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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
주관 / 서울문화재단신당창작아케이드_입주작가 안경희
후원 / 서교예술실험센터
관람시간 / 10:00am~08:00pm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서교예술실험센터 SEOUL ART SPACE SEOGYO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9-8번지 Tel. +82.2.333.0246 cafe.naver.com/seoulartspace
책읽기의 다른 방법 ● 세상과 만나는 손쉬운 방법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책이 세상을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였던 시대는 지나간 듯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여전히 마음의 양식이며 세계를 향한 창이고 육체에 영혼을 깃들게 하는 길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우고 그렇게 익혀왔다. 사전을 씹으며 단어를 외우거나 시집을 품고 숲길을 걷지 않는다고 해서 책의 소중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 읽기의 미덕은 누군가의 주장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기억을 지닌 이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경희의 작업은 책을 통한 경험을 확장시키거나 심화시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책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막연한 설레임,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책 더미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추억은 마치 낯선 시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 상상으로 재연된다. 안경희의 책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하는 관문이며 그 자체로 무한한 미지의 영역이다. 그녀의 작품으로 만나는 책이 평면을 벗어나있고 특정한 시간에 붙들려있지 않은 이유이다.
작가가 자신의 책을 평면이 아닌 공간으로 끌어내는 과정은 흥미롭다. 이는 독서를 할 때 경험하는 선택적 주의집중 혹은 선택과 관련되는 일련의 인지활동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하나하나의 단어, 문장을 뇌에서 선명하게 부각하거나 하찮은 대상으로 망각한다.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른 기억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독자마다 서로 다른 요소들을 대표 이미지로 조합해내기 때문이다. 안경희가 제시한 새로운 형태의 책은 선택과 망각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래된 책을 모티브로 한 작품 속에서는 적어도 세 개의 시공(時空)이 중첩된다. 하나는 처음 책을 만든 사람이 독자들을 고려해서 써넣은 내용이 지닌 시공간이며, 다른 하나는 작가가 그로부터 선택하여 기억해낸 시공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행위를 통해서 생겨나는 시공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일 전시장에 설치된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된 장면을 누군가 감상하게 된다면 한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된 경험의 층위는 더 쌓여갈 것이다.
안경희의 작업은 책의 다른 형태를 보여줄 뿐 아니라 책 읽기의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그녀가 만들어 놓은 책들 속에는 정답을 맞춰야할 문제도 없고 길 찾기를 위한 지도도 없다. 그 곳에서 우리는 익히 알아서 믿는 대로만 볼 수도 있고 마법에 걸린 듯이 전혀 다른 세상을 발견할 수도 있다. 당신이 독서광이든 문맹이든 관계없다.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둔 소중한 기억 한 자락이나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녀의 책은 당신의 과거 혹은 미래가 있는 바로 그 시공간과의 만남으로 완성되는 것일 테니까. ■ 신수진
Vol.20110115c | 안경희展 / AHNKYUNGHEE/ 安庚喜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