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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1007_목요일_06:30pm
기획_테이크아웃드로잉
관람시간 / 11:00am~11:00pm / 월요일 휴관
테이크아웃드로잉_TAKEOUT DRAWING 서울 성북구 성북동 97-31번지 Tel. +82.2.745.9731 www.takeoutdrawing.com
기억의 현상학 ● 이순주는 감각적 사유를 통해 이미지를 끌어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기억의 흔적들을 꺼내어 현재와의 만남을 시도한다. 9월 한달 동안 그는 성북동을 배회했다.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공간과 장소를 감각적으로 사유한다. 거칠게 칠이 벗겨진 카페 벽의 맨 살에서 의외의 이미지를 발견한 뒤, 마치 그 이미지에 활용정점을 하듯 눈동자를 찍고 원형 프레임으로 이미지를 탄생시켰고 성북동 23길을 걸으면서 아직은 훼손되지 않은 도시의 원형을 탐닉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작가 이전에 이순주가 품고 있는 삶에 대한 가치관을 대변한다. 무리가 없는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작가의 전지자적 시선이 아닌 외부의 '무엇'이 그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그것으로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이런 작업태도는 이미 독일체류 시절부터 해왔던 그의 일상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집의 벽도,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의 벽도 모두 거친 콘크리트의 질감이 살아있는 꾸미지 않은 마티에르로 된 표면이었다. 그 속에서 작가는 동화나 신화 같은 이야기를 찾아낸다. 그래서 그에게서는 바르트적 시선이 느껴진다. 바르트는 이미지-사진을 보편성이 아닌 고유한 경험으로 환원한다. 이 고유성은 이미지-사물에게 부여된 보편적 정의로부터 벗어난 '형상의 바깥'을 느끼게 한다. 사물이 작가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이란, 고정된 사물 속에서 개인적인 '고유한' 이미지를 발견하는 특별한 순간, 바로 푼크툼(punctum)의 발견을 일컫는다. 바르트는 이 주관적 사유를 사진읽기를 통해 설명했다면, 이순주는 어느 사물에서 발견한 사물-밖의-무엇을 이미지로 재현한다. 바르트의 푼크툼은 무의식이 이미지로 환원되어 자신에게 꽂히는 설명할 수 없는 상처였다면, 이순주의 푼크툼은 사물의 잠재성을 깨우는 주술적 행위에 가깝다. ● 이번 전시는 1990년부터 2010년 현재까지의 작업 중 일부를 재구성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총 32 개의 다양한 오브제와 이미지들이 카페 공간 전체에 흩어져 있다. 테크닉으로서의 미술이 아닌 사적 경험을 기록하려는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탄생한 이미지의 원형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이를테면, 동굴의 벽화처럼 말이다. ■ 정현
잃어버린 것들이 다시 돌아와 내게 말을 건다면 ● 처음 성북동 테이크아웃드로잉(tod)을 알게 된 건 3년 전이었다. 이후 몇 번 들른 적이 있었지만 어느 사이 그를 잊고 살았다. / 어느 날, 융융이 성북동 tod로 말을 건네었을 때, 비로소 성북동은 내게 다시 살아났고 한동안 울적할 때면 가끔씩 서성이던 길상사도 다시 내 안에서 살아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기억은 정확한 복원력을 상실하지만, 감촉이나 느낌의 기억은 말없이 몸 안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9월 ● 거기에 갔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 공간과의 만남은 사람과의 만남과 비슷하다. 이야기가 많이 서려 있는 공간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낯섦과 호기심. 밀어냄과 당김. 에너지의 충돌 (이 부딪침에서 에너지가 나오지 않던가?) 우리는 서로 맘고생을 어지간히 반복해야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다.
시한부 연애-레지던시 하기 ● 레지던시의 속성은 유통기한이 짧은 연애와 비슷하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과의 만남이 그러하다. tod와의 만남은 공간 외에도 어떤 주제와의 만남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보이지 않거나, 낯설거나… a수많은 접촉들, 그리고…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 그러하다. / 유난히도 불확실한 날씨의 초가을을 tod와 보낸다. ■ 이순주
Vol.20101015c | 이순주展 / YISOONJOO / 李淳珠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