking Ⅱ_한지에 먹, 호분_95×130cm_2009

이는 예로부터 수묵이라는 매체가 지니고 있는 표현기능의 다양성이자 그 자체의 특수성으로 인식되어왔다. 당대唐代 장언원張彦遠이『역대명화기歷代名畵記』에서: "오채五彩를 겸하는 것과 같이 먹색을 운용하였다." 고 밝힌 것은 농담, 건습, 흑백, 선염의 표현기능에서 무한한 상징은 물론 사유적인 현상과 아우라를 동반하여 사의적이고 표현적인 회화의 경지를 구사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더욱이 수묵회화가 동양화단의 중심이 되면서 고도의 현학적 사유와 폭 넓은 심미의식의 상당부분을 수묵이 대체함에 따라 동양회화의 형식과 내용을 한층 승화시켰다. ● 이러한 수묵 본질의 창조성 안에 본인작업의 정신과 자세가 자리 잡고 있다. 본인 작업의 주된 표현 재료는 화선지와 먹 그리고 호분이다. 그리고 필선을 구사하는 주요 도구는 모필, 죽필, 빗자루이다. 이러한 도구들을 직관적이며 즉흥적인 먹의 발묵潑墨과 자유분방한 선의 반복, 그리고 "뿌린다"라는 행위를 통해 의도된 우연성과 내적 충동을 화면에 집결시켜 딱딱하고 메마르며 건조한 현대 도시의 공간과 다리의 구조 속에 새로운 감성과 에너지를 불어넣는데 주력하였다. ● 그동안의 작업을 간단하게 요약해 보면 2007년도 작업의 특징은 개인전 서문에서 밝혔듯이 선과 여백의 유무에 따른 도시공간의 변이이다. 이전과 같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가로등의 불빛, 빛살이 줄어들면서 먹과 얼룩, 선이 주를 이룬다. 구체적인 교각의 모양, 물의 묘사가 줄어들고 검은색으로 처리된 교각과 몇 개의 선이 화면 전체를 이끌어 간다. 다리라는 구체적 이름이나 장소성을 제시하기보다 견고함과 유연함이라는 이중적 이미지를 더 강하게 보여줌으로써 독립적인 도시 인의 강조된 삶의 형태를 대변하고자 하였다. 묘사적 풍경에서 구조적 논리로의 이행은 현대인에 대한 나만의 해석방식이라 할 수 있다.

배지민_저넘어 Ⅱ Over thereⅡ_한지에 먹, 호분_190×130cm_2009
배지민_도시 Ⅲ CityⅢ_한지에 먹, 호분_91×64cm_2009

이어서 2009년도는 인식전환에 의한 조형의 새로운 모색과 아우라의 재충전에 대한 작업이 진행된다. 공간과 소통, 혹은 현실과 이상을 저울질하던 종전의 이분법적 화면구조를 과감하게 청산하고 "도시 공간 속의 다리"에 대한 사유의 범주를 새롭게 설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실과 다른 편에 존재한다고 간주했던 이상세계를 이제 화면 속 실제대상 안에 공존시킴에 따라 허虛와 실實을 구분지어 주던 "다리"는 화면 밖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이처럼 존재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드러냄"을 통해 "숨김"의 폭을 극대화하거나, "낯설음"을 설치하여 본능적 "친숙함"을 연상시키는 조형적 감성작업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위해 화면의 구조에서 "다리"의 실제적 기능과 형태의 관계를 더 이상 필연적 표현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으려는 시도를 했다. 그 대신 여유로워진 순묵의 필선만으로 허공을 가로지르며 공간을 조율하고 그 안에서 생성된 먹 기운은 새롭게 충전된 수묵감성의 아우라를 극대화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진행과정은 미진하나마 시대와 인간의 변화된 삶과 형태를 수묵감성과 연결시키고자 했던 일련의 계획된 작업이었다. ● 이번 박사학위 청구전에서는 "도시 공간 속의 다리" 라는 소재와 함께 건물이나 가로등, 신호등과 같은 다른 소재들의 형태를 부각시키기도 했으며 부분적으로는 실험적인 콜라쥬 방식을 첨가해보기도 했다. ● 새롭게 시도해본 이러한 작업들은 도시 풍경의 고정된 사물에서도 끊임없는 또 다른 새로운 아우라가 생성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묵감성이 수용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동양 고유의 사유적 성찰에서 본인의 작업을 탐색해보면 아직 채워지지 않은 내실의 부족을 실감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기교나 재료적 방법으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수묵감성의 정신적인 깊이는 학문적 수양과 이론적 실천. 생활의 진솔한 경험 등 수많은 노력의 겸비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록해야할 또 하나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 구체적인 실천을 진행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본인의 도시풍경을 중심으로 감성적 직관성을- 형식적인 측면에서, 감성적 조형성을- 이론과 실천내용에 연결시켜 체계적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 배지민

Vol.20090831b | 배지민展 / BAEJIMIN / 裵芝敏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