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풍경

김주호展 / KIMJOOHO / 金周鎬 / sculpture   2010_0811 ▶ 2010_0822 / 월요일 휴관

김주호_경포대_질구이 재벌_67×43×34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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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811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가회동60 GAHOEDONG60 서울 종로구 가회동 60번지 Tel. +82.2.3673.0585 www.gahoedong60.com

우연한 발견 ? ● 막걸리 마시다 발견했다. 막걸리통 라벨의 생자가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막걸리가 어느새 생자를 앞에다 붙여놓았다. 아니 생맥주는 있어도 언제부터 생막걸리인가 하고 슈퍼 술진열대를 뒤적이다 보니 작은 수집광이 되었다. 지난봄부터 생자 들어간 막걸리통을 모아 보았다. - 국순당 생 막걸리. 서울 生生막걸리. 生장수막걸리. 덕산 生쌀막걸리. 강화 쑥生 막걸리. 고향 生 막걸리. 가문의 영광 生 쌀막걸리. 가평 잣 생막걸리. 포천 토속 生 쌀막걸리 -

김주호_만리포_질구이 재벌_68×52×22cm_2010
김주호_해운대_질구이재벌_66.5×50×36cm
김주호_여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1cm_2010

우리 동네에서 잘나가는 고향 막걸리는 生자를 새로 크게 넣은 라벨로 바꿨다. 생자 없이는 앞으로 경쟁이 되질 않는 모양이다. 막걸리 예찬자 왈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100배 많고 어디에 좋고 어디에도 좋고 보약 먹는 것 보다 낫다한다. '나는 막걸리 정말 좋아요'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여기서 우리시대의 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생은 여러 분야에서 쓰여 왔다. 생을 좀 더 나열해 보기로 한다. - 생비지. 생고기. 생금(치약). 생생우동. 얼큰 생라면. 순한 생라면. 생칼국수. 생짜장면. 생크림. 생머리. 생방송. 생생 정보통. 생생도시 - 대체적으로 싱싱하고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가 있다. 생사(生死)를 같이하는 생고생. 생지옥. 생매장은 예외다. 위의 예에서 보듯 생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생바람이 막걸리에 집중되면서 더 확실하게 맥을 잡았다 할 수 있다. 내가 生을 이렇게 저렇게 분석해 보는 것은 작품 제작에 도움이 되어서이다. 작가는 자기 나름의 확신이 있어야하는데 이것을 작가 주변에서 찾을 때 더 절실하고 실감나는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시각 이미지로 새롭게 만들 일이 남은 셈이다. 인체의 생생한 자태는 흔히 nude에서 찾는다. 인체를 입체로 할 때의 재료는 여럿이지만 테라코타는 구운 색깔이 연붉은색으로 따스한 피부의 체온을 느끼게 해준다. 옷을 벗을수록 피부의 생생한 표정이 보이겠지만 다 벗은 모습은 목욕탕 풍경이 되어버린다. 해변의 젊은 남녀는 신체의 생생한 멋을 잘 보여준다. 거기다 선글라스 낀 당당한 포즈는, 생생 풍경이다. 더운 8월이다. 수영복 패션이 잘 어울릴 것 같다.

김주호_생생 관계_하드보드에 아크릴채색_39×63.5cm_2008
김주호_생생 글자-똥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0×30cm_2010

길거리 간판을 본다. - 꽃을 안고 태어난 여자(꽃집, 전남부안), 꽃향기를 가꾸는 남자(꽃집, 김포), 창 너머 풍경(커튼집, 김포), 옴시롱 감시롱 (가게, 전북 곰소), 그리운 날의 추억(호프집, 서울 자하문), 그냥 갈 수 없잖아(호프집, 전북 줄포), 오늘은 내가 쏜다(소주집, 서교동) 나하고 삼겹살 먹을래?(술집, 강화) -

김주호_생생 러브_하드보드에 아크릴채색_39×63.5cm_2008

위의 예는 메모한 것 중 일부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나라처럼 살아있고 재밌는 간판은 없으리라. 요새 디자인 디자인 하면서 길거리 간판이 창피하단다. 오히려 세계에 구경 오라고 해야한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생생 풍경이기 때문이다. 간판을 보다 보니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부동산 가게의 땅. 땅. 이다. 유리창에 크게 붙어있다. 땅투기의 땅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땅 . 힘 있고 울림이 있지 않은가? 요새 잡초 자라는 걸 보고 땅 힘에 놀랜다. 이 땅의 역사를 말할 때는 숙연해진다. 글자꼴, 뜻, 소리가 3위 일체로 잘 어울린다. 이런 홀소리 글자의 예가 여럿 있다. - 빵. 똥. 꽝. 뽕. 땅. 꽃. 집 - 이들 역시 꼴, 뜻, 소리가 절묘하다. 그래서 더 신선하고 새롭다. 나는 이걸 그대로 드러내 놓고 싶다. 글자 꼴과 색채만의 그림이다. 새로운 생생 풍경의 만남이다. ■ 김주호

Vol.20100811d | 김주호展 / KIMJOOHO / 金周鎬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