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

한슬展 / HANSL / painting   2010_0804 ▶ 2010_0817

한슬_VOGUE August 200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3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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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8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_12:00pm~06:30pm

갤러리 그림손_GALLERY GRIMSON 서울 종로구 경운동 64-17번지 Tel. +82.2.733.1045 www.grimson.co.kr

나는 '보그 걸(vogue girl)'이 되고 싶다 ●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명품, 나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물들, 이러한 사물들은 물신화된 사물이다. 물신은 사람이 사물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려 하며, 상품화된 사물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 내에서 고급신분이나 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대상이다. 물신인 상품은 사적 소유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매료된다. 오히려 도저히 살 수 없는 고가의 가격표는 상품의 상징적 가치를 더한다. 또한 현란하고, 장식적인, 욕망을 내비치거나 실현하는 사물로 자신의 욕망이 투사된 사물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속에서 욕망하는 사물들과 이 사물들의 세계에서 상품의 교환가치를 미화시키고 현실을 가리는 베일의 역할을 하는 판타스마고리아가 펼쳐진다. 자기 주위를 둘러싸는 번쩍거림에 매혹당하고 도취당하도록 조장하는 사물들이 판타스마고리아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판타스마고리아에 도취되어 꿈을 꾸듯 자신들의 시대를 살아간다. 꿈은 환상을 조장하고 허위의식을 갖게 하지만 그것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에너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슬의「작업노트」중에서) ● 모리셔스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아찔한 몸매에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입은 나타샤 폴리(Natasha Polevshchikova)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다! 나의 오른쪽에 있는 '무엇'인가에 그녀는 시선을 던지고 있다. 근데 그녀는 놀란 표정이다. 도대체 그녀는 무엇을 보았기에 빨고 있는 빨대 빨기를 그치고 앵두 같은 입술을 벌리고 무엇에 홀린 듯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가 시선을 던지고 있는 그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무엇'은 나의 시선으로 볼 수 없는 비가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 그런 까닭일까? 한슬은 나타샤 폴리의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게 그려놓았다. 이를테면 한슬의 「나타샤 폴리」는 나(관객)의 오른쪽이 아닌 바로 나를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다. 나는 그녀와 '눈싸움'을 한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 늘 진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림의 세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슬의 「나타샤 폴리」는 적어도 나에게 '그림의 떡(畫中之餠)'이다. 만약 내가 그림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한슬_VOGUE November 200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3cm_2010
한슬_VOGUE August 2009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3cm_2010
한슬_VOGUE展_갤러리 그림손_2010

패션의 불평등과 구두의 평등! ● 한슬의 「나타샤 폴리」는 신작 '보그(vogue) 시리즈' 중 하나로 2010 「보그 코리아」 7월호 표지를 모델로 삼아 제작한 작품이다. '한슬' 하면 '(여성)구두'가 떠오른다. 왜 그녀는 여성 구두에 집착하는 것일까? 당 필자, 궁금하면 무조건 해소해야만 하는 '거머리 정신'의 소유자라 방화동에 위치한 한슬 작업실을 찾았다. ● "구두는 저에게 있어 가장 자극적인 사물이지요. 백화점이나 쇼핑 거리(아케이드)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구두이지요." 한슬은 백화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을 구두라고 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패션을 든다. 근데 왜 한슬의 눈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구두일까? ● "보시다시피 저의 몸은 뚱뚱합니다. 뚱뚱한 사람에게 패션의 선택은 한정적입니다. 하지만 구두는 뚱뚱한 사람이건 늘씬한 사람이건 모두 착용 가능하지요. 그런 점에서 구두는 참 민주주의적이라고 생각해요." ● 당 필자, 전혀 생각지 못한 점을 알게 되었다. 한슬의 말에 따르면 '하이힐'은 도도한 자세를 갖게 한단다. 문득 안데르센 동화 「빨간 구두」가 떠오른다. 카렌은 공주가 신은 빨간 구두를 보고 반해 빨간 구두를 신고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웠다.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매혹에 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춤을 멈출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춤을 멈추기 위해 도끼로 발을 잘라낸다. ● 한슬은 십여년 가까이 작업했던 '빨간 구두'를 벗었다. 그녀가 '빨간 구두'를 벗고 찾은 소재는 여성 패션잡지 「보그」의 표지이다. 그렇다면 한슬의 욕망 대상이 '빨간 구두'에서 '보그 걸'로 자리바꿈한 것이란 말인가? 왜 그녀는 매력적인 구두를 벗고 유혹적인 여자를 택한 것일까? ● 보그(vogue). 여성 패션잡지의 제목이 '유행'이다. 유행은 집단적 선호를 뜻한다. 그러면 「보그」는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선호한단 말인가? 혹자는 「보그」지의 표지모델이 되는 것은 스타들의 몸값과 인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말한다. 그런 까닭일까, 「보그」지의 표지모델은 한결같이 스타들이다. 만약 당신이 「보그 코리아」 2010 표지들을 검색해 본다면, 해외 스타들뿐만 아니라 국내 스타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한슬 왈, "유행은 주체와 대상 사이의 변화된 관계를 형상화한다. 유행에서는 상품의 환상 등이 더욱 가까워진다. 유행은 '언제나 똑같은 것'의 형태로 대량생산되는 '유행은 새로운 것의 영원한 반복'(발터 벤자민)이다." ● 그렇다면 유행은 '새로움'과 동시에 '낡음'이라는 이중의 뜻으로 열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유행은 '덧없음'과 동의어로 간주되기도 한다. 따라서 「보그」지는 끊임없이 유행을 반복한다. 하지만 「보그」지는 단지 유행되고 있는 것의 정보뿐만 아니라 유행을 불러일으키고자 의도된 아직 유행하지 않은/못한 것들을 제공한다. 후자는 광고와도 문맥을 이룬다. 무슨 말이냐고요?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원점? 2010 「보그 코리아」 7월호 표지 모델 나타샤 폴리 말이다. ● 나타샤 폴리가 착용한 비키니와 부츠를 보시라! 핑크색 비키니는 디올(Dior)이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PVC 레인부츠는 에이글(Aigle)이다. 이를테면 「보그」 표지는 디올의 비키니와 에이글의 부츠를 광고하고 있다고 말이다. 나타샤 폴리는 그 명품들을 광고하기 위해 알몸에 그 명품들만 착용했다. 따라서 우리는 그 명품들 이외에 다른 상품을 볼 수 없다. 아니다! 나타샤 폴리는 목걸이를 하고 있다. ● 그러나 한슬의 「나타샤 폴리」는 바로 그 목걸이를 착용하지 않았다. 와이? 왜 한슬은 나타샤 폴리의 목걸이를 삭제한 것일까? 혹 나타샤 폴리의 탐스런 유방을 강조하기 위해 목걸이를 삭제한 것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한슬의 「나타샤 폴리」는 손톱에 칠해진 빨강 매니큐어(manicure)도 지워버린 것이 아닌가?

한슬_VOGUE July 2010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3cm_2010
한슬_VOGUE March 200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3cm_2010
한슬_VOGUE September 2008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23cm_2010

나타샤 폴리의 시선과 한슬의 넛지(nudge) ● 「보그 코리아」 편집부는 커버스토리(COVER STORY)에서 "이열치열의 계절! 2010년 7월의 가장 핫한 현장으로「보그」가 여러분을 아찔한 몸매와 아슬아슬한 비키니의 나타샤 폴리가 기다리는 모리셔스 해변 별장으로 안내"하겠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보그 코리아」가 나타샤 폴리가 기다리는 모리셔스 해변 별장을 방문했단 말인가? 근데 당신이 2010 「보그 파리」 5월호에 본다면, 당신은 2010 「보그 코리아」 7월호 표지에 실린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지나가면서 필자는 한슬의 「나타샤 폴리」가 「보그 코리아」의 표지를 모델로 삼아 그린 그림이라고 중얼거렸다. 근데 한슬은 「보그 코리아(VOGUE KOREA)」에서 '코리아(KOREA)'를 삭제했다. 와이? 왜 한슬은 '코리아'를 삭제한 것일까? 그러고 보니 한슬은 'go to summer' 밑에 인쇄된 '타히티 보라보라, 생 트로페즈, 베트남 하몽베이 패션 로케이션'도 삭제해 놓았다. ● 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한슬의 「나타샤 폴리」가 「보그 코리아」의 표지를 재구성했음을 알려준다. 근데 한슬은 작은 것들의 삭제에 만족하지 않았다. 한슬은 모델의 배경에도 주목했다. 그녀는 배 밑의 조각(piece)이 앞으로 돌출시켜 놓았고, 배를 물결치는 바다의 이미지를 느끼게 그려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모래사장의 흔적을 마치 그림자처럼 보이도록 그려놓았다. ● 한슬의 '보그 시리즈'는 A4 용지 크기의 「보그」 표지를 200호 크기로 확대하여 그려진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한슬의 그림을 가까이 접근해서 보면, 디테일이 섬세하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 김복기가 말했듯이 한슬에게 "붓은 그리는 도구가 아니라 칠하는 도구일 뿐이다." 무슨 말이냐고요? 김복기의 말이 궁금한 사람을 위해 한슬의 육성을 인용해 놓겠다. ● 한슬 왈, "화면에 테이프를 찢어 붙이고 색칠을 한 후 그 테이프를 다시 떼어내면 미세한 비정형의 자국이 생기는데 이 자국을 이용한 면을 이용하여 작업이 진행된다. 테이프를 붙이고 물감을 얹고 또 뜯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된다. 완성이 될 때까지 테이프의 개입은 계속되어 전체 화면의 완전한 모습은 볼 수 없다. 이렇게 표현된 표면은 항상 외부의 개입으로 우연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붓의 힘 조절로 인해 화면의 텍스츄어가 생기거나 의도한 스케치에 의해 정확한 형태의 경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생겨지는 테이프의 매커니즘은 우연한 물감이나 물감의 스며들음으로 인해 우연 효과가 생기는 외부의 개입을 만들어낸다. 사물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대신, 이를 색면으로 대체한 것이다. 즉 철저하게 평면적인, 밋밋한 평면들의 조합으로써 재구조화되어져 있다. 색면들의 조합이 일구어낸 사물의 이미지는 가까이 다가가 볼수록 거칠고 대담한 면이 되고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하여 구성한 색면을 통해 사물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 그렇게 표현된 한슬의 '보그 시리즈'는 적어도 필자에게 판타스마고리아(phantasmagoria) 현상을 느끼게 만든다. 왜냐하면 필자가 하나의 사례로 들었던 한슬의 「나타샤 폴리」는 현실을 은폐하는 소비 자본주의의 기만 요소(잠)와 우리들이 욕망하는 꿈 그리고 그 기만의 현실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 한슬 왈, "유행을 선두하는 잡지 표지의 모델들은 주체와 대상 사이의 변화된 관계처럼 물신화된 사람이다. 환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이용되어진 모델이자 새로운 판타스마고리아를 만들어 내는데 동조한다." ● 아찔한 몸매에 아슬아슬한 비키니를 입은 「보그」지의 나타샤 폴리는 유혹적이다. 그녀는 앉아 있지만 뱃살이 접히지도 않는다. 특히 두 다리를 벌리고 있는 요염한 포즈는 당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특히 남자들은 당돌한 나타샤 폴리의 몸매를 탐닉하는데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기 않는다. 와이? 혹 나타샤 폴리의 시선이 바로 당신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필자는 지나가면서 한슬의 「나타샤 폴리」가 "필자(관객)의 오른쪽이 아닌 바로 필자를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다"고 중얼거렸다. 한슬의 「나타샤 폴리」는 당돌한 포즈에 당돌하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덧붙여 나타샤 폴리는 신기하게도 눈썹이 거의 안 보여 강렬한 눈빛을 드러낸다. 따라서 당돌한 한슬의 「나타샤 폴리」는 남자들의 간음증을 박탈한다. ● 이런 단편적인 정보는 한슬이 마치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넛지(nudge)'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한슬의 넛지 방식은 작은 변화를 통해 원본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힘을 발휘한다고 말이다. 자, 이제 한슬의 다른 '보그 시리즈'를 볼 차례이다. 당 필자, 한슬의 다른 '보그 시리즈' 읽기를 당신에게 숙제로 드리겠다. 즐감하시기 바란다. ■ 류병학

Vol.20100804f | 한슬展 / HANSL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