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속의 토마토 TOMATO IN BANANA

금몬당展 / GEUMMONDANG / installation   2010_0224 ▶ 2010_0302

금몬당_바나나속의 토마토_한지 3장 합성안료 핸드컷팅_55×70cm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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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_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틈의 관계성 - 금몬당의 종이조각 ● 시대적 환경은 예술적 결과물과 긴밀한 연계를 지닌다. 특히 미술가에게 있어서 동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여건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하겠다. 눈앞에 펼쳐진 사실을 회피하지만 않는다면 이를 십분 활용하는 이도 곧 미술가들이다. 다만 무엇을 바라보고자 하는가,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동일한 사실도 그 접근방법에 따라 각기 상이한 모습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금몬당이 바라보고자 한 것은 대중 이미지의 세계다. 오늘날과 같은 소비사회에서 대중적 아이콘은 시각적으로 회피할 수 없는 도상들이다. 온갖 이미지들이 대중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각종 캐릭터가 등장하고 갖가지 도상들이 우리의 망막 에 잡힌다. 우리가 그 이미지의 기억을 강요받는 일도 익숙해졌다. 금몬당이 이러한 시대적 특성을 가진 소재에 흥미를 가진 것도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직시한 까닭이다. 결국 그가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한 것은 시대적 표상을 다루는 일이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무대화하였다. 시각적 효과와 연출적인 특성을 고려한 그의 한지와 격자 레이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고 있다.

금몬당_뽈라야 오딨니_한지10장 합성안료 핸드컷팅_55×62cm_2009
금몬당_뽈라의 꽃_한지3당 합성안료 핸드컷팅_96×70cm_2009

요컨대 그의 작업은 한지의 겹과 층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그는 칼날로 한지를 정성스럽게 오려내어 공간을 만든다. 여기에 다시 색상이 다른 한지를 새롭게 올린다. 이러 식으로 그는 수 겹의 틈을 만든다. 이렇게 생성된 작은 틈새를 통해 자신 만의 색채와 형태를 보여주게 된다. 적게는 세 겹에서 많게는 열 겹까지 쌓아올리는데, 바탕색이 오려진 종이틈새로 우러나오는 효과를 노리게 된다. 그의 작업은 이른바 종이놀이 행위와 같다.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다. 특히 그는 종이가 가지는 특성에 주목한다. 종이를 오리고 잘라내는 일은 실상 노동에 해당되는 일이다. 한지 상호 간의 관계도 잘 고려해야 하여 재단해야 한다. 바탕색채와 문양이 의도하는 대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홈을 파낼 때 아래에 위치한 한지의 홈도 비쳐져야 한다. 그래야만 색채와 색채가 상호 절충되고 어울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밀한 효과를 노리는 작업경향은 최근의 미술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바로 손작업에 대한 관심이다. 곧 미술가 특유의 장인적인 성향을 가진 작업으로의 회귀를 말한다. 즉, 붓의 몇 획만으로 우주의 철학을 이야기하려 하기보다는 작업 속에 스며든 시간과 노동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금몬당_미키마우스 변상도_한지 3장 핸드컷팅 합성안료 분채_93×76cm_2007

금몬당의 작업이 때로는 종이공예적인 특성과 유사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가 조각을 전공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간감을 이해하고 있는 작가는 이미 평면 너머에 있는 종이를 바라본다. 곧 좁은 틈새의 공간감도 중요하다. 아울러 색종이가 만들어내는 '감춤'과 '드러남'의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그의 작업에서는 한지 사이사이의 면과 면이 겹쳐지고 숨겨지는 점을 유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의 작업은 크게 보면 두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선 대중사회의 아이콘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김연아나 「VOGUE」지의 표지 모델은 가장 시사적인 인물이자 대중잡지라는 점에서 시대적 상징성을 가질만하다. 더욱이 여기에는 바코드(Bar Code)가 등장한다. 문자와 숫자로 표기된 이 코드는 정보처리의 속도와 관련되어 있다. 결국 어떠한 대상도 시대적 흐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또한 가급적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점도 전제된다. 작가는 이 점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하나의 코드로 기능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바코드는 곧 상표의 종류를 지시하기도 하는데, 이 점에서 자본의 속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에 따라 이 모델들은 분류상 상품의 영역이요, 소비의 대상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캐릭터적인 주인공들을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미키마우스」시리즈는 대표적 상징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작가는 「깻잎 토끼」나 「뽈라」 등의 캐릭터를 만들기에 이른다. 이러한 캐릭터의 특징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미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Hot Choc」, 「하트」 등에서는 동화적인 요소가 강한 편이다. 내러티브한 요소도 과감히 도입한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작가의 설정에 따라 모종의 이야기를 꾸며나가게 된다.

금몬당_Vogue-연아_한지 1장 비닐 천 핸드컷팅 프린트_120×80cm_2006~9
금몬당_Vogue-홍_한지 3장 합성안료 핸드컷팅_64×52cm_2009
금몬당_Vogue-황진이_한지 비닐 천 프린터 도려내기_120×80cm_2007

방법적 측면에서 볼 때, 우선 시각적 일루젼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그가 도려낸 종이의 틈은 픽셀과 같은 구조로 다가온다.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작품으로는 「VOGU-황진이」, 「VOGUE-홍」, 「VOGUE-연아」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오봉도」 등의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핸드 컷팅이라는 테크닉과 종이의 오버 랩 되는 현상을 추구한다. 그 작은 틈으로부터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만든다. 그는 이러한 형상을 해석함에 있어서 의미를 확산시키려 하기보다는 담담히 이 시대의 이미지를 수렴하고자 한다. 심각하게 접근하는 대신 가급적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다룬다. 이러한 작업들의 공통점은 원색의 사용이다. 일반적인 물감으로부터는 가져올 수 없는 색채를 작가는 안료에서 발견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색이다. 이를 통해 이미지의 메아리와 시각적 울림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의 작업은 작가 스스로 말하듯이 '현실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다. 그러나 그 비현실적인 것이 이제 가장 익숙한 현실이 되었다. 「바나나 속의 토마토」는 그의 작품 명제이자 본 전시의 메인타이틀이다. 그의 작품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사물의 내부를 열었을 때 기대와는 다른 문맥으로 우리를 이끈다. 크고 작은 격자의 틀 안팎을 바라볼 때 레이어에서 발생하는 색채의 진동에 귀 기울이게 한다. 금몬당의 격자는 이야기꺼리로 가득한 저장고와 같다. 더욱이 작은 틈새 하나하나는 유희적 행위를 반영하는 창이 되고 있다. 마술적인 세상으로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 감윤조

Vol.20100224b | 금몬당展 / GEUMMONDANG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