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식물

임윤수 개인展   2006_1206 ▶ 2006_1212

임윤수_따뜻한식물_사진에 자수_각 135×9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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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206_수요일_06:00pm

갤러리 가이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45번지 3층 Tel. 02_733_3373 www.galerie-gaia.net

나는 그리 깨끗하지 못한 나의 어머니의 피부사진에 수를 놓는다. 세월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어머니의 얇고 아픈 피부를 처연하게 바라보고 있자면, 지금은 버려진 채 아무도 살지 않는 외갓집의 황폐한 정원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몸과 외갓집은 나를 낳고 길러주었던 공간이다. 내가 '나'라는 지각이 없었을 적부터 나와 한 몸이었던 그 공간을 자꾸만 뒤로돌아 가고 싶다. 나의 몸 어딘가 각인되었을 나의 첫 번째 기억이 형성되었던 곳, 바쁘게 휩쓸려 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돌아가고 싶은 나의 낙원을 향한 귀소본능은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임윤수_나비_사진에 자수_62×50cm_2005
임윤수_엄마의발_사진에 자수_70×130cm_2005

이러한 체험은 칼 융(C. G Jung)이 말한 '무의식의 영역에 있는 인류공통의 의식' 즉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원형이라고 한다. 이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이 보완되거나 또는 자기실현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자궁-낙원의 이미지에는 과일나무, 꽃과 같은 여성적요소가 많다. 또한 '향수'라는 감정은 인간의 마음 속 에서도 매우 깊은 곳에 반응하는 이를테면 구원적인 갈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향수라는 감정에 분명한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 낙원, 즉 어머니의 몸의 존재라는 것이다.

임윤수_붉은잎_사진에 자수_100×150cm_2006
임윤수_새싹_사진에 자수_100×150cm_2006
임윤수_두개의 가슴_사진에 바느질_90×135cm_2006
임윤수_Pray for me_사진_22×125cm_2006

그러나 돌아가 보는 나의 낙원은 내가 자라는 만큼 시간에 의해 스러져 간다. 내가 막을 수도 없는 힘 앞에서 나는 긴 시간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다. 황폐해진 정원에 꽃이 다시 만발하기를, 얇고 탄력 없는 아픈 피부가 치유되기를 기원하며 부질없는 노력에 내 마음을 위로해 보는 것이다. 어머니의 몸과 꼭 닮아 있는 나의 몸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낙원이 될 지도 모르겠지...스러져가는 낙원을 돌아 나오는 길에 내 몸에서도 근질근질 잎사귀가 돋는 것 같다. ■ 임윤수

Vol.20061206f | 임윤수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