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달린 도마뱀은 어디로 갔을까 / layers

임윤수展 / LIMYOONSOO / 林潤秀 / documentary   2010_1130 ▶ 2010_1208 / 월요일 휴관

임윤수_My hero_디지털 프린트_158×135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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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집 갤러리_SPACEZIP gallery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291-33번지 1층 Tel. +82.2.957.1337 www.spacezip.co.kr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간 나는 우에노 공공 미술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어느날 우연히 오카치마치라는 곳에 있는 코리안 타운을 발견했는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코리안 타운의 풍경들이 무척이나 신기하게 보였다. 한국에서도 없는 픙경인 동시에 그곳은 일본을 연상시키면 떠오르는 풍경도 아닌 이국의 어느 풍경들보다도 이질적인 풍경들이었기 때문이다. 코리안 타운 바로 옆에는 재일 동포 친목회 사무실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나는 이달완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었다. 30년간 북한계 조직 조선총노동연합(이하 조총련)에서 일하다 제명되었다는 할아버지는 나를 보고 역사가 시작하는 시점에 자신을 찾아왔다며 매우 반가워 해주었다. 사실, 처음에는 북한을 몇번 씩 왔다갔다 하셨다는 할아버지가 조금 무섭기도 했었다. 북한 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은 아마도 아무것도 모른 채 전쟁기념관에 소풍을 간 유치원 시절이라던가, 매년 6월달이면 반공포스터를 그려 내야 했던 반공 교육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조건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붉은 돼지같은 수령아래 헐벗고 굶주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그 시절에 할아버지는 그 붉은 돼지 수령의 황금빛 동상 앞에서 조국 통일과 남한 인민 해방을 꿈꾸며 기념 사진을 찌고 있었다. 일본에 있으면 할아버지도 나도 같은 한국인인데 둘의 기억은 분단이라는 모국의 상황때문에 조금씩 아니 아주 크게 벗어나 있었다.

임윤수_교차하는 기억_기념사진_8×25cm_2008
임윤수_이달완씨의 옛사진들 중에서 발췌
임윤수_꼬리잘린 도매뱀은 어디로 갔을까_다큐멘터리_00:78:00_2010

사람의 아이덴티티는 기억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달완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고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나는 할아버지를 찍는 동시에 마치 거울에 비추어 보듯 나를 보게 되었다.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는 공기와 같이 특별히 의식할 수 없었던 나의 모국 '한국'의 상황, 한국과 일본의 관계, 대외적인 한국의 이미지등등의 거대한 틀이 개인에게 느끼는 영향들을 이 곳 일본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실감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할아버지와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에서 화도 내고 자책하고 마음 아파하는 장면들을 그대로 다큐멘터리 안에서 드러내었다. 종래의 재일 한인들의 역사와 지금의 상황을 찍겠다던 원대한 포부는 사라지고 할아버지와 반목을 거듭하며 방황하는 나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그러므로 78분의 다큐멘터리는 할아버지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면서 정확하게는 '나'의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임윤수_꼬리잘린 도매뱀은 어디로 갔을까_다큐멘터리_00:78:00_2010
임윤수_꼬리달린 도마뱀은 어디로 갔을까 / layers展_2010
임윤수_바다에 떠도는 노래_자수실, 조명, 실에 종이배_2008_부분

다큐멘터리란 감독이 진실을 전하려고 단지 애쓰는, 하나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사실들을 모아보아도 허구가 되는 이치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역사도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객관적인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은 대부분이 이야기로 구성되고 전달된다. 우리는 서로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만들어 질 때는 어떤 부분들은 선택하고 그와 동시에 어떤 부분들은 선택되어 지지 못한다. 우리가 믿는 역사, 종교의 진리들은 모두 이야기로 전달되어 지지만 또한 이야기의 특성상 부서지기도 쉬운 것인 것이다. 할아버지를 찍으면서 결국 그 안에 나를 발견한 것처럼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 밖에는 보지 못한다. 또한 보는 각도에 따라 당연히 세상은 다르게 비춰질 것이다. 남한과 북한 일본의 경계에 서 있는 재일 한국인을 보는 시선도 그 시선 안에는 어쩌면 재일의 문제보다는 보는 당신이 거울처럼 비추어져 있을 지도 모르겠다. ■ 임윤수

Vol.20101130b | 임윤수展 / LIMYOONSOO / 林潤秀 / documentar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