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의 안쪽 The Inside of the Distance

김미라展 / KIMMIRA / 金美羅 / painting   2010_1027 ▶ 2010_1107 / 월요일 휴관

김미라_먼곳의 안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5×162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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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0_102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온 GALLERY ON 서울 종로구 사간동 69번지 영정빌딩 B1 Tel. +82.(0)2.733.8295 www.galleryon.co.kr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이라는 기억에 관한 영화가 있다. '과거의 연인이었던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결별 이후 사귀면서 괴로웠던 시절을 모두 잊고자 '기억을 지우는 회사'에 의뢰를 한다. 그러나 기억이 사라지면서 그들 사이에 존재했던 기억 속 세계 마저도 소멸한다. 결국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이러한 아픈 기억도 우리 삶의 일부임을 영화의 마지막 대사 'YES'를 통해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 기억은 사람으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데 커다란 동인(動因)으로 작용한다. 국어사건에는 '기억(記憶)'이란 단어에 대해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기억은 이렇게 단순히 몇 개의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좀더 복잡하고 커다란 울림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기억은 한 개인을 개인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기제(機制)다. 하나의 보편적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라는 깔때기를 통해 여과되고 내밀한 개인만의 신화로 치환된다. 그래서 기억은 개인마다 다르고, 이러한 기억을 통해 과거의 사건은 혹자에게는 아련하고 긍정적인 향수의 대상으로, 혹자에게는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망각하고픈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미라_먼곳의 안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0

김미라에게 기억은 '나에게서 비롯되었지만 어느새 나에게서 낯설어져 버린 시간'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사건은 부유하는 공기처럼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기억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를 끄집어 내지만, 일부는 사라지고 불명확하고 단절되어 버린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러한 단절의 거리가 더욱 넓어지는 것은 불가항력적이라 할 것이다. ● 작가는 이번 전시 『먼 곳의 안쪽, Re-Garder』을 통해 이렇게 내밀화되고 아련해지는 기억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부정확한 기억에 대한 안타까움을 현실이라는 대지에 굳게 기반을 내리고 있는 '공간'을 통해 붙잡아 두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위해 작가는 과거에 작가가 발을 디뎠던 장소와 공간을 재해석한다. 화면 위에는 기억이 중첩되듯이 수많은 공간이 중첩된다. 안에서 밖을 향해 열린 시선은 공간을 바라보는 실재적인 시선이기도 하고, 지금 여기, '현재'에서 '과거의 어딘가'를 바라보는 은유적인 시선이기도 하다. 기억이라는 시간성을 건물과 장소라는 공간성으로 치환해 표현한 것은 존 러스킨이 「「7개의 등불」」에서 이야기한 "건축이 없어도 살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건축이 없다면 기억은 불가능하다"라는 문구를 연상시킨다. ● 화면 속의 원근법과 거리감은 멀어지는, 희미해지는 기억에 대한 은유다. 먼 대상일 수록 오래된 기억을 환기시킨다. 전통 염색을 떠올리는 투명하지만 강렬한 색채는 기억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표정이다. 라인을 따라 번지는 효과는 물감과 물이 마르는 시간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시간성은 기억과 연결된다. 인간의 힘으로 붙잡을 수 없는 기억과 물은 이렇게 화면 속에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꿈이나 환영처럼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모호해 질 때가 있는데, 이러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김미라의 작품 주변에 부유(浮游)하고 있다.

김미라_먼곳의 안쪽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7cm_2010

김미라의 전시는 마치 이야기가 연결되는 '드라마 시리즈' 같다. 이전 전시와 연결되어 일종의 후속편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2009년의 개인전 「어딘지 모를 어느 먼 곳」에 이어 이번 전시는 『먼 곳의 안쪽』이라 이름을 붙였다. 지난 번에 '탐험' 했던 기억 속의 '어딘지 모를 어느 먼 곳' 에서 더 나아가 그 내부, '안쪽' 을 들여다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내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흥미진진해지고 클라이맥스로 발전하듯이, 작가 또한 더욱 짙어진 색감과 두꺼워진 중첩의 레이어를 통해 자신의 진중한 작업세계가 한 단계 발전하고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내밀한 '안쪽'을 '들여다보는(regarder)' 행위를 통해 작가는 과거의 기억을 '다시 간직하고(re-garder)' 싶은 욕망, 집착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사라지고 변형되는 기억에 대한 안타까움을 오히려 강하게 표출한다. ● 시간이 가져간 저편의 기억에 집착하는 김미라의 작업은 하루하루 지속되는 삶에 대한 '레종 데트르(Raison d'être)'를 확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작가는 기억과 공간 사이, 그리고 '먼 곳의 안쪽'에서 자신 만의 존재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 류동현

Vol.20101027h | 김미라展 / KIMMIRA / 金美羅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