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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SEOUL ART SPACE GEUMCHEON 서울 금천구 독산동 333-7번지 Tel. +82.2.807.4800 geumcheon.seoulartspace.or.kr
지역예술기관 속에서 재개발된 독산동 풍경 ● 박능생은 서울시 창작공간 중 하나인 금천예술공장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하면서 이를 계기로 인근 지역인 독산동 일대에 대한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지역을 관찰하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장소에 대해 연구로 작품 구상을 시작했고, 입주부터 현재까지의 이러한 작업 활동은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개인전으로 구성되었다. 이것은 박능생의 기존 작업태도나 제작 과정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한 듯하다. 금천예술공장에 입주하고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수행으로 인한 이 변화는 한 명의 작가의 미학적인 변화를 살펴볼 수 있음과 동시에 제도의 변화에 대해 대응하는 미술계 구성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작가가 지역의 어린이들과 함께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도자기 타일에 그림을 그려 금천예술공장의 벽면을 장식하는 것으로 작가의 작업세계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기보다는 최근 공공미술의 파퓰리스트적인 입장에서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번에 금천예술공장 안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여기서 기인한 작가의 변화된 태도와 작품세계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능생 작가가 입주한 창작공간인 금천예술공장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립 문화기관으로서 지역주민을 찾아가는 공공미술프로그램을 이 기관의 우선순위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금천예술공장의 과거와 현재까지의 프로그램과 박능생 작가와의 협업 과정을 살펴보면 금천예술공장이 바라보는 공공성에 대한 입장은 명료하다. 즉 일부 프로젝트를 입주 작가가 시민들과 수행해야 하며, 또 지역주민들은 금천예술공장 행사마다 초대되어야 한다. 기관이 문화향유적인 도시적인 삶의 형태를 제공하고 작가들은 지역과 함께한다는 결과가 재빠르게 만들어져야했기에, 동네사람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때때로 작가의 작업실에 불쑥 들어와도 그것은 환영할만한 방문이며 이것은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러한 가식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서라도 지역의 문화예술공간과 그곳의 시민들과의 설정된 관계는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문화와 여가를 즐길 만한 장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이 공간과 작가들은 동네 사람들을 대리하여 문화, 여가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적 삶의 공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여야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역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예술과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혹은 실질적인 지역문화와 관계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긍정하기 어렵다. 만약 공공성에 대한 단순하고 허구적인 관계를 지양하고자 한다면 공공미술기관의 활동은 얼마만큼 현실적인 삶의 터전과 밀접하게 관계하고 지역의 맥락이나 역사성 등이 반영하면서 예술이 존중되는 커뮤니티를 함께 구성하고 있을까하는 계속되는 반성을 스스로 하며 진행되어야 하고, 작가 역시 작품세계를 통해 이러한 질문에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러한 기관들은 자신들이 속한 지역주민들과 적당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 바로 금천이 설정한 공공성의 위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금천예술공장이 지향하는 공공성과 방향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는 박능생의 작업은 물론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수행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 경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업으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박능생 작가는 실경에 기초한, 특히 도시 공간을 웅장한 파노라마로 구성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시 풍경과 건물들, 자동차를 사실적으로 그려 도시 공간을 연출하면서 이를 수묵 등의 전통적인 재료로 그렸다. 이것은 현대 도시의 묘사인 동시에 도시와 자연에 대한 이분적인 작가의 태도와 사고방식을 드러내려는 의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장소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변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난지스튜디오에서는 도시와 공존하는 자연 풍경을 그리며 환경개발과 도시 문제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느낌, 감상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한 폭 화면을 구성했다기보다는 전시 공간 전체를 채우는 방식으로 덩어리감이 압도하는 풍경을 만들었는데, 이러한 방식은 그가 예전에 거리감을 두고 관찰하며 사실적으로 묘사한 도시와는 다른 풍경이다.
작가는 이번 독산동을 소재로 도시개발과 거대 자본으로 지역에서 사라져가는 많은 것들을 묘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 지역의 재개발에 대한 소재를 많이 다루는데, 초라한 세간의 이삿짐을 트럭에 실어 놓은 장면의 작품이나, 부서진 채 방치된 자동차, 철거예정인 아파트 앞에는 이삿짐을 늘어놓고 떠나가려는 장면들이 연출되어 있다. 호분이 섞인 물감과 토분을 흘러내리게 하며 화면에서 구체적인 건물이나 사물들이 형태를 잃고 뿌옇게 보이도록 만들어 재개발과 철거로 사라지는 독산동의 풍경을 표현하기도 하고, 재개발이 결정된 건물로 층층이 장난감 집을 쌓아 놓은 것처럼 구성하여 언제든 해체될 철거 지역의 위태롭고 불안함을 묘사하고 있다. 건축물들은 기억에서나 현실에서 곧 뿌연 먼지와 함께 사라질 것이며, 한 순간에 장난감 집처럼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참담함이라는 도시개발에 대한 감상은 작가가 기존의 풍경작업을 통해 이전에 보여준 밀도와 형태감과는 달리 치밀하지 않게 처리하고 있으며, 구성도 간략하게 처리하는 것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수묵작품은 건축물과 사물들에서 보여준 치밀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하여 실경에 가깝게 묘사한 이전의 풍경과는 다르게 발묵으로 검정색 면을 만들고 간략한 선으로 가볍게 묘사하고 있어 재개발 예정지인 독산동의 풍경을 더욱 쓸쓸하게 하고 초라하게 보이도록 했다. 즉 작가는 독산동을 도시문제 중에 하나인 재개발이라는 지역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드러내면서 그 현장의 표면을 작가가 생각하는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쓸쓸함 더하여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작품은 이전의 실경을 바탕으로 표현한 풍경과는 달리 지역의 공공문화예술기관에 입주한 작가로써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가가 그 동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와 그가 수집한 이야기로 풍경을 구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공예술기관의 제도에 영향을 받은 작가의 작업세계는 작가적인 태도와 작품의 제작 과정을 비롯하여 결과까지 기존에 그가 작업을 통해 보여준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가져온 작품의 변화와 긍정적인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원인이랄 수 있는 지역민과, 지역사회, 문화라는 주제와 작가가 제시한 결과물인 작품은 서로 일치하지는 않는다. 즉 작가가 작품으로 성취한 것과 창작공간이 지향하는 지점_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커뮤니티와 함께 문화예술공간을 가꾸어가는 모습_사이에는 분명한 불일치가 있다.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작품의 소재로 머물게 하고 싶은 작가와 지역사회에 다가가는 제스처를 보이고 싶은 단체의 의도와의 동상이몽이다. 그리고 특히 금천예술공장 일대 주민들이 생각하는 독산동과 독산동의 문화예술지형도 등은 앞서 언급한 모든 것과 적지 않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 임종은
Vol.20101120b | 박능생展 / PARKNUNGSAENG / 朴能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