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e of place

김잔디展 / KIMJANDI / drawing.painting   2010_0501 ▶ 2010_0522 / 일,공휴일 휴관

김잔디_On the Road_패널에 유채_73×103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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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501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킹_GALLERYKING 서울 마포구 서교동 373-5번지 1층 Tel. +82.2.322.5495 www.galleryking.co.kr

장소를 욕망, 이를 다시 애도하다 집은 풍경보다도 더한, '영혼의 상태'이다. (가스통 바슐라르) 김잔디는 '장소'를 좇는 행위, 즉 기억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과정과 이를 재구성하는 행위를 회화 및 설치로 구현해 왔다. 초기작인 사진 리터칭 연작(2001)에서부터, 그의 시선은 건물의 벽에 튀어나온 연통의 호스, 송수관 등에서 일상 속 기이함을 포착해냈다. 이러한 도시 풍경에 대한 기이한 정감은 이후, 서울의 특정 장소에 개인적 환상을 투사한 설치작업인 한남 방문기(2005), 동작 프로젝트(2005), 면목동에 대한 기록(2006)을 통해 장소에 대한 감각을 사회적, 물리적, 상상적 공간으로 연결시켜 나갔다.

김잔디_Uncanny House_사진에 유채 리터칭_26×34cm_2007
김잔디_밤의 산보 a Night Walk_캔버스에 유채_30×40cm_2008

이러한 '장소감(sense of place)'은, 서울에서 런던으로 이동한 작가의 삶을 바탕으로 하여 사회 속 개인이 직면하는 실존감을 반영하게 된다. 매일같이 파괴와 생성이 거듭되는 서울로부터 백 년 전의 건물들이 즐비한 런던의 거리에 선 작가가 주목한 것은, 바로 집이다. Uncanny House(2007) 연작에서, 작가는 집의 입면이 출력된 사진 위를 다시 그려내는데, 이때 덧칠해진 집의 모습은 대게 입구와 창이 봉쇄되거나 하나 정도여서 거주하는 집이라기보다는 벽의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들어갈 수 없는 집, 거주가 불가능한 밀폐된 집은 물리적 환경인 집(house)으로, 달리 말하자면 거주가 가능한 개인화된 집(home)이 좌절된 장소이다.

김잔디_Uncanny House_사진에 유채 리터칭_24×34cm_2009
김잔디_Hackney Rapunzel_캔버스에 유채_70×100cm_2009

이로부터 작가의 장소에 대한 욕망과 환상은 런던의 오래된 건물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잡목으로 옮겨 간다. 이는, 서울에서 그렸던 연통의 호스를 연상시키며 일상적 장소에 내재된 낯설고도 두려운 정감을 증폭시키나, 이러한 의미로부터 나아가 잡목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의 실존적 위기와 욕망을 반영해낸다. 벽면을 타고 올라가며 집을 뒤덮은 담쟁이와 벽을 뚫고 자라나는 잡목은 벽이라는 경계에 머물며, 불가능한 집(home)으로의 거주를 도전한다. 여기서의 벽은 잡목을 통해 그 자체로 거주가 가능한 장소로 변모하게 된다. 이후 잡목에 집중되어 진행된 회화(2008-2009)는 벽, 건물의 부분, 집, 다리 밑 등의 다양한 장소를 통해 장소에 내제된 내면 세계와 외부 세계 사이에서의 이중적 정감을 동시적으로 보여준다.

김잔디_Memory of the Room_패널에 유채_73×117cm_2010

집에 대한 두려움과 노스텔지어로 반복됐던 런던에서의 작업은 작가가 다시 서울로 돌아옴으로써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근작에서 눈에 도드라지게 변화된 점은 내부 공간(집 안)으로의 이동, 인물과 사건의 등장을 들 수 있다. Memory of the Room(2010)에서의 낡고 어슴푸레한 방 안의 전경은 마치 지금까지 금기시된 집의 내부를 훔쳐보는 듯하다. 열린 문과 창문으로 인해 밝혀진 방은 붉은 침대를 자극적으로 드러내며 시트 속에 웅크려 숨은 인물의 형상을 동물적으로 감지하게 한다. 천장 위로 나는 동물들의 기괴한 움직임은 무질서하고 불안한 모습으로 가려진 개인의 무의식을 엿보게 한다. 또한, 빈 벽면에 스며든 곰팡이가 집 안을 점령한 드로잉에서는 은폐된 채 방치되었던 심리적 영역에 자리를 잡은 상흔들을 목격하게 한다. 또 다른 근작인 On the Road(2010)에서는 작가가 런던에서 머물던 런던의 북동부 지역인 해크니(Hackney)의 전경이 등장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기억하는 이 작품은, 사라진 존재에 대한 애도의 전경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근작은 현실적 장소에서는 부재하나 유령처럼 떠도는 존재, 상흔을 심리적 공간으로부터 접근해 보인다.

김잔디_Memory or the Room_패널에 유채_40×58cm_2010

낯설은 장소에서 끊임없이 거주하고자 하던 작가의 욕망은 그러한 장소로부터 분리되는 경험을 통해, 현재 두 간극 사이의 심리적 장소에 주목하고 있다. 사라진 존재에 대한 기억과 유령처럼 잔존해는 부재의 흔적, 그리고 이에 대한 애도의 정감은 장소에 얽힌 심리적 상흔들을 포용하며 '장소감'을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렇듯 실제의 장소를 기반으로 한 김잔디의 작업은 은폐된 장소에의 탐구, 거주와 실존에의 욕망 그리고 상실의 기억으로부터 부재를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심소미

Vol.20100503f | 김잔디展 / KIMJANDI / drawing.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