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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10_0219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디_SPACE BANDEE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9-44번지 Tel. +82.51.756.3313 www.spacebandee.com
대안공간 반디에서 유망작가 지원전으로 이광기 개인전을 진행합니다. 이광기는 일상에서의 경험이나 느낌을 바탕으로 이를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하는 영상(설치)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입니다. 『내가 니를 어찌 키웠는데』전은 '부모와 자식'이 관계 맺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그 삶들의 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보여줍니다. 한국사회에서 태어난 자식들은 조기교육으로 시작된 유아기, 항상 성적을 고민하는 청소년기, 비싼 등록금을 내고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평가 됩니다. 그런데 이는 결국 자식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서 등골 빠지게 일하는 부모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인생여정에서 과연 '부모와 자식은 만족하게 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영상과 설치작업으로 풀어냅니다. ■ 대안공간 반디
『내가 니를 어찌 키웠는데』, 『나는 엄마에게 속았어요』라는 제목이 적힌 도서 2권을 각각 500권씩 제작한다. 이 1000권의 책은 모두 260페이지 분량의 책이지만, 속의 내용은 비어 있다. 책은 화두를 던지기 위한 도구로 선택이 되어졌다. 비어 있는 페이지들은 화두에 맞춰 조금만 인식하게 되면 대게 상상 가능한 내용들의 전개이기에 생략한다. 이 책들은 출판기념회의 형식을 빌려 설치되었으며, 실내에 책상과 의자, 그 뒤 벽면에 현수막, 천장에는 약간의 풍선 장식으로 설치작품이 구성되었다. 미디어를 통해서 전해지는 대한민국의 모습 중 사교육 시장을 둘러싼 광풍에 부모와 자식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덧없이 희생되고 있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부모님 말씀을 들어야 해서' 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각자 내면에 있는 욕망의 충족을 위해서, 모두가 노력해도 커질 수 없는 파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생산적이지도 않은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경쟁이 아닌,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란 기치 아래 잘 살려면 좋은 직장이나 직업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하고, 또 그렇게 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남들보다 좋은 입시성적을 얻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에 맞춰 한정된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서 대한민국의 부모와 자식이 다 함께 제로섬게임에 동참해서 대단한 노력을 하는 중이다. 고등학생 자녀 한명에 매월 156만원이 오롯이 들어가기에 결국에는 집을 팔아 전세로 가면서 미래를 기약하는 식의 가정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많은 가정 중 하나 일 것이다. 특별하고자 동참하게 되는 게임이 아니라, 다들 하니까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참여하게 되는 이 게임에 판돈을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은 미쳐 돌아가는 건 아닐까?
두 영상 작품은 네온사인 형식을 빌려 제작된 것이다. 「내가 니를 어찌 키웠는데」는 부모의 입장에서 내 뱉는 하소연과 자식교육을 위해 파생되는 사회현상과 관한 텍스트가 약 40초 간격으로 바꾸어 가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속았어요」는 자식의 입장에서 내 뱉는 하소연과 입시교육 위주로 맞추어진 풍토에 나타나는 여러 현상 등을 약 40초 간격으로 텍스트를 바꾸어 가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8인치 모니터와 15인치 모니터를 벽면에 가지런히 설치된다. 각각의 화면에 55초에서 1분 20초 분량의 손뼉을 치는 손이 재생된다. 총 9개의 손뼉 치는 소리는 보통은 산발적인 소리를 내다가 가끔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면 박수소리가 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러하지만 실제 그 타이밍이 맞아 떨어질 확률은?
500원 동전을 넣고 5-6,000원 상당의 노호혼이나 기타상품을 뽑는 기계. 처음 몇 번을 시도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게 된다. 1회에 500원이고 잠시 하다보면 몇 천원, 몇 만원 후딱 날아간다. 200,000원의 동전을 바꾸어 시도한다. 400번의 시도를 할 수 있는 액수다. 1회에 대략 30초, 2회에 1분 정도가 소요되니 400회면 200분. 무려 3시간 20분의 시도를 할 수 있다. 150여회가 넘어 200회에 다가 갈수록 학습효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소극적인 접근방식을 벗어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접근방식을 어떤 대상에 취하게 될 때 일어나는 전이를 싱글채널 영상에서 반복되는 게임행위를 통해 보여준다. 경제, 심리, 확률 등등의 변수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 이광기
축사:'대한민국 공인 제로섬 게임에 빠진 부모자식간의 하소연 시리즈' 출판기념회에 부쳐 ●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소설 (그리고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지금 이 시대에도 먹힐 수 있을까. '씩씩하게만 자라 달라'는 아비의 애처로운 격려에 '그건 아빠 때 얘기'라며 핀잔으로 받아치는 아이의 말이 차라리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부모의 욕망을 넘어 고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그것도 모자라 초등학생의 욕망처럼 휘감고 있는 '성적'은 우리 모두의 행복과 직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행복은 오로지 성적순'이라는 모토가 곧바로 진리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행복이 성적순'이라고 전제되어야만, 자본주의를 이끄는 가족구성원들의 역할 분담이 용이하고, 그에 따라 모든 사회구성원이 체제 내에 순응하며 출구가 모호한 쳇바퀴위에서 반항 없이 살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 게임은 일단 '부모'에게 '내 아이'를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시켜 주어야할 의무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교육열뿐이다. 이미 '교육열의 강도'는 '자식사랑의 크기'로 치환되었고 부모로부터 이 게임의 규칙을 전달받은 아이 또한 '행복한 삶'의 길이 '오직 하나'임을 배운다. 게임의 진행을 더욱 원활히 하기 위해 사교육이라는 아이템도 함께 제공되지만 이 아이템은 모두 유료다. 부모는 더 좋은(더 비싼) 아이템 구하기 위해 뼈 빠지게 돈 버는 것도 모자라 가족이산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 그런데 아이는 부모가 구해다 주는 아이템으로 성적 올려 대학생 어른이 되었건만, 등록금 상환과 취업의 공포 앞에 아직 행복한진 잘 모르겠다. 때마침 지난해 대학졸업반 10명중 7명은 1천만 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고, 이와 더불어 빚 탕감을 위해 대졸자 직업 1위인 학원 강사의 길이 열려있다고 게임 관리국(한국교육개발원)이 전해준다. 짜여진 각본처럼, 사교육과 그로인한 부채, 그리고 대졸자 실업대란 극복의 삼박자는 자본주의를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굴러가게 한다. 이 모든 것은 '행복이 성적순'이라는 전제를 반복해야만 가능한데, 그래야만 행복의 관리자가 통제할 수 없는 개개인의 행복을 통제가능한 성적으로 환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남보다) '더 행복한' 삶이 존재하기 위해 행복의 불평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더 행복한'의 극대화를 위해 행복과 불행에 따른 계층분리와 격차는 더욱 굳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줄 리 없다. ● 행복을 성적의 이름으로 상품화하고 있는 이 게임에서 행복한 자, 그렇지 않은 자보다 많을까? 그렇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부모, 자식들 드디어 등장해주셨다. 그동안 우리는 다른 행복, 다른 욕망, 다른 삶을 차단당한 채 살아왔고, 아직도 차단된 삶을 살아가며 때로는 차단된 삶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모든 이들에게 고하기 위해서다. 자본주의를 순환시키고 있는 행복의 관리자에게 완전 속았노라고. 애초에 선택할 수 있었던 다른 행복을 차압당하면서까지 체제의 감언을 따랐건만. 우리에게 '공부의 힘'을 가르치는 대신 '공부의 신'만을 내려주셨고, 애초부터 그런 것은 제거된 채로 주셨다는 사실을. 아직도 진실을 깨닫지 못한 많은 이에게 이번 출판기념회는 전한다. '행복은 성적순'이라는 명제가 어떤 명제보다 '확률'적으로 '행복의 정복율'이 높다고 믿는 이, 확률의 허위를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게 될 것이고, 투자의 극대화가 더욱 뛰어난 '학습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믿는 이, 학습효과의 한계와 심지어 그 무용함을 두 눈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 고작 남을 짓밟고 올라서서 남과 다른 엘리트의 특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속삭이는 구본형이나 공병호 류가 내놓는 '자기계발 처세술시리즈'의 반대편에 바로 이광기의 '하소연시리즈'가 있다. 부디 행복의 진실을 폭로하는 하소연시리즈가 달콤한 지옥으로 유혹하는 처세술시리즈를 뛰어넘어 절찬리에 유통되기를 바란다. 하소연시리즈의 독자는 작가 이광기처럼 '사회가 나로 하여금 하게 하는 것 혹은 당하게 하는 것에 맞서는 반항' 하는 자가 되어 자율적 주체로 거듭나고 그 다음 독자에게 그 바통을 다시 넘겨주도록 하자. 마침내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금서 한권씩을 소장한 자율적 주체가 되는 그날까지. ■ 강선주
서로 피곤 한 관계 ●「내가 니를 어찌 키웠는데」 라는 말은 자식의 입장으로는 부담 그 자체로 들릴 것이고,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 낳아 잘 기르자 라는 구호 아래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을 자신의 삶을 잊고 모든 것을 올인 해버린 부모의 한탄 썩인 한마디로도 들린다. 「엄마에게 속았어요」 역시 모든 것을 부모의 계획과 강요 아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오직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장을 위한 교육만을 강요받은 자녀의 소심한 반항같이 들리기도 한다. 부모는 자식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무언가를 계속 시키고, 요구 하게 되고, 자식은 부모가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관계가 지속된다. 작가는 이렇게 지속된 관계가 훗날 '부모와 자식은 만족하게 될까?' 라는 의문으로 시작하여 이들의 관계를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의 합계가 0이 되는 게임인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에 비유한다. ● 전시장 전면에는 출판기념회의 현수막이 걸려있고, 『내가 니를 어찌 키웠는데』, 『엄마에게 속았어요.』 라는 제목의 책이 나열되어있다. 책 하나를 들어 펼쳐보지만 속의 내용은 비어 있을 뿐이다. 비어있는 책처럼 이들의 게임은 정해진 룰 없이, 문제는 있지만 답이 없는 것 인가. 내용도 없는 책 가격 '오천'만 원, '출판 기념회 현수막', '풍선장식' 등의 장치들은 이렇게 공허한 욕망만을 부각 시키고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학습효과」역시 걸릴 듯 걸리지 않는 인형에 집착하여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얻게 되는 이득은 장담하지 못하는 별다른 답 없는 게임일 뿐이다. ● 박수소리를 따라 작은 공간으로 이동하면, 그곳에는 마치 지금 당신네들은 무척 잘~(?)하고 있다는 듯한 손뼉 치는 영상이 맞이한다. 누구를 위해서 치는 것 인지 목적 없는 박수는 건조하게 손을 마주치며 소리를 내고 있다. 이 손들은 어떠한 타이밍에서는 한 소리를 내게 될 것이다. 개별적인 소리를 내는 9개의 손들이 한 소리를 내기 위해 쉬지 않고 손뼉을 치는 것처럼, 각자 다른 기질을 가진 개인들이 한 가지 목표에 맞추어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 이광기의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시도 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낸다. 과거의 작업 「인식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생각들을 재치 있게 담아낸다. 직접적인 문자나 구체적인 영상을 이용하여 비교적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그렇다면 이광기의 영상은 일상에서 만나는 부조리한 상황, 모순된 현실을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영상을 통해서 대부분의 비디오 아트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중심의 영상과는 다른 형식을 보여준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다른 서사를 구성하는 그의 작품들은 비디오 아트의 장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이번 전시에서는 자식-부모의 관계라는 구도로 상반된 두 가지의 입장을 보여주며, 부모 혹은 자식인 관객이 각자의 입장에서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 영상은 서로에게 호소하든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게임은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이 원해서가 아닌 사회구조에 종속되어 그 틀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맞춰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니까. 답답한 현실에 대해서 문제 제기는 하고 있지만 작가나 관객이나 그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이 게임의 방관자로 남게 된다. 그래도 게임에서 나와서는 한번쯤 해결책을 고민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 방인선
Vol.20100218h | 이광기展 / LEEKWANGKEE / 李光基 / video.installation