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 - 회상 그리고 여유 (回想 그리고 餘裕)

장경숙展 / CHANGGYOUNGSUK / 張京俶 / painting   2010_1022 ▶ 2010_1104 / 월요일 휴관

장경숙_기다림_혼합재료, 순금박_91×116.8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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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022_금요일_06:00pm

기획_전혜영갤러리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전혜영갤러리_galleryjhy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달맞이 1491-2번지 3,4층 Tel. +82.051.747.7337 www.galleryjhy.com blog.naver.com/galleryjhy

황금나무 아래 작은 벤치의 여유 ...episode 1 낙엽 귓가에 속삭이던 바람이 전시장문을 열면서 작품은 익어야 전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묵묵부답! 왜 작업을 하면서 작품은 익어갈 수가 없는가? 빛이 바람에 실려 그림속으로 들어간다.

장경숙_나비의 꿈_혼합재료, 순금박_60×120cm_2010

바람이 불면 부는데로 비가오면 그 비를 맞으며 그렇게 홀로 잘 버텨온 인간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나무... 날아오는 새를 반갑게 맞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었고 흘러가는 구름이 유일한 친구인 그 나무를 언젠가부터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 나무는 나뿐만아니라 우리에게 유난히 친숙한 존재이다. 아마도 우리처럼 홀로서서 세상풍파를 의연하게 견뎌내는 나에게는 영원한 친구이자 꿈꿀수 있는 동경 일 것이다. 갖가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우리에게 그 한량없는 삶의 여유를 몸소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한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었다... 그 꿈들이 내 그림 속으로 들어왔고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나비가 날아들기 시작했고 작은 꽃들도 피어나고 마른 나무들은 금빛으로 빛이 났다... 난 지금 햇살이 눈부신 날 잘 자란 나무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너무나 눈부신 나무빛들 속에서 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을 보았고 그 빛으로 내 나무들은 금빛이 되었다... 내 나무들이 말한다...잠시 그늘을 빌려주겠다고... 그 그늘이 사라지기전에 그 눈부심이 사라지기전에 잠시 쉬어보라고 그렇게 말하는것 같았다. 무심히 지나쳐버린 그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주워들고 보석처럼 쓰다듬어 본다. 다시 빛을 낼 수 있다면 다시 꿈꿀 수 있다면 내 작업들은 절반의 성공은 한 것이다. 비록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거대한 꿈은 아닐지라도 내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만큼은 모든이의 마음에 꿈이 다시 빛을 내기를 그렇게 잠시 쉬어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장경숙)

장경숙_가을_대리석에 동박, 순금박_80×80cm_2010
장경숙_꿈속풍경_혼합재료, 순금박_60×30×3cm_2010
장경숙_바람의 노래_혼합재료, 순금박_60×60cm_2010

episode 2 "빨리 달려야 하는 줄만 알았다. 남들보다 먼저가야 뭔가를 잡을 듯 그렇게 달려온 시간들을 뒤로 하니 한 순간 눈부셨다 사라지는 빛처럼 내 손엔 아무것도 없었다." (장경숙)

장경숙_가을의 노래_대리석 가루에 순 금박_90×270cm_2010

무더위가 한 풀꺽인 10월 초, 하이퍼텍스트에서 몰입의 구조를 생각하다가 전화를 든다. 샘! 이란 말에 장경숙을 직감한다. "그림 보러 오지 않을래요.."라 한다. 잠시 머뭇거려본다. 어느 시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그 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열려진 쪽문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멍멍이가 반긴다. 반가움보다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옆에 열려진 문을 들어본다. 밝은 모습으로 '샘'이라 부르며 장경숙이 다가온다. '작업 잘돼 ...'라며 인사를 나누고 진한 커피 한잔을 들고 사진촬영을 기다리는 그림들을 드려다 본다. 그 사이 구성적인 면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반가웠다. 이번 개인전에서 몇가지 주목되는 점이 있었다. 먼저 구성의 측면에서 보면, 장식문양이 있는 정물적 구성에서 풍경적 구성으로 바뀌었다. 장식문양과 정물의 빈자리에 황금나무와 구름, 빈 벤치 그리고 여백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훨씬 여유와 깊이가 있어 시적인 구성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재료적으로는 검은 대리석에서 우유빛 대리석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음각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색채적으로 검은 색과 금색의 조화에서 녹색계열과 황색계열이 등장하는 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두가지 측면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내적으로 지난번 개인전에서 제기되었던 나의 작은 바램, 즉 "금박의 상징성 때문에 작가적 세계의 커뮤니케이션, 즉 꽃비의 화려하면서도 기쁜 인간적 감정들이 금이라는 물질적 교환가치에 의해 방해가 받지 않는지요?"라는 물음에 시적 구성력으로 방향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외적으로는 우유빛 대리석의 사용, 즉 검은 대리석을 사용할 때는 대리석의 색과 무늬에 호흡하는 문양을 금분을 사용했지만 우유빛 대리석을 사용하다보니 대리석 자체의 무늬가 약해서 음각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한 「작품 안개비」에서 처럼 실루엣 표현이 가능하여 회화적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황금나무와 함께 빈벤치 그리고 구름 등 소품들이다. 「작품 눈꽃-기다림」이나 「작품 기다림」에서 볼 수 있듯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황금나무 그늘 아래에 빈벤치와 구름이 걸려있다. 자개로 만든 구름, 벤치는 자칫 금박의 중압에서 벗어난 자연의 빛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서 시적구성력은 더욱 깊어지고 있음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장경숙은 안정적인 의미와 상징을 버리고 황금문양이 있는 나무에 시적 감수성을 담아 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품 나무 향기-쉼」에서 볼 수 있듯이 나무 벤치는 비어 있다. 비어있음은 채워지기 욕망! 결국 채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혹 빈 벤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황금나무는 투사된 영상이고 벤치는 세상보기의 뷰파인더 그 자체가 아닌가? 그 누군가를 불러보고 싶은 때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기호가 아닌가?

장경숙_초록향기_혼합재료, 순금박_60×60cm_2010

이렇게 보고 있으면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가 생각난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이렇듯 장경숙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작은 소품들 즉 구름, 벤치 등은 가장 흔한 것이면서도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자연의 빛의 압축이 된다. 그 속에서 무언가를 말할 그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빈 벤치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전 작품들에서 문양을 통한 의미소통의 커뮤니티를 추구하였다면 이번 작품들에서는 비어버린 공간과 벤치를 통해 그 스스로 비움과 여유를 갖고서 우리를 부르고 있다. 가장 사소한 나무 풍경을 갖고 위안과 치유의 넉넉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작품속의 나무는 "단지 그냥 서 있을 뿐인데 어느새 아주 멀리 저만치 뒤에 서 있는듯... 늦은 듯 모자란 듯 그렇게 서 있는 듯"한 나무들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보면 우리의 허파의 모양을 하고 있는 등 의미의 중층을 생산하고 있음을 알 수있다. 다음 전시에는 무엇을 기다려 볼까? 고민삼매경속에 핸드폰이 나를 부른다. "샘! 원고 언제되요...". 채근하~긴... 변신은 작가의 몫! 그러나 데미안에서 알속의 새에게 알의 껍질은 안전함의 세계. 그러나 그것을 스스로 깨어야만 새로써 하늘을 날 수 있듯이 무릇 모든 작가는 자신이 만든 틀을 자신이 먼저 깨어야만 하지 않을까? 계속 지켜보는 즐거움도 괜찮을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는 사실이다. ■ 송만용

Vol.20101026f | 장경숙展 / CHANGGYOUNGSUK / 張京俶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